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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 - 최악의 의사결정을 반복하는 한국의 관료들
최동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저자 최동석씨는 똑같은 제목의 책을 1998년에 썻다. 20년이 지난 2014년 6월 같은 제목의 책이 다시 나오게 된다.두권의 책이 시대에 따라 나오게 된 이유는 바로 그 시대에 큰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8년 이전에 일어난 IMF 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2014년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 이 두 가지 사고는 19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일어났으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재반복되어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다.
저자는 대형 사고가 왜 반복적으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질문하고 있다. 시대적인 차이,20년간의 격차.많은 것이 달라졌고 ,대한민국인의 의식 수준도 마뀌고 있고, 선진국으로 나아갈 정도로 우리의 삶은 달라졌다. 하지만 큰 대형 재난 앞에선 우리는 항상 똑같이 앵무새 같은 말을 내밷고 있었다. 그 사건이 재발방지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과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거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은 그렇게 순진하지 않다. 1995년 일어난 삼풍백화점이 2014년 비슷한 일이 일어남으로서똑같은 일이 다시 나타난다면 똑같이 그들은 아마추어처럼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점이다.우리가 안고 있는 불안과 걱정은 정부에 대한 비신뢰에서 비롯되었다.
능률과 실질은 컨텍스트(context)와 텍스트(text)의 문제입니다. 컨텍스트는 사라지고 텍스트만 남아 있어 그 텍스트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텍스트가 성립하는 바탕이나 근본, 즉 컨텍스트를 잃어버렸습니다. 텍스트는 보이는 것이고 컨텍스트는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컨텍스트와는 상관도 없이 오직 텍스트만을 경전화하여 거기에다 목을 매고 있는 셈입니다.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린 제도를 잘 지키는 사람이 그 목적을 잘 달성했다고 보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p49)
우리나라에는 지금 지식과 정보가 축적되지 않은 비전문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높은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정말이지 한심하게 생각되는 것은 ,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현재의 직무와 미래의 직무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통찰력이 없는 사람들이 국가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미루는 것은 신속한 의사결으로 인한 잘못보다 더 나쁜 것입니다.(p94)
품의에 의한 의사결정방식에서는 장관이 어떤 부하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면 업무지시를 받은 관료는 자신의 직속부하에게 동일한 업무지시를 내리고, 그 부하는 다시 자신의 부하에게 똑같은 과정을 밟아 맨 말단 공무원에게까지 업무지시가 전달됩니다. 맨 마지막에 업무지시를 전달받은 공무원은 그 업무지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검토하여 보고서나 실행문을 만들어 자신의 상관에게 '어찌 하오리까'하고 문의합니다. 문서를 최초에 만는는 행위를 기안(起案)이라 하며, 이 기안된 문서를 품의서(稟議書) 라고 합니다. (p198)
저자는 문제의 본질을 찾고 있었다. 20년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똑같은 사고가 일어났으며, 그들의 대처방식이나 대처방식은 똑같이 진행되어 있었다. 그건 그당시나 지금이나 똑같은 문제가 있었고, 저자는 그 원인을 일본이 물려준 품의 제도에 있다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품의 제도란 위에서 아래로 내려 오는 기업이나 정부 시스템 안에 존재하는 관료들의 의사결정 구조이며, 그들이 왜 멍청한(?) 짓을 하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자칭 전문가라 부른 이들이 저지르는 아머추어식 문제 해결과 의사결정구조는 바로 품의 제도가 가지고 있는 결점에 있다. 학창시절부터 O, X 와 객관식 위주의 단답형에 익숙한 이들이 관료가 되면서 저지르는 어리석은 행동들 , 관료 조직 안에서 밑으로 내려갈 수록 책임은 커지고,의사결정이 거의 없는 우리의 관료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어떤\사고가 터질 때 그 문제점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으며, 세월호, 삼품백화점과 같은 국가를 흔드는 대형 악재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정부와 청와대가 개입되는 경우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문제를 키우는 구조적인 모순에 봉착하는 것이다. 즉 그것은 한 나라의 수장이 가지고 있는 무능력에 원인이 있는게 아니라 우리 사회 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라고 저자는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가 이렇게 세월호 참사와 삼풍백화점 붕괴의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 해결방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독인 유학과정에서 마주한 독일의 사회 시스템에 있었다. 독일 대학생은 한국 대학생보다 무질서하고 제멋대로이지만, 정부와 관료조직은 그 반대이다. 즉 독일 정부와 관료조직은 제도적으로 잘 짜여져 있으며, 우리 정부와 관료 조직은 무질서 하다는 점, 제도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 안에서 제도의 헛점을 악용할 여지를 만들지 않는 독일 사회는 대형 악재가 일어나지 않고, 우리나라는 잊을만 하면 똑같은 대형 악재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서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품의제도를 뒷받침하는 관료 조직 안에 보이는 결제 시스템과 고과 인사관리의 혁신이 필요하며, 제도적 헛점을 보완해 그들이 악용하고, 법망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우리 사회에 보이는 권위주의적 행태는 바로 일본이 물려준 품의제도에서 비롯되었으며,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이상 똑같은 사고들은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끌어안고 살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