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의 시간 - 소영현 평론집 문학동네 평론선
소영현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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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구병모는 '고의는 아니지만'을 통해 계급적 위계에 근거한 폭력이 '갸륵한,의식있는,정치적으로 올바른' 한 개인에 의해 해소될 수 없는 절망적 상황을 환기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어 있는 폭력에의 위험은 미약한 개인에게 도저히 극복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재앙일 뿐임을 보여주면서, 역설적으로 계급적 위계로부터 재태된 폭력의 생산/재생산에 관한 '구조적' 접근법을 제안한다. 구경미,권여선,박민규,구병모에 이르는 소설에서 인간/비인간의 전도된 위계가 자본과 계급이라는 구조적 조건으로부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우연처럼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이 소설들은 '머리 없는 검은 짐승' 이 만들어내는 참혹한 자본의 논리와 그로부터 연원한 계급적 위계의 폭력성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우리가 어떻게 앞으로도 계속 인간일 수 있는가에 관해서 되묻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 누구도 이 질문에 대한 폭넓은 시야의 답안을 마련하고 있지는 못하다,


미디어가 여성 노동자에게 갖는 관심은 대개 소위 '골드미스'라 불리는 고학력에 고소득자인 여성 전문 직업인으로 향해 있지만 , 알다시피 여성 노동자 다수의 삶이란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여성 노동자 대부분은 공적인 노동과 함께 무임금의 가사노동을 병행해야 한다. 임금노동이 가사 노동과 조화롭게 병행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한국사회의 산업구조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어쩌면 대한민국 여성들의 평균적 삶은 질적으로 추락하는 중인지 모른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두고 말하자면 여성의 사회 진출과 여성의 삶의 질적 고양은 별다른 관계가 없다.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은 이 여성들의 삶을 표명한다. (p140)


우연히 읽게 된 책이다. 사람들은 독서를 할 때 안전한 길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 누구가 권해 주고 선택하고 결정한 책들, 그런 책들이 누군가에 의해서 괜찮다 말할 때, 사람들은 그 책을 선택하고 읽어 나간다. 수십만권의 책이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런 독서는 옳은 선택이라 말할 수 있고, 상식일런지도 모른다. 베스트셀러가 목록위에 뜨고, 하버드 대학, 서울대생이 읽는 책 목록이 뜨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사회적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그렇게 된다면, 이 책은 수면 위에 뜨기 전에 잠수할 수 있다. 소수의 독서가에 의해 읽혀지는 책들, 한권의 책을 완성하기 위해서 쏟아 붓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독자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책을 우연히, 이벤트에 의해서 선택되었지만, 다른 책을 제껴두고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이 책을 지금 안 읽으면 다음엔 기억 할지 나 스스로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사회의 모습을 다양한 책들을 곁들여서 비평하고 있다. 책들을 비평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비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과거 우리 사회 곳곳에 노동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자본가에게 바쳤으며, 자본가들은 그들의 시간과 노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갔다. 그들에게 희망과 꿈이라는 신화를 심어 주었고, 노동자들은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지금껏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주축이 되었다. 대한민국 사회가 성장하는데 있어서 소수의 자본가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에 위기가 초래할 때 소수의 자본가는도돔망치기 바빳다. 물론 정치인들도 자본가와 똑같은 횡보를 보였으며, 철저히 이해관계에 움직이는 기민함을 보여주고 잇다. 사법 개혁이 요원한 이유는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가 권력과 계층과 결합되어 있고, 그 안에는 미디어라는 거대한 수단이 있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문제점이 뿌리 깊게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 임금을 올리면, 그것으로 인해 노동자의 삶은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또다른 부조리한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자본가도,노동자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잉태한다. 그런 우리 사회의 현상들을 문학인은 픽션의 형태로 기록해 나간다. 허구이지만 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며, 현실이지만 허구이기도 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어렵다, 어차피 평론가란 그들이 쓰는 언어로 만들어진 한 권의 책이 아니던가.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언어로 쓰여져 있으며, 수많은 책들이 등장하지만, 그 책을 읽어보지 않은 독자의 입장으로 본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파악하기 조차 힘들 정도이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 책을 읽어 나갔다. 책과 책은 서로 연결되고 있으며, 그것이 주제에 따라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나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다수가 존재하지만 사회에서 외면하고 ,소외되고, 배척된 이들, 그들을 하위자라 부르고 있으며, 이 책들은 바로 그 하위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책들, 그들의 삶을 기록한 책들을 소개하고 비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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