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에 대하여 말하는 즐거움 - 엄윤숙 아포리즘
엄윤숙 지음 / 책구경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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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은 
남에게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는' 것이다.

'존중'은 
있지도 않은 권위를 인정받으려는 거드름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먼저 알아보는 살뜰함이다. 있지도 않은 위엄을 인정받으려는 거만함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것을 먼저 살펴보는 책임감이다. 있지도 않은 자격을 인정받으려는 거들먹거림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있는 것을 먼저 챙겨보는 따스함이다.

'존중'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무작정 한 수 아래로 취급하지 말고 동등하게 대하라는 타이름이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것을 무조건 최고로 치라는 땡깡이 아니라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깔보지 말라는 당부이다. 명성을 쌓고 승리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에게 당당한 것이 먼저라는 조언이다.

'존중'은 
아는 것이다.내 것 없이 남의 것을 탐내 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내 것을 다 채우기 전에 남과 비교부터 하는 것이 얼마나 비루한 일인지 아는  것이다. 내 것의 쓸모를 다 알기 전에 다른 사람의 것을 부러워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아는 것이다.

스스로 존중하지 않으면 아무도 존중해주지 않는다.
존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유리할 때만 우리 것을 찾고,
필요할 때만 우리 것을 뒤지고,
편리할 때만 우리라 눙치는 사람은
우리를 아끼지 않고 ,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존중'이라는 말은
그래 봤자 국내용이라는 멸시 속에서도
결국 우리가 가진 무기로 세상과 맞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
오랜 시간 우리의 터전을 아끼고 지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부심의 말이다. (p45)


이 책은 축구 선수 이동국에 대한 오마주이다. 1998년 월드컵 대회에 나가 네덜란드 전에서 10여분 남짓 뛰었던 이동국은 벌써 프로축구 인생 20년이 지났다. 그가 그동안 뛰었던 월드컵 경기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경기,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두 경기이며, 세 경기 모두 합쳐봐도, 안정환 선수가 2002년 뛰었던 한 경기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기자들은 이동국을 깍아 내리기 바쁘다. 월드컵에 가면 작아지는 K 리그 MVP,그것은 이동국에게 따라다니는 꼬리표였다. 그렇다. 이동국은 K리그에서 신인왕, 득점왕,도움왕,MVP까지 싹쓸이 했던 선수이지만, 월드컵에서만은 불운의 아이콘이었고, 무관이었다. 그동안 박지성, 홍명보, 안정환, 김남일, 송종국, 이천수까지..그들은 현역에서 은퇴하였지만, 이동국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현역생활을 하고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국가대표로 들어가느냐 마느냐 하는 와중에도 이동국은 의연하게 대처했다. 그는 남들이 다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얻지 못하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라이커엿음에도 말이다. 안타까움, 아쉬움, 불행,불운, 그에게 따라오는 수식어는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을 존중할 줄 알았고, 스스로를 다독일 줄 알았다. 1998년 패기와 젊음을 무기로 가지고 있었던 이동국은, 2018년 마흔이 되어서 노련미를 장착하게 된다. 그에게 누군가는 월드컵에 대해 말할 수 있다, 그에게 아쉽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사를 본다면 그가 살아온 인생의 발자취를 본다면 아쉽다 말할 수 있을까, 이동국에게 혹독한 평가를 내리는 이들에게, 까맣게 그을린 축구선수 이동국의 반만큼 살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그의 축구 인생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여전히 공격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스트라이커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는 다시 부활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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