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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 가지 사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바보 같은 이야기는 이제 그만 합시다. 산자코모 사건은 매우 복잡한 미로와 같습니다. 하지만 돈 앙글라다와 바르시나 부인이 최초의 죽음이 있기 전날 밤 코멘다토레의 집에서 잇었던 논쟁을 이야기해준 오후부터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에 지금은 죽고 없는 리카르도와 마리오, 본판티, 그리고 당신 회계사 의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나의 의심을 뒷받침해주었지요. 그 가엾은 젊은이가 남긴 유서 또한 모든 것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에르네스토 폰시오가 이렇게 읊은 대로입니다. (p152)
남미 아르헨티나 소설가 호르레 루이스 보르헤스는 포스트 모더니즘을 추구한 작가로서, 남미 소설가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작가이다. 파블로 네루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움베르토 에코가 바로 보르헤스의 문학세계에 빠져든 작가였으며, 공교롭게도 보르헤스는 노벨 문학상을 타지 못하였다.
보르헤스의 대표작 <픽션들>을 읽어 보지 못하고, 그의 또다른 작품 <여섯가지 사건>을 첫 작품으로 선택했다. 공교롭게도 이 소설은 그닥 별로였다. 소설 <여섯가지 사건>은 보르헤스와 카사레스가 필명을 사용해 공동으로 만든 작품이며, 추리소설이라 하기엔 뭔가 중요한 핵심적인 요소들이 빠져 있는 것 같다. 소설 속 주인공이자 이발사로 나오는 이시드로 파로디는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어처구니 없게도 21년형을 언도받고 교도소에서 머물러 있게 된다. 소설 속에서 앉은뱅이 죄수 탐정으로 나오는데,기자 몰리나리가 찾아와 자신이 연루되어 있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달라는 요구를 이시드로에게 하게 된다.소설은 100년전 과거의 시대상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단순한 구조를 띄고 있다.
몰리나리가 의뢰한 살인사건의 범죄자를 쉽게 찾아내는 이시도르.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첫번째 이야기 <황도십이궁>에서 이시도르가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이 상당히 지루하고 심심할 수 밖에 없다. 현장을 찾아가지 않고 교도소 내에서 의뢰인의 말과 신문 기사와 정보들만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혜안, 상상력을 기반으로 남다른 상상력을 펼쳐서 범인을 찾아낸다니, 더 나아가 이시도르는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을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누군가 말을 듣고 길을 걸어가는 어떤 누군가에게 저 사람이 범인이다라고 언급하는 것이며, 비합리적인 상황을 합리화하는 마술을 펼쳐 나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나의 사건을 해결함으로서 또다른 사건들이 들어오게 되는데, 그들은 자신 앞에 놓여진 살인사건들이 자기와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삼류 배우, 삼류 작가들은 그렇게 예기치 않은 살인사건에 연루되고 있는데,의도치 않은 누군가가 저지른 일이 내 앞에 찾아온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절실한 마음으로 찾아온 의뢰인에게 척하니 범인이 누구인지 확인해 준다면고마울 것 같았다.책 속에서 주석이 많은 것이 좀 아쉽다면 아쉬운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