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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꽃이 피네 - 법정 스님 대표 명상집
법정 지음, 류시화 엮음 / 문학의숲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텅 비워야 그 안에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텅 비어야 거기 새로운 것이 들어온다. 우리는 비울 줄 모르고 가진 것에 집착한다. 텅 비어야 새것이 들어찬다. 모든 것을 포기할 때, 한 생각을 버리고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진정으로 거기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다 텅 비었을 때 그 단순한 충만감, 그것이 바로 하늘나라이다. 텅 비어 있을 때,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텅 비었을 때 그 단순한 충만감, 그것이 바로 극락이다. (p42)
사람은 삶을 제대로 살 줄 알아야 한다. 소유에 집착하면 그 집착이 우리들의 자유를, 우리들의 자유로운 날개를 쇠사슬로 묶어 버린다. 그것은 또한 자기 실현을 방해한다. 무엇을 갖고 싶다는 것은 비이성적인 열정이다. 비이성적인 열정에 들뜰 때 그것은 벌써 정신적으로 병든 것이다. 우리들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데 있다. 삶의 부피보다는 질을 문제삼아야 한다. 사람은 무엇보다도 삶을 살 줄 알 때 사람일 수가 있다. 채우려고만 하지 말고 텅비울 수 있어야 한다. 텅 빈 곳에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려 나온다.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유에 있다. 자유에 이르기 위햐서 인간의 청정한 본성인 사랑과 지혜에 가치 척도를 둬야 한다. (p98)
비본질적인 것, 불필요한 것은 아깝지만 다 버려야 한다. 그래야 홀가분해진다. 나뭇잎을 떨어뜨려야 내년에 새 잎을 피울 수 있다. 나무가 그대로 묵은 잎을 달고 있다면 새 잎도 피어나지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요소들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새로워지고 맑은 바람이 불어온다. 그렇지 않으면 고정된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날 수 있어야 살아있는 사람이다. 맨날 그 사람, 똑같은 빛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 어떤 틀에 박혀 벗어날 줄 모르는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p149)
크게 버릴 때 크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두고두고 생각해 볼 과제이다. 그래서 출가를 가리켜 위대한 내던짐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이것은 역사 속의 어떤 한 사람의 예가 아니다. 오늘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와 곧바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예수의 자취가 2천년 전에 역사적 사실로 남아 있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 생애의 의미가 우리 자신의 삶과 하나가 될 때 우리는 거듭날 수 있고, 그리스도는 우리 안에서 다시 부활할 수 있다. (p183)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는 20년전 스님의 생각과 가치관,지혜가 담겨져 있다. 스님은 알다시피 무소유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면서 살아오셨다. 그리고 스님의 책을 우리는 읽고 있다. 2010년 3월 법정스님이 세상을 떠날 때 자신의 대표작 <무소유.에 대한 권리를 내려 놓았다. 공교롭게도 스님은 생의 마지막까지 무소유를 실천하였건만, 우리는 스님의 저서를 구하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품절되었고 절판되었건만, 그 책을 소유하려 들었다. 행복하지 못하고,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만족하지 못한 삶에 대해서 법정스님은 자신의 삶을 우리에게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스님의 책을 읽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스님의 책을 읽으면서 지혜를 얻기 위해서, 웃기지 마라.우리가 법정 슨님의 책을 읽는 이유는 배가 아프기 때문이다. 소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한 삶 속에 파묻혀 사는 우리는 어느때보다 풍족하고, 풍용로운 삶에 놓여져 잇지만,마음 한 켠이 불안하다. 하지만 스님은 가난과 단순한 삶, 소유하지 않고 ,가난하고 단순한 삶, 불편한 삶을 살면서도 자신을 세상에 내세울 줄 알았다. 자연과 가까운 삶을 생의 마지막까지 실천하고 가셨기 때문에 부러운 거다. 스님의 삶의 티끌만이라도 얻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삶과 생각이 님에 대한 질투를 느끼고 싶어함에도 알고 싶어진다.
나누고 살아라, 텅 비워라..그래야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고,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바로 텅비우는데서 시작한다.전기를 쓰지 않고, 수도를 쓰지 않음으로서,소유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감으로서 스님은 자유로운 삶을 살아오셨다. 한 곳에 머물러 있는 삶이 아닌, 언제 어디서든 현재의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를 스님은 마지막까지 견지하고 있었던 거다. 주소도 번지도 없는 자연스러운 삶, 자연에서 얻은 것들은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 줄 수 있었다. 본질에서 벗어난 것들을 언제든지 비워나갔다. 세상의 욕망과 욕심, 물질적인 소유욕,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은 비본질적인 건 망설이지 않고 비워 나간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어떠한다. 채우고 또 채우고 또 채워 나가지만,만족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고, 채우려 한다. 지금 현재 강조하고 있는 미니멀한 삶은 따로 있지 않았다. 법정 스님이 추구한 삶이 바로 적극적인 미니멀한 삶, 그 본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