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 킬러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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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들 중에서 내가 유심히 작품들을 보고 있는 작가는 히라노게이치로, 이사카 코타로, 그리고 미시마 유키오 정도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와 히가시노 게이코와 다른 일본 작가 특유의 철학과 우리네 삶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문학세계는 감히 일반인들이 범접하지 못할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일독에 그치지 않고 2독 , 3독하게 만드는 그들만의 독자적인 문학 세계, 자신의 철학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길을 닦아나가는 것, 동시대에 살아가면서 그들의 문학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이사카 코타로의 문학은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삶에 대해서 심각할 수 있는 그 순간에 대해서,소설 속 주인공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서 서로 모순될 수 있는 상황을 절묘하게 엮어 나가고 있다. 


소설 <악스>는 이사카 코타로의 세번째 킬러 시리즈이다. 사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그가 남긴 두 편의 킬러 시리즈가 뭐지 했다. 첫번째 그래스호퍼를 읽어놓고도 말이다. 물론 그의 두번째 킬러 시리즈 마리아 비틀을 읽어봐야지 해놓고 아직 읽지 못한 채 세번째 시리즈로 들어서게 된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은 풍뎅이였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가쓰미의 아버지이면서, 풍뎅이이자 마쓰다의 이미지는 무언가 우리가 생각해 왔던 킬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있다. 자신의 목적을 채우기 위해서, 자신에게 돈을 주는 중개인 의사가 원하는 사람을 대신 죽여주는 킬러로서 마쓰다는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 망설임이 전혀 없다. 하지만 그는 집안에선 또다른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구업체 영업사원으로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킬러 풍뎅이는 아내를 두려워 하는 공처가였다. 아내의 말 한마디에 죽는 시늉까지 할 정도로 헌신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풍뎅이의 또다른 이면의 모습은 킬러는 저열하고 악질적 이미지에 익숙한 우리에게 뭔가 이질감이 아닌 동질감을 선사하고 있다.가쓰미의 아버지로서 맡은 소임을 다하는 풍뎅이는 킬러라는 딱지를 하나 떼어내면 여느 평범한 아버지와 다를 바 없었다. 폭탄 테러 집단의 주요 인물들을 하나 둘 처치하는 풍뎅이는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부임중인 한자도 모르는 미녀 여교사 국어 선생님과 막닿뜨리게 되는데, 미녀 여교사는 폭탄테러 집단의 주요 인물중 한사람이었으며, 풍뎅이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킬러로서의 존재감, 풍뎅이는 자신이 그동안 해 왔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엔 너무나 멀리 왔으며, 자신이 해왔던 킬러로서의 임무를 그만두게 되면, 자신의 소중한 가족들을 잃을 수 있었다. 그것은 풍뎅이로서, 가쓰미의 아빠로서 정체성은 흔들리게 되고, 풍뎅이는 그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풍뎅이가 세상을 떠나고, 10년이 지난 어느 시점 가쓰미는 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아버지가 되었으며, 아버지가 남겨놓은 창고 안에서 우연히 열쇠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풍뎅이의 입장으로 보자면 과거에서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하나의 연결고리였지만, 가쓰미의 시점으로 보자면 현재에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풍뎅이의 실체, 킬러로서 아버지가 해왔던 것들을 열쇠 하나로 반추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서 가쓰미는 아버지의 또다른 내면을 찾게 되었고,가쓰미에게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던 고등학교 때의 장면 하나 하나가, 풍뎅이의 삶으로 보자면 의미가 있었던 장면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소설은 킬러라는 하나의 개념에 가두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연결 속에서 내가 모르는 비밀들, 과거들이 숨어있다. 그 과거에 대해서 좋고 나쁘다 판단하기 전에 한 인간에 대해 놓치고 있었던 또다른 가치들,그것을 찾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한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결정내리지 않을 것 같다. 세상이 달라져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일깨워 주는 소설 이사카 코타로의 <악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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