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들
이홍식 지음 / 창연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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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허물은 항상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데서 심해지고, 자기가 불러들이는 재앙은 남을 업신ㅁ여기는 데서 생긴다는 옛말이 있다.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불길이 치솟을 일이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성질머리를 다스리지 못하는 한, 나 스스로 겸손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기는 틀렸다. 그렇다고 이대로 살 수는 없다. 어떨 때는 전기 충격기라도 지니고 있다가 화가 나려고 하면 몸 어디를 지져서라도 성질을 다스리고 싶은 생각도 든다. 지금 나는 불길을 끄는 데 턱없이 부족한 물을 가지고 있고 불이 나면 꺼야 하지만, 불이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정말 한심하다. p128)


한권의 책에서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정도라면 충분하다. 사람들은 살다보면 길을 잃는 경우도 생겨나고 , 지름길인줄 알았건만 낭떠러가 될 때도 있다. 독서는 바로 그런 경우 효용가치가 있다. 그냥 아무런 목적없이 책을 읽을때 어떤 구절 하나는 나에게 왔다가, 파리가 내 살에 앉았다 바로 떠나는 것마냥 가볍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에게 큰 우환이 생길 때 같은 문장이라도 크게 와닿을 때가 있다. 인간이 가지는 그 망각되어짐은 우리 스스로 희노애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로움을 주지만 때로는 기억하지 못해서 후회하고 슬퍼할 때가 자주 나타난다.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가면서 후회가 늘어나고 나의 미련함만 자꾸 들추어내는 나 자신이 안타까울 때가 있다. 돌이켜 보면 나에게 상처를 주는 대상도 나 자신이고, 나를 위로하는 주체도 나 자신이 된다. 사람들에게 베풀고 살아도 다 못사는 세상인데, 감사하면서 살아도 다 못사는 세상인데, 우리는 왜 그렇게 사소한 것에 목숨걸고 아둥바둥 살아가는지 모를 때가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나 자신을 한번 더 되돌아 보게 된다. 특히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 중 하나인 말에 대한 효용가치를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지구상에 수많은 종들 중에서 말을 사용하고, 말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다. 말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서 서로가 같은 개념들을 공유하게 된다. 인간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좁은 공간에서 수많은 존재가 같이 살아갈 수 잇는 것 또한 말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은 그런 거다. 어느정도까지는 말이 가지는 효용가치는 우리에게 충분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런데 어느 점을 넘어서는 그 순간 우리는 말이 가지는 기본적인 가치에서 벗어나 말의 효용적인 가치를 깍아내리고 퇴색되어진다. 침묵이 필요한 순간이 바로 이 때이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그 순간에,나를 알려야 하는 그 순간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침묵의 효용가치는 배가 된다. 이번 선거에서 말이 가지는 무게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정작 우리 앞에 마주하는 정치인들은 말에 대한 중요성을 잘 못느끼고 살아간다.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서 말에 포장을 하고 MSG를 첨부한다. 그 MSG가 듬뿍 들어간 말은 그 목적이 사라지는 순간 말의 수명도 함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만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말에 대한 의미를 깊이 되세기고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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