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팝콘북
이부키 유키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49일간의 레시피를 쓴 이부키 유키의 소설 <컴퍼니>는 우리 사회의 소시민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회사원으로서 25년차 아오야기 세이이치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자가 되어 좌천될 위기에 놓여지게 된다.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본사가 아닌 커리어 창조 지원실이라는 회사 안에서 한직이라 할 수 있는 곳으로 부서를 옮겨가게 되는데, 이곳은 아오야기 세이이치가 25년간 해왔던 일과 무관한 전혀 새로운 부서였다. 한마디로 이 곳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나가라는 회사의 암묵적인 요구였다. 엎친데 덮친 격 아오야기 세이이치의 7살 연하의 아내 에쓰코마저 세이이치에게 이혼 통보를 하게 되는데, 세이이치는 막다른 구석에 몰린 생쥐나 마찬가지였다. 사느냐 죽느냐 갈림길에서 세이이치가 선택하는 건 생존이었다.


소설에서는 아오야기 세이이치 이외에 세계적인 발레리노 다카노 하루카,스무살 아이돌 나유타가 나오며, 이들은 발레라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모이게 된다. 서로 다른 인생의 목표, 지향점이 다른 삶의 궤적 안에서 그들은 남다른 삶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제약회사에서 쌩뚱맞게 시키미사 발레단이 되어서 연말 공연을 준비해야 하는 아오야기 세이이치의 모습을 보면 우리 삶의 패턴과 교차된다. 언제나 자신의 자리가 유지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치 않은 곳이라는 걸 세이이치는 발레단을 운영하면서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집안에서 자신이 의지해야 하는 가족들과 멀어질 수 밖에 없는 순간 세이이치는 스스로 익숙한 삶의 굴레에서 벗어애 새로운 도약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것이 이 소설 전체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그들이 발레단 안에서 똘똘 뭉칠 수 있었던 건 이심전심,인생역전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길에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순간에 봉착하는 사람은 세가지 선택에서 하나를 추구하게 된다. 앞으로 나아가거나 멈추거나 추락하는 것,그들은  망설이지 않앗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처음이지만, 생소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것, 그것이 불시착이 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그들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그렇지 않다. 아오야기 세이이치와 같은 상황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멈추게 되고, 모든 걸 포기하게 된다. 앞으로 나아가는 걸 망설이게 되는 상황에서 인생역전은 꿈이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어서였다. 희망을 가지고 새로 시작한다는 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선 낙타가 바늘을 뚫고 가는 것처럼 어려워서일까,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간직한채 또 다른 인생으로 갈아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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