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김은 이번 생에 과감히 포기한다 - 20대 암 환자의 인생 표류기
김태균 지음 / 페이퍼로드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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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나는 아프면 웃는 사람으로유명했다. 나도 이유는 몰랐지만 우는 것보다야 좋으니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케모포트를 심을 때도 쉴 틈 없이 킥킥거렸고,두꺼운 주삿바늘을 교체할 때도 항상 웃었다. 폐에 튜브관을 제거하러 온 의사가 간호사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나를 만나보고 싶었다며 인사하기도 했었고, 물론 튜브관을 뽑을 때도 미친 듯이 웃었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퇴원하는 날 간호사분께서 반짝이는 미소와 함께 '헤어지려니까 아쉬워요. 다음에 또 뵈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할 때는 웃을 수 없었다. (p110)


내 앞에 주어진 것에 대해 소중함을 느끼고 살아간다면 내가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내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먼저 눈이 들어오고 , 그것을 가지기 위해서 아둥바둥하면서 살아왔다. 정작 내가 가진 당연한 것들이 사라지게 될때, 그제서야 사라진 것에 대해서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그 소중한 가치 중 하나가 건강이다.건강할 때 몰랐던 것들이 건강하지 않을 때 느끼는 그 감정은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채워지지 못한 그런 감정이다. 그 감정이 반복된다면, 일주일이 지나 한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 9년동안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기분은 아닐 것 같다. 긍정의 씨앗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보다 부정의 씨앗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거다. 저자 김태균씨의 삶을 보면 바로 그런 기분과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고, 지금 나는 참 다행이다라는 걸 깨닫게 된다.


김태균씨는 남다른 후각을 가지고 있다. 후각은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맛있고, 단 것에 눈길이 가는 것은 시작적인 효과 보다 후각적인 효과가 더 강하다. 위험이 감지될 때 시각적인 것을 넘어서 후각이 먼저 눈치채고, 그 위협에서 벗어나게 된다. 공교롭게도 저자는 그 남다른 후각이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이며, 코 안의 뼈가 녹아 내리는 상황조차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후각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서 코 주변의 혈액암의 원인이 되었고, 치료 후 퇴원했지만 재발하고 다시 병원에 입원하였다. 9년동안 암 치료를 해야 하는 삶 속에서 내가 느끼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그 마음이 아닐까 싶다. 평소와 다름 없이 살아가고, 음식을 조리해서 벗지 않아도 된다는 그런 평범한 일상들이 주는 감사함, 저자는 그런 것조차 누리지 못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일탈의 수준은 저자의 입장으로 본다면 생존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일탈이란 조리가 덜 된 계란을 먹는 것이다. 나의 기준으로 보면 일탈의 축에도 끼지 않는 일탈이 저자에게 허용된 일탈인 것이다.그것이 나에겐 안타까움이었고 슬픔이었다.


저자는 말하고 있다. 물리적인 아픔보다 더 힘든 건 정신적인 힘듦이다. 암 병동에서 가장 어린 주인공, 9년동안 투병하면서 수많은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항앙치료를 받으면 구토를 하는 것, 그 자연스러운 현상조차 미안하고 부끄럽다. 저자는 그것에 대해 민폐라 말하고 있으며, 자신이 건강하게 퇴원한다면 갚아나가야 할 몫이라 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나는 그런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당연한 것들이 많아지면서,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 점점 더 관대해지는 대범함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잘못된 것임에도 느끼지 못한다. 저자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나에겐 당연한 것이었다. 자신은 무덤덤한데 주변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들은 무덤덤 하지 않았다. 그것이 9년동안 반복되면서 살아온 지난날, 그것이 저자의 삶 속에 묻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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