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서울, 삼풍 - 사회적 기억을 위한 삼풍백화점 참사 기록
서울문화재단 기획, 메모리[人]서울프로젝트 기억수집가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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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와 산 자의 짐은 다릅니다. 죽은 자는 자신의 짐을 산 자에게 떠넘기고 가요. 살아 있는 자는 그 짐을 평생 지고 가는 거죠.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30년이 지나도 짐의 무게는 똑같습니다. 달라지는 것이 뭐냐, 내가 달라져요. 건장한 스무살짜리 애가 들던 짐의 무게와 지금 드는 짐의 무게가 똑같습니다.나이 드신 분들이 옛날 생각하실 적에 더 아파하고 슬퍼하잖아요. 제가 남기고 싶은 말은요. '내년이면 괜찮아질 거다. 몇 십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다' 가 아닙니다. '몇십 년 후에는 더 힘들어질 더다.(죽은 자가 남긴 짐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입니다. 그러나 꼭 남기고 싶어요.'그러나'라는 단어를요. 또 아직 끝난게 아니고 진행중이라는 'ing' 라는 단어를요. 견디고 또 참아내면 저희 세대로 끝나겠죠. 하지만 제 자식 세대가 그 짐을 들고 가게 된다면 못 견딜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서, 제 자식들도 '아 고모가 이것 때문에 돌아가신 분이구나' 그렇게만 알고 있어요. 제가 자세히 설명하면 저의 힘들었던 짐을 아이에게 물려주게 되는 것 같아 싫더라고요. 제 안에 맺힌 매듭은 10년이 지나도 풀어지지 않고 저를 힘들게 할 겁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분들도 지금 괴롭고 힘든 부분을 잘 견뎌내지 못하면 내년, 10년, 20년 후 , 더 힘들어질 거예요. 짐의 무게 때문에 압사당할 것 같은 느낌도 올 거고, 그러나 잘 견뎌야.'그러나' 라는 단어를 쓰고 싶어요.'그러나' 다음에 올 단어는 10년 후 제가 만들어야겠죠.'그러나 어떻게 됐더라'하고.'그러나'라는 단어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p199)


벌써 20년이 지났다. 1995년 6월 29일 일어났던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는 성장 중심의 압축 경제를 보녀주는 하나의 축이었다. 그때 당시 살아 돌아왔던 마지막 생존자 최명석, 유지환, 박승현, 20대 초반의 청춘은 그렇게 세월이 흘러 40대 불혹을 넘기고 있었다.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삼품백화점이 일어난 날짜도 잊혀졌으며, 생존자에 대한 기억들 또한 흐려졌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에게 또다른 사고를 예견한 것은 아닌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어던 큰 참사가 지워지면 또 다시 비슷한 참사가 일어날 것이라는 팩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우리의 근현대사 속에서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침몰까지, 영화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비극이 다시 우리 앞에 놓여졌으며, 그로 인해 우리는 또다른 갈등의 빌미를 만들어 나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생존자가 나타나지 않고 수습자를 거의 마무리 된 이후, 유가족이 먼져 했던 것이 기억저장소였던 건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아니었을런지, 아프고 또 아프지만, 파내고 후벼 파내는 주변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아픔이 되물림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추모비를 세우고 위령탑을 세우는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였다. 그들을 기억함으로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그 마음, 언론과 정부와 사법과 국회의원과 관공서에서 자신들을 향한 따가운 시선 따위를 감내하고, 견디면서 , 절대 포기 하지 않았던 건 바로 기억과 기록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바로 나의 흐릿해져 버린 그 한 시점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쇼핑 센터를 백화점으로 개조하면서 그들은 서초구청 공무원과 유착관계를 형성했다. 돈이 먼저였고, 돈이 최고였던 그 모습은 삼품 백화점이 무너지기 전이나, 무너진 이후에도 반복 되었다.삼풍 백화점 유가족이 안고 있는 비극을 기회로 활용하려는 자원봉사자들은 시신들 사이에서 그들이 손가락 사이에 있는 반지를 가지려 했으며, 백화점 내부에 있는 명품 물건들을 가지려 했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런 모습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똑같이 재현되고 말았다. 유가족 사이에 비집고 들어온 자원봉사자들은 합법적으로, 비합법적으로 전국 각지에서 들여온 후원물품들을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한 구태를 일삼았다.


이 책에는 나열하지 않는다. 그 때 당시 미디어가 만들어 벌린 기적과 영웅들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다만 20년이 지나 자신들이 여전히 그 시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려줄 뿐이다. 세심풍백화점 붕괴로 인해서 아픔과 트라우마를 여전히 안고 살아가는 그들의 아픈 현실들, 그들은 자신의 후대에는 그런 아픔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서라지고 있는 성수대교 위령탐과 시민의 숲에 있는 삼풍백화점 위령비는 살아있는 사람들과 망자들을 위해 우리 곁에 있으며, 그것은 1995년 그때 당시 일어났던 아픔들을 또렷하게 기억할 뿐이다. 삼풍 백화점이 무너지면서 생존자들을 필사적으로 구해내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 그 와중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 나갔던 이들, 1심에서 징역 10년 6개월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징역 7년 6개월로 감형되었던 삼풍백화점 이준 회정, 10.5미터 마다 세워졌어야 하는 기둥이 21미터마다 기둥이 세워짐으로서 옥상에 올라온 냉각탐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삼풍백화점은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다는 그 현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 책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502명의 희생자들과 그 유가족의 아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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