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러블로그 - 2018년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우희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6월
평점 :
소설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된다. 작가의 삶이 투영된 소설과 그렇지 않은 소설, 많은 소설들이 다양한 장르를 내포하고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소설은 때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짜와 허구를 채워 놓음으로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런 소설일 수록 작가의 생각이 깊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에, 더 쉽게 빠져들고, 더 깊이 작가에 대해서, 작가의 문학세계에 대해서 고 싶어질 수 있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소설 속 주인공 코미디 작가ㄹ와 진짜 이 소설을 쓴 작가 우희덕의 상관관계는 어떤지, 작가의 생각과 가치관 속에서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 보는 재미가 있다.
제 편지가 닿았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어떤 편지가 먼저일지, 저는 무척 궁금해요.심연의 물고기가 하늘을 날 듯 <더 위트> 특집호로 전달되었을지, 아니면 늘 그랬던 것처럼 답장 없는 편지로 땅에 버려졌을지. 뜬금 없는 얘기, 이상한 얘기, 상상만으로 끝난 얘기일지도 몰라요. 작가님의 글처럼요. 작가님이 이 편지를 건네받자마자 바로 읽는다면, 이 모든 것은 또 달라져 있을 테니까요. 인생은 고정된 결말이 없잖아요. 이야기가 그런 것처럼요. 그런 게 이야기죠. (p234)
소설 속 주인공은 <더 위트 > 에 소속되어 있는 일개 나부랭이 코미디 작가였다. 명색은 코미디 작가였지만 , 웃기지 못하는 비운의 무명 작가였으며, 매 순간 평가받고, 지적 당하면서 하루 하루 연명해 나가고 있었다. 작가로서 생존문제와 별개로 그에게는 에고가 존재한다. 하지만 항상 그 에고가 무너지는 순간을 만나게 되었고, 웃기고 싶은게 숙명이 되어 버렸다. 누군가에게 웃기면 글장난, 말장난으로 치부되고 웃기지 못하면 욕먹는 숙명을 지닌 작가는 자신의 처지를 이 소설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여전히 옥탑방에 살아있으면서, 현실은 비참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으려는 부단한 노력은 바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회상하게 만들어 버린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연결되면서 작가에게 찾아온 우연의 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매개체였으며, 한 번의 만남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만남이 도다른 만남이 된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만으로서 우리는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결혼하지 않은 한 여자와의 소개팅은 작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인해 펑크가 나버렸으며, 그로 인해 후회와 죄책감만 남아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그 여자를 바라보는 그 느낌,무언가를 선택하고 무언가는 버려야 하는 그 순간은 인간에게 괴로움과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 두개 다 선택해야 하지만 결코 두개다 가질 수 없는 그 순간이 찾아오면 우리는 그렇게 소설 속 주인공처럼 아프고 고통받게 되고, 그 순간의 기억들은 소가 여물을 되세김질 하는 것처럼 우리의 기억 속에서 되새김질되어간다.
무명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텍스트 뒤에 숨엇거 누군가에게 평가 받는 건 유쾌하지 않다. 익명의 공간에서 컴퓨터를 매개체로 글을 써내려가는 한낯 나부랭이 작가에게 주어진 숙명의 연결점, 작가는 자신이 쓴 원고가 바이러스에 의해 망가지게 되었고, 자칭 컴퓨터 전문가라는 작자는 그 원고를 살려내지 못하고, 무능한 작가의 머니를 찾취한다. 작가는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 속에서 괴로워하고 자책하고 있다. 세상 속에서 자신을 감추고 싶지만 감출 수 없는 삶을 지녔기에 그 안에서 누군가 나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우리는 그 하나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코미디 같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또다른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