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
이진송 지음, 윤의진 그림 / 프런티어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여년전 어떤 프로에서 떠들학하게 만든 방송 하나가 있었다. 방송 출연자가 남성의 기준에 대해 토론하면서 '루저'라는 단어를 쓰면서, 그것이 그 방송 이후 사회적 문제로 나타난 적이 있었고, 미디어와 신문들은 '루저'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그 출연자들을 사회에서 매장시킨 적이 있다. 이후 출연자중 한 사람이 모 오디션에 나와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언급하고 눈물흘리면서 사과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우리 사회가 건전한 사회였다면 '루저'라 쓰는 그 상황을 크게 만들었을까 한번더 생각해 보았다. 사회적 불평등이 고스란히 표출된 대표적인 사건은 바로 우리 사회에 남성의 기준과 여성의 기준을 차별화하려는 모습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남성에게 관대하고, 여성에게 엄격한 모습은 항상 미디어의 먹잇감이 되었으며, 미디어는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데 아주 중요한 도구였다.


이 책에는 바로 그 루저에 관한 사회적 담론을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1988년생이며, 이제 30살이 되었다. 어려서 부터 우리 사회가 주입해 온 표준화된 여성상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으며, 그 표준애서 벗어나더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우선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나답게 살아야 한다는 말 뒤에 숨어있는 폭력적인 모습이 있으며, 남성답게 살아야 한다는 말과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여성답게 살아야 한다는 말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들여다 보고 있으며, 분석하고 있다.


모든 관습과 관행은 말과 언어, 행동에서 비롯된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여성의 가치나 기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여성의 표준에  대해서 남성이 보여주는 폭력성도 현존하지만 여성 스스로 그 폭력성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며느리에게 엄격하게 대하는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모습만 보다라도 우리 사회의 불합리하고 불공평함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여자는 예뻐야 하고, 순종적이며,순결해야 한다는 말 속에 감춰진 말들은 대한민국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으며, 여성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또다른 원인 제공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당연한 것들에 대한 문제 인식이다. 우리 사회는 미디어가 만들어 놓은 당연한 것이 참 많다. 여성 연예인들의 몸무게는 48KG 이어야 하며 그것을 넘으면 뚱뚱하고, 안 넘으면 말랐다고 말한다. 방송에서 여성 출연자들이 몸무게 재는 것을 예능화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은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딸이라면 딸 답게 행동해야 하고, 며느리면 며느리 답게 행동해야 하고,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폭력성에 대해서 저자의 냉정한 시선이 돋보였다


여성이 아닌 존재들은 '여자여자'하지 않음에 훈계할 권력을 가지니까, 평생 들어온 모든'해야 해/하면 안 돼"는 이 '여자여자한가/아닌가'와 직결되어 있다. 순종적인, 나긋나긋한,사근사근한, 얌전한,부드러운, 상냥한,가냘픈,수줍음을 타는, 섬세한 ,배려 깊은, 조신한, 애교 있는, 요리나 청소를 잘 하는 ,청순한,내가 '의외로 여자여자하다'라는 말을 칭찬이랍시고 들었을 때를 떠올려본다. 과일을 예쁘게 깎았을때, 작고 귀여운 것을 좋아할 때,아기를 예뻐할 때..." (P1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