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모자를 쓴 아이들
김은상 지음 / 멘토프레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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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 ,지나온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가 불꽃 속의 불로 뒤셖였습니다. 칼을 쥐고, 그를 죽여야만 모두가 살 수 있다고 결의를 되새기면서 그녀는 그의 심장에, 칼날을 꽂았습니다. 그 어떠한 비명과 피 흘림도 요구하지 않는 칼의 떨림으로, 그러나 칼날을 깊이 넣을수록 고통은 그의 것이 아닌 그녀의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눈가에 피가 고였습니다. 주르륵 흘러내린 피가 맑고 맑은 그녀의 마음속으로 번져 갔습니다.(p160)



이 소설은 가난과 폭력으로 얼룩진 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삶을 그려내고 있으며, 왜 그를 죽여야만 했는지, 그 안에 감춰진 우리가 모르는 또다른 고통과 아픔이 감춰져 있다. 우리 앞에 놓여진 사회의 모순이 폭력의 시적이었으며, 폭력을 행하는 이는 왜 폭력을 행하고 정당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잔혹한 사회 시스템을  드러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소설은 상당히 불편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가부장적 사회 시스템이 가난과 마주하게 되면 어떻게 변질 되는지 왜곡된 사회와 가정의 모습이 드러났다.


1936년 6월 18일생 조영애, 소설 속에서 일곱 남매의 어머니이지 한 남편의 아내로서 존재하고 있는 조영애는 술을 먹고 폭력을 행하는 남편의 서슬에 숨죽이면서 살아가고 있다. 농사를 짓고 살아야 하는 그 시절에 자식들을 하나의 자산이다. 기계가 없었던 그때 의 모습들, 집에서 키우는 소로 밭을 일구고 아이들은 그 밭을 터전삼아 학교를 다니게 된다. 지금처럼 기계가 아닌 손으로 모든 걸 해 왔으며, 흉년이면, 농작물을 팔 수 없어서, 풍년이 되면 농산물을 제값을 주고 팔수 없었기에 가난의 꼬리표는 해마다 반복되었다. 배우지 못하고 살아왔던 그 시절 집안에 무슨 변고가 생기면 그 원인을 여자에게 돌렸던 그때의 모습이 소설 속에 자세히 묘사되고 있다. 지금의 페미니즘의 정서와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바로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소설 속에서 가난 속에 생존을 거듭해 왔던 삶의 고리들이 연속적으로 점층적으로 쌓여져 왔으며, 그들의 핍박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가난속에서 공장의 공돌이 공순이가 되었던 그들의 삶 속에서 일곱 남매들은 제갈길을 걸어가고 있다. 배움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였다. 생존하기 위해서 배워야 했던 거다,남편의 폭력에 대한 응징, 그로 인해 죄책감을 가졌던 그녀의 삶, 술에 의지해 살아야 했던 남편은 걸국 뇌졸중에 걸리게 되었으며, 아내는 28년간 남편 수발을 들었다.


이 소설은 바로 우리 정서와 일치하고 있다. 가부장적 사회란 남편의 권위를 높여나가는 일반적인 수준에서 벗어난다. 남편의 말이 법이고, 힘이다. 그로 인해 한 집안은 점점 더 멍들어가고 있으며, 참아야 하지만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극과 극은 통한다 하였던가, 아내의 극단적인 행동은 바로 이런 과정 속에서 만들어 졌으며, 그것에 대한 후회는 존재하지만, 스스로 자기 합리화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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