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민음사 모던 클래식 4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네 번째 메시지. 오전 9시 46분 , 아빠. 토머스 셸이야, 토머스 셸이라고, 여보세요? 내 말 들리니? 거기 있니? 전화 좀 받아라.제발! 받으라고,난 테이블 밑에 있다. 여보세요? 미안하다. 젖은 냅킨으로 얼굴을 덮고 있어. 여보세요? 아니요. 다른 걸로 해봐요.여보세요? 미안하다.사람들이 미쳐가고 있어.헬리콥터가 주위를 빙빙 돌고 있고, 그리고 옥상으로 올리길 갓 같다. 사람들 말로는 뭔가 수가 있을 거래.피란이랄까.모르겠어요.저걸 써보세요. 거기 올라가면 탈출할 수 있을 거라는구나. 그렇다면 말이 되지. 헬리콥터가 충분히 접근할 구 있을 거야. 그렇겠지. 제발 전화 좀 받으렴. 몰라요. 네, 저거요.거기 있니? 저걸 써 보라고요.(p287)


소설은 2001년 9월 11에 일어났던 테러를 모티브로 하고 있었다. 비행기를 탈취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충돌한 사건으로 인해 수천명이 죽어야 했다. 그때의 사건을 모티브로 쓰여져 있지만, 소설은 그 사건에 대해서 정치적인 이야기가 아닌 한 가정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보석상을 운영하는 토머스와 그의 아들 오스카, 아홉살이 된 오스카는 여느 아이들보다 영리하고 똑똑하였다. 숫자에 대한 이해도가 남달랐으며, 아빠와 게임을 즐기면서 자신의 영리함을 부모님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스카는 아빠의 죽음으로 시간에 갇혀 버리게 된다. 아빠가 9월 11일에 남겨놓은 마지막 음성 메시지와 전화는 오스카 뿐 아니라 오스카의 아내 마드무아젤 셸에게도 슬픔이었으며, 오스카는 아빠를 그리워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더 아빠를 생각하게 된다. 아빠가 남겨놓은 유품 중에서 찾아 낸 블랙이라는 단어와 좌물쇠, 오스카는 그 좌물쇠가 블랙이라는 사람과 관련있을 거라 생각하고 뉴욕에 있는 블랙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을 모두 찾아가기로 결심하게 된다. 


오스카는 '블랙'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서 상처를 치유하게 되고 아빠에 되한 그리움과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오스카의 감정 표현과 혼란스러움, 오스카의 내면 속 슬픔과 마주하게 되는데,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현상들을 조금씩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이 알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하는 과정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찾는 '블랙'이라는 이가 바로 오스카의 알아버지였으며, 할아버지 또한 아들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오스카의 할머니는 24년전 세상을 떠났으며, 그로 인해 할아버지는 아파트 밖을 나오지 못하게 되는데, 죽음이란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 주는 소설이었다. 어쩌면 오스카의 성장 뒤에는 아빠의 죽음이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생에서 지혜와 깨달음, 성장을 얻게 되지만 죽음 앞에서 더 큰 깨달음과 지혜를 얻는 건 아닐런지, 오스카의 내면 속 깊은 슬픔과 외로움은 바로 우리가 놓쳐 버리고 있는, 외면하고 있는 나 자신의 또다른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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