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꽃시
김용택 엮음 / 마음서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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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몰래 공민학교에 갔다가 

받아온 입학원서에
친정어머니는 여자가 무슨 공부냐고
호미를 들고 쫒아와서 그만뒀다. (P28)

그 땐 그랬다. 여자는 공부하면 안 되었다. 차별이 당연하였고, 가난 속에서 여성은 모든 것에 차별 받았다. 배움에 잇어서 집안의 장남이 우선이었고, 아들이 먼져였다. 딸에게 공부는 사치였다.


주소도 몰랐고 버스를 탈 줄도 몰랐다
편지를 쓸 줄도 보낼 줄도 몰랐다
외면하고 내치는 엄마의 마음도 몰랐다
내쳐진 1년 남짓 엄마의 부고를 들었다.
장례식에 갈 줄도 가야 하는지도 몰랐다.(P55)


가난은 되물림 되었다. 배우지 못해서 그렇게 가난하게 살았다. 무시 당하지 않으려고, 배우지 못한 걸 티내지 않으려고 세상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 하물며 자식들과 거리를 두려 하는 어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글자를 모르기에 주소를 쓸 수 없었고, 이름도 쓸 수 없었다. 버스를 탈 수 없었고 여행을 떠날 수 없었다. 아리고, 슬펐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내일은 나도 쪽지 붙여볼란다.
"며늘아,너도 숙도하렴
그리고 사랑해" 라고...(P63)


네 살 다섯 살 먹더니
자꾸만 뭣을 물어싼다
"왜요?" "왜 그러는데요"
"할머니 ,동화책 읽어 주세요." (P71)


눈이 있어도 볼 수 없어
혼자서는 어딜 가본적이 없었어요.

글을 배우고 익히던 중
강원도 홍천에 다녀올 일이 생겼지요

평택에서 수원,수원에서 홍천
홍찬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하는 곳

혼자서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길을 잃어버리고 헤매는 건 아닐까?(P110)


한글을 알게 되면 당연한 것이 한글을 모르면 당연하지 않게 된다. 손주가 물어봐도 꿀먹은 벙어리 신세가 되어야 했고, 동화책을 읽어주지 못했다. 여행을 가고 싶어도 글을 몰랐기에 혼자서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낯설고 두렵고 창피하다는 걸 , 글자를 모르는 할머니들은 피부로 절감하게 된다. 세상은 점점 편리해지고 달라지고 바쁜데, 자신은 멈춰 있다. 글을 배우고 싶어도 배울 곳이 없었고, 글을 몰라서 사기를 당해도 누군가에게 하소연 할 수 없었다. 은행에 가서 돈을 찾고 싶어도 글을 오르기 때문에 불편하였다. 하지만 이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글을 모르는게 창피해 한글 교실에 가는 걸 며느리에게 꽁꽁 감춰야 했던 그 순간, 하지만 들켜 버렸고,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동시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였다. 글을 몰라서 10분 거리의 이웃 동네에 버스를 타 본 적이 없었고, 항상 어디서나 두 발로 걸어다녔다. 어쩌면 할어버지에 대한 기억이 쇠심줄과 같은 고집을 느꼈던 건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아는 것이 전부였고, 모르는 것은 틀렸다 생각하였던 지난 날, 가난해서 공부하지 못했고, 배우지 못해 한 평생 후회하면서 살아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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