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스 컷 - 살인을 생중계합니다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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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불행이 닥쳤을 때, 그 불행이 그 가족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것들조차 앗아가는 그 순간, 사람들은 그들의 불행에 대해 동정하고, 같이 아파하고 슬퍼한다. 그걸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상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그것이 사라진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모습이 발생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 미디어를 일순위에 올려 놓고 있다. 수많은 미디어가 나타나면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밝혀줄거라 생각하는 우리의 기존에 느꼈던 가치관이 무너지고 있으며, 그들은 사람들조차 하나의 수단과 도구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으며, 때로는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상황을 연출해서라도 무언가를 얻으려하고, 그런 행동에 대해 자기 합리화를 만들어간다. 우타노 쇼고의 신작 <디렉커스 컷>은 바로 그런 우리의 우울한 모습을 그대로 연출하고 있다.


방송사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하세미는 MET TV소속 AD 이며, 열심히 일해 연출자가 되었지만 현실은 달라진게 없었다. 하세미는 세상의 일탈적인 모습을 카메라를 활용해 조작하고 연출한다. 재미가 없는 것을 재미있게 만들고, 자극적이지 않는 걸 자극적인 것으로 바꿔 놓는게 세상의 불공평함에 저항하는 하세미가 하는 주업무이다. 그건 방송 편집의 힘이며, 그걸 우리는 악의적인 편집이라 부르고 있다. 여기서 하세미의 일탈적인 모습, 사기를 치는 하세미의 일상을 들여다 보면 고타로와 함께 하면서 조작을 하고, 가짜 뉴스를 만들면서 그것에 대해 죄책감이 전혀 없다. 자신의 삶이 비참하기 때문에, 하세미의 내면에 감춰진 분노가 카메라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으며, 그것이 방송에 전파를 타고 대중들에게 노출되고 있었다.


하세미와 고타로의 협업, 두 사람의 동맹이라고 해야 할런지. 둘은 조작 방송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상황들을 연출하고 있으며, 두사람의 조작 방송에 예기치 않은 변수가 나타나게 되었다. 그건 고독하고, 혼자 남겨진 가와시마 모토키였다. 가와시마는 미용사 보조일을 하고 있으며, 주로 고객의 머리를 감거나 미용실에서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가와시마 모토키가 트위터에 이름이 없고, 지문이 없다고 말하는 건 그의 직업과 연관되어 있으며, 미용일을 하면서 지문이 사라져 버렸다. 트위터는 철저히 자신의 내면을 분출하고 화풀이를 위한 도구였으며,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는 혼자만의 익명의 계정이었다. 하지만 그 계정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하세미 준야와 가와시마 모토키의 만남. 하세미는 자신이 만든 방송 프로가 노출되면서 무기정직을 얻게 되었다. 방송사 하청직원으로서 신분은 유지되고 있지만 일도 하지 못하고, 월급도 없다. 그건 어쩌면 자신이 저지른 일에 비하면 당연한 수순이지만, 하세미는 자신에게 처해진 징계에 대해 불공평하다 말하고 따지고 있다. 그런 하세미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자신에게 놓여진 상황을 어땋게 바꿔 나갈 것인가 궁금해진다. 하세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도구이자 수단인 카메라로 인해 징계를 얻었으니,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카메라를 다시 이용하게 되었다. 살인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것, 살인을 저지르고 사라진 가와시마 오토키를 카메라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묘책을 찾아내고 있었다. 자신에게 일이 주어지지 않았지만 하세미는 방송일을 독자적으로 맡아 하고 있었고, 그 타겟이 가와시마 모토키였다. 그의 트위터 계정을 찾아내 그 안에서 가와시마가 쓴 트위터글을 찾아낸 뒤 그가 어디 살고 있는지, 그의 성향은 어떤지 분석하고, 가와시마가 스스로 하세미 앞에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세미는 미디어의 생리를 너무나도 잘알고 있는 혐오스러운 인물이었다. 가와시마가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또한 스스로 특종을 찾아내면 자신을 내쳤던 방송국조차 손을 내밀거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방송국의 입장에선 하세미는 유혹적인 존재이면서 위험한 존재였다. 달콤한 초콜릿 속에 양귀비와 같은 마약이 감춰진 존재, 그가 하세미였다. 그들은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세미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서 달콤한 초콜릿만 취하기로 작정하게 된다.지만 소설은 그들의 목적에 대해 뒤통수를 제대호 후리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밤의 방황인'에게 화가 치밀어 세상에 이런 비열한 인간도 있다고 폭로하고 싶었으리라. 또 하세미의 쪽지에 따로 답신을 하지 않은 것에도 무언의 의지가 느껴졌다.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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