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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평점 :
2017년 5월 문유석 작가(?)의 미스 함무라비를 읽었다. 한세상 부장판사와 임바른 판사, 초임 판사 박차오름이 한 팀(?)을 이뤄 재판을 하는 그 과정이 흥미롭게 소설을 통해 풀어내고 있었다.그때 당시 소설 <미스 함무라비>를 읽은 뒤 드라마로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그 때 여주인공 박차오름 역으로 고아라가 딱이라 생각했었고 그 예상은 1년 뒤 적중했다.문득 지금 와서 그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 테클 걸 수 있다. 하지만 고아라의 출연 드라마 중에서 <반올림> 에 나오는 이옥림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박차오름=고아라" 라는 걸 충분해 예상할 수 있다. 지금 서태지의 아내가 된 이은성과 이은성과 단짝으로 나오는 고아라, 칸의 남자 유아인이 함께 출연했던 드라마 반올림에서 고아라는 상당히 신경질적이고, 감정적이었고, 실수범벅이었고, 때로는 무모하였다.그러면서도 항상 자신의 결정에 대해 고민하고 아파했다. 소설 <미스 함무라비>에 나오는 박차오름처럼 드라마 <반올림>에 나오는 이옥림도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이 소설을 다시 읽은 느낌은 무언가 남다르다. 같은 책을 다시 읽는 다는 건 교과서 한권을 다시 들여다 본다는 것과 같다. 소설 스토리를 거의 대부분 알고 있고, 주인공 한세상 부장판사와 임바른 판사, 박차오름 판사의 특징에 대해 알고 있는 상태에서 다시 읽으면서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지 않을까, 이 소설 속에 문유석 판사는 법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바꿔 놓기 위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걸까, 분석하였다. 그리고 한가지 깨닫게 된다.소설은 소설이고, 현실을 현실이라는 거다. 사극 드라마를 보고 그 안에 역사적 사실을 역사 그 자체라 생각하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 그건 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실 속 부장판사와 소설 속 하네상 부장판사는 차이가 난다. 원고와 피고의 삶에 판사는 끼어들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재판을 열게 된다. 막말을 하고 때로는 흥분하는 한세상 판사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법보다 도덕을 강조하는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판사이다. 하지만 실제 판사들은 법대로 재판을 열고 피고와 원고의 기록을 바탕으로 거짓과 진실을 판결 내린다. 그걸 알지 못한 채 이 소설 속의 이야기를 픽션으로 바라보아야지, 현실로 바라보는 건 작가의 의도와 맞지 않다.
문유석 판사는 그렇게 우연한 기회에 신문에 판사의 삶에 대해 연재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대중들이 판사와 법에 대해 관심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소설을 썻다. 그 작품이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적인(?) 판사, 억울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재판과 판결을 내려주는 그런 판사를 이 소설 속에 그려내고 있다. 또한 임바른 판사와 박차오름 판사는 매순간 기록을 들여다 보고 그 안에서 야근을 밥먹듯 하는데, 자신이 개입된 재판에 대해 그 이후의 모습을 들여다 보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소설은 소설이라는 걸 다시금 재확인하게 된다. 판사 앞에서 굽신굽신거리는 전과 26범의 주폭 할아버지가 사는 곳을 판사가 직접 찾아가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재판과 연관된 피고가 자살을 한다 해서 그것으로 고뇌할까 의문스러울 땨가 있다. 물론 판사들을 직접 접해 보지 못했고 그들의 민낯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정확하진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우리는 법에 대해서 상당히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그것을 법에 호소하지 않고 참고 인내한다. 지금이야 문맹에서 벗어나 모두가 글자를 알고 공부를 할 수 있고, 모르는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1990년대엔 그렇지 못했다.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행동에 대해서 억울해 하고 호소할 곳을 찾지 못해 망연자실하게 된다. 사람들은 그런 아픔들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건 법에 대해서 잘 모르고, 법은 우리 삶을 억압하고 강제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 사회에서 법은 최대한 평등과 공평함에 가까운 판결을 내렸지만 , 그 이전 독재 사회에서 법은 정치와 힘의 논리에 따라 때로는 무기력한 존재이기도 했다.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친일 부역을 했던 판사들이 나오는데 삼권 분립이면서도 판사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잇는 법봉을 마음대로 휘두르면서, 국민의 인권을 무시하고 파괴한 경우가 있었다. 소설 <미스 함무라비>는 그런 의미에서 판사의 삶과 고뇌, 인간적인 모습을 들여다 몰 수 있고, 그 안에서 판사들의 인지적인 편향과 오류들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매일 매 순간 재판과 씨름하고 기록을 들여다 보는 그들은 정의에 가까운 판결을 내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사실 그 하나만은 놓치지 말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