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아셰트클래식 4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모리스 포미에 그림 / 작가정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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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L가잔제품 오픈 행사가 있었다. 선착순 두명에게 자전거를 주는 그 이벤트 행사에서, 4시간 기다려서 자전거 하나 가져왔다. 4시간 동안 기다리면서 무료한 시간을 채울 책 한권으로 정치사상사와 모비딕 둘 중에서 모비딕을 선택했다. 모비딕을 선택한 건 사람들이 모이면 시끄러워질 것 같아서였고, 그 예상은 맞았다. 혼자 있었던 한시간의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으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느꼈다. 또한 기다리면서 주변에 그동안 생각해 본 적 없었던 환경이 보여지기 시작했다. 선거철이라서 나보다 일찍온 정치인은 사거리에서 인사를 하고 있었고, 좀 더 기다리니 가전제품 직원들이 모두 모여서 밖에 나와 인사를 하는 거였다.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우리 주변에 느끼지 못하는 치열한 삶이 존재한다. 그건 시간을 바꾸고 공간을 바꾸면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볼 수 잇는 소소한 우리들의 모습이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소설 속 주인공이자 피쿼드호의 선장 에이헤브 선장과 그 주변 인물들은 향유고래를 쫒고 있었다. 왜 하필이면 향유고래였을까, 처음에 이해가지 않았던 그 실체가 소설을 다 읽고 난 마지막에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석유가 없었던 19세기 향유고래가 품고 있는 기름은 포경선 선장들에게 짧짤한 수익원이었던 거다. 향유 고래 한마리에서 나오는 500갤런의 기름은 낸터컷 사람들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었고 고래를 잡으면서 경험하는 무섬증을 극복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그들에게 고래는 경외의 대상이었고, 신적인 존재였다. 거대한 세개의 대양을 휘젖고 다니는 고래는 어둠 속에서 솟구쳐 오늘 때 생기는 공포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어야만 포경선에 오를 수 있고, 그들은 고래를 잡을 수 있었다.자연은 그들에게 극복의 대상이 아닌 순종의 대상이었다. 그러면서 그 경외의 대상을 마주할 수 있어야 만 고래를 잡을 수 있다.


그렇게 그들은 힘을 합쳐 고래를 잡으로 망망 대해를 떠나게 된다. 고래를 잡으려다 다리 한쪽을 잃어버린 에이해브 선장의 이름은 성경에서 따온 이름이며, 소설 곳곳에는 성경의 메시지로 채워진다. 배와 부딪친 하얀 고래를 쫒는 피쿼드호, 허먼멜빌은 자신의 직업을 바탕으로 <모비딕>을 써내려 갔으며, 31살에 쓰여진 문학 작품은 고전이 되었다. 아니 19세기 그의 책은 소설이 아닌 고래학에 분류되었고,100년 뒤 후대에 허먼멜빌의 <모비딕>의 가치가 다시 검증되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


이 소설은 하나로 요약한다는 건 쉽지 않다. 중요한 건 그 시대상을 이 소설에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으며, 고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들로 채워졌다. 역사 속에서 동인도 회사가 새로운 항해술을 개발하려고 한 이유, 희망봉을 발견하고,인도로 향하는 그들의 목적은 중국이나 한국,일본을 포섭하는 것 뿐 아니라 고래 포획과도 연결되고 있다. 포경선이 한번 떠나게 되면 3년 이상 걸리는 긴 여행길을 떠나야 하며, 그들은 쩔은 음식을 달고 살아야 한다. 그 안에서 보여지는 처절한 모습들, 각자의 배들은 서로 만나면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고 자신들의 배 안에 있는 편지들을 배와 배들이 만나면서 소식을 전달하게 된다. 물론 편지를 전하는 것 또한 시간과 때가 맞아야 한다. 


스타벅이 여전히 용기를 발휘할 수 있었다면, 그의 용기는 정말 대단한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정신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렇게 끔찍한 경험과 기억들은 그의 내면에 어떤 요소를 자라나게 했을 것이고, 이것은 잠재해 있다가 적당한 상황이 닥치면 껍질을 깨고 나와서 그의 용기를 모두 태워버렸을 것이다. 그는 용감할 지 모르지만, 그것은 대담한 사람에게서 주로 볼 수 있는 용기였다. 그 용기는 일반적으로 바다나 바람이나 고래, 또는 세상에 흔히 잇는 불합리한 공포와 맞닥뜨렸을 때는 굿꿋이 견뎌내지만, 더 정신적인,그렇기 때문에 더욱 무시무시한 공포, 예컨데 어떤 힘깨나 가진 사람이 격분하여 눈쌀을 찌푸리며 위협할 때의 공포는 견뎌내지 못한다.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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