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와이다 준이치 사진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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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천황과 도쿄대 1,2>을 읽고 그의 대표적인 저서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를 읽고 싶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서재에 대해 극찬하고 있으며, 그의 남다른 독서 편력을 알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이 책에 담겨진다. 600페이지의 두께에 그가 책 서재로 쓰고 있는 고양이 빌딩을 소개하고 있으며, 저자의 남다른 책 분류법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저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 권수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며, 저자가 직접 산 책도 있고, 누군가 가져다 주는 책도 있다. 


우선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글 하나로 요약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책의 첫머리에는 죽음에 관한 책들이 소개되고 있다.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쓴 <죽음과 죽어감>은 국내에도 번역된 책이며, 일본에도 죽음에 관한 다양한 책이 소개되고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펼쳐보면 그는 1940년 생이며,전공은 불문학이지만, 인문, 과학, 종교, 철학, 어학,우주학까지 다양한 분야들을 섭렵하고 있다. 고양이 빌딩 속에 있는 책들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책 집필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때로는 책장에 책들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경우도 있고, 너저분하게 빌딩 곳곳에 눞혀 있는 경우도 있다. 


그의 책을 읽게 되면 일본의 번역 문화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우리의 독서와 책 번역은 유명한 작가나 베스트셀러에 치중해 있으며, 팔리지 않는 책들은 번역되지 않는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래서 일본에는 번역되어 있지만 국내엔 번역되어 있지 않은 책들이 많다. 고대 그리스 시대 철학자들의 책들이 그렇다. 간혹 아카넷에서 그리스 시대 철학자들의 책들이 번역되는 경우가 있지만, 일본처럼 하나의 전집으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부러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잘 팔리지 않는 인문학 저서들은 정부의 지원이 없이 번역될 수 없는 우리의 모습과 비교된다.


책에는 다양한 주제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 공산당, 핵발전소 문제, 미시마 유키오, 옴진리교, 우주선, 미국의 문화와 역사들, 리처드 파인먼에 관한 일화들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다치바나 다카시의 세권의 책을 읽었기 때문에 더 눈길이 갔으며,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핵발전소는 미래에 어떻게 바뀔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즉 지금의 재처리 방식으로는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으며, 원자력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핵재처리 기술도 바뀔 수 있다. 


책에서 옴진리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990년대 사린가스를 이용해 일본 사회를 떠들석하게 했던 옴진리교, 그들은 종교집단이면서 출판사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들이 운연하는 출판사는 <옴 출판> 이라 부르며, 옴출판에서 나온 잡지와 저서들이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적의 한켠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옴진리교의 실체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었다.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다치바나 다카시는 인문학이나 과학에 대해 정통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저자는 리처드 파인만이 쓴 책들을 거의 다 소장하고 있었다. 국내에도 리처드 파인만에 관한 책들이 다수 번역되고 있는데, 그의 저서들 중에는 그가 직접 쓰지 않은 책들도 있다. 또한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책들 중에서 챌린저호 폭발에 관해 분석한 보고서가 있으며, 저자는 그 분석서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미국와 유럽의 문화와 역사를 알려면 성서를 이해할 수 잇어야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성서란 영어로 된 성서가 아닌 히브리어로 된 구약성서와 그리스어로 쓰여진 신약성서이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성서를 이해하기 위해서 히브리어를 직접 배웠으며, 자신의 히브리어를 바탕으로 성서의 실체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미국인과 가까이 하려면 히브리어로 된 성서를 꼭 읽어보라고 말한다. 미국인들 대부분이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철썩같이 믿고 있으며, 히브리어로 된 성서릉 읽었다면 그들과 대화가 통하기 때문이다. 


미시마 유키오, 그가 살았다면 노벨문학상을 받앗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할복자살하였다. 미시마 유키오는 일본 전공투 세대였고, 미시마 유키오의 저서를 몇권 읽은 적 있다. 금각사, 파도소리 , 가면의 고백 뿐 아니라 부도덕 교육강좌, 동경대 전공투 등등 그의 극우적인 성향은 일본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하나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책에는 미시마유키오가 쓴 <영령의 우상>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책은 일본의 2.26 사건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책은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어를 잘하면, 그가 소개하는 책들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치바나 다카시가 언어를 배우는데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보들을 채울 수 있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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