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좋은 날, 경복궁 - 경복궁에서 만난 비, 바람, 땅, 생명 그리고 환경 이야기
박강리 지음 / 해나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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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땐 그 느낌이 다르다. 내가 사는 곳 주변 환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익숙한 곳, 나에게 눈이 익은 곳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알지 않게 되고, 스쳐지나가게 된다. 내가 사는 곳 가까운 곳에 있는 문화재와 자연유산에 대해 깊이 알려고 하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책에 나오는 경복궁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궁궐이었던 경복궁은 지금의 모습과 많이 다르며, 왕과 왕의 친척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전쟁이 나면 언제나 경복궁은 위험에 처해지게 된다.경복궁 앞에 남아있는 광화문은 지금과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초기의 우리가 생각했던 흔적들은 퇴색되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현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펼쳐보면 경복궁의 역사 뿐 아니라 그 안에 존재하는 저연에 대해 들여다 볼 수 있으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작은 곳, 소소한 것들을 관찰하고 있다.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는 돌 하나, 흙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그것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놓치지 않고 있다.


자연적인 것들, 근정전 마당에 있는 화강암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처럼 인공적으로 반듯한 모습이 아닌 화강암 돌을 얇게 깍아서 돌과 돌 사이의 공간에 물이 스며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도시 곳곳에 남아있는 콘크리트 일색의 도로에서 보여주는 무미건조함은 경복궁 안에선 찾아볼 수 없다. 돌과 돌 틈새엔 물이 스쳐지나가며, 그 안에선 생명이 숨쉬고 있다. 식물이 광합성을 머금고 성장하면서 동물도 함께 상부상조하게 된다.


사정전 동쪽에 있는 해시계 앙부일구는 12지에 따라 시간을 나누고 있으며, 13개의 가로선이 존재한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2개의 시간의 간격은 1년 내내 365일 내내 우리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앙부일구는 자연의 시간이며, 그것은 우리가 차고 다니는 시계와 다른 시간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산업화 이후 인공적인 시간은 사람들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시간이며, 정확하면서도 정확하지 않다. 반면 앙구일구가 가리키는 시간은 정혹하지 않으면서 정확한 시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복궁 곳곳에 있는 부시와 홰꽃이는 새를 쫒기 위해서 만든 자연적인 도구였다. 새를이 경복궁에 둥지를 틀게 되면, 따라오는게 있으며, 그건 뱀이었다.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에 동지를 짓는 새들은 그로 인해 뱀의 먹이가 될 수 있다. 부시와 홰꽃이는 새들도 살고 사람도 살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였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자연이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산업화 이후 인간은 많은 걸 바꿔 놓았다. 우리가 쓰고 버리는 쓰레기들은 자연적으로 재활용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과거엔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쓰고 버리는 것들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으며, 그것을 우리 선조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욕심을 버릴 수 있었고, 함께 살아갈 수 있었다. 내가 가진 걸 나눠 먹는 습관이 사라진 우리에게 놓여진 현재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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