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 가까울수록 상처를 주는 모녀관계 심리학
가야마 리카 지음, 김경은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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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관계를 알고 싶었다. 때로는 친구 같으면서, 때로는 치열한 웬수처럼 싸우는 딸과 엄마의 모습을 보면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바로 나의 엄마와 외할머니 관계였다. 살아계실적 엄마와 외할머니는 웬수처럼 싸웠고, 시골에 들어갈 때마다 그랬던 것 같다. 서로 무슨 문제가 있어서 저렇게 싸우고,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서로 그러는 걸까, 옆에서 보기엔 한쪽이 잘못하고, 한쪽이 덜 잘못한 것처럼 보이지 않고, 서로 똑같은 모습으로 비춰졌고, 절대 지지 않으려는 딸과 딸을 이겨 먹으려는 엄마의 자화상이 고스란히 나타날 때가 있다. 그것은 살아생전 치열했던 모습이 한쪽이 세상을 떠날 때 상처로 남게 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아픔으로 남아 있게 된다. 그 상처는 분명 주변 사람들에게 향한다. 그 안에 감처진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 서로 떨어지고 싶지만 떨어질 수 없는 관계와 심리를 엿보고 싶어서 이 책을 펼쳐들었다. 


"엄마는 평소엔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면서 왜 이럴 때만 어른이니까 알아서 하라고 할까요? 어릴 때부터 나를 과잉보호했으면 지금도 변함없이 나를 돌봐주어야 하지 않나요? 이제 와서 본인이 나이 들었다고 피해버리다니, 정말 너무하지 않아요?"(p23)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엄마와 딸의 모습이다. 아기가 아이가 되고,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어가는 딸의 모습. 그 과정에서 엄마도 나이가 먹으면서 삶이 바뀌게 된다. 체력도 떨어지고 여기저기 아파오는데, 딸을 바라보는 시선은 변하지 않는다. 몸에 배인 습관이 딸을 구속하고 간섭하고 통제하게 된다. 정작 딸이 엄마가 필요한 순간 엄마는 '나는 모른다'고 말한다. 그건 딸의 입장에선 분노였고, 증오였으며, 혐오갑이었더., 엄마는 딸을 자신의 거울로 생각하고, 딸이 잘못되면 자신이 잘못되었다 생각한다. 딸도 마찬가지이다. 서로가 자신의 그림자이거나 거울이 되면서, 서로를 구속하려 들고 때로는 벗어나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고, 서로 싸움이 반복된다.


딸을 지배하려는 엄마의 심리는 '분리불안'과 관련이 있다. 이전까지 분리불안은 '부모와 떨어지기를 지나치게 싫어하는 심리'라고 해서 아이의 관점에서만 연구되었다. 그러나 최근 심리학에서는 부모의 분리불안을 주목하고 있다. 발달심리학은 '아이를 남겨두는 것에 대한 서운함과 걱정, 죄책감 등 불쾌한 감정' 이라고 부모 중에서도 엄마의 분리불안을 정의 했다. (p104)


엄마의 마음 속 분리불안에 대해서 짚어나가고 있다. 보편적으로 분리불안은 아이의 기준으로 바라보았다. 아기가 엄마가 갑자기 안 보일 때 분리불안을 느끼고 울거나 보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엄마에게도 분리불안이 있다. 엄마의 엄마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의지해야 할 대상이 사라지면서, 엄마는 자신의 가장 가까운 딸에게 그 마음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으며,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딸 , 딸의 행동에 대해 분노를 드러내는 엄마의 모습이 교차된다. 돌아켜 보면 그런 것 같다. 매주 외할머니를 보려 가면, 외할머니의 모습은 심각할 때가 있다. 엄마의 기준으로 볼 때 자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외할머니)의 모습이 기분나쁜 거다. 서로의 감춰진 분리불안은 서로를 옥죄고 있으며, 내 안의 감정 찌꺼기를 털어내지 못하고 서운함이 쌓이게 된다. 


쓸쓸하게 혼자 있는 엄마에게 분노의 감정을 갖는 것도 나의 이기심 때문 아닐까? 엄마의 말에 위화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때마다 이렇게 그보다 두세배 더 강한 죄책감이 끓어올라 당신을 괴롭혔을 것이다. (p135)


엄마가 딸을 바라보는 시선과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그건 딸이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아들이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딸과 엄마의 마음은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개입하고 터치하게 된다. 딸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딸의 몸이 내 몸이니까, 딸이 아프면 내가 아픈거다.그런데, 그 감정을 서로에게 드러내지 못하면서 갈등의 씨앗이 되고, 서로가 헤묵은 과거의 이야기를 드러내면서 다시 싸움을 반복한다. 반면 아들은 그렇지 않다. 서로 이질감을 느끼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게 되고, 크게 간섭하지 않는다. 엄마가 아들에게 하는 것처럼, 아들이 엄마에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불편한 관계가 엄마와 딸 관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 엄마-나(엄마) -딸로 이어지는 관계라면 어떨까 생각해 보게 된다. 중간에 끼여있는 나(엄마)는 자신의 엄마의 행동에 대해 상처를 입고, 자신은 엄마와 같은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 않다. 엄마와 나(엄마)의 관계가 나(엄마)와 딸의 관계가 될 수 있고, 자신이 느끼지 못했던 분리불안의 실체는 엄마가 돌아가시게 되면 자신이 그걸 답습하게 되고, 그 분리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딸에게 또다른 폭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그런 내 안의 부정적이고 , 자신을 파괴하는 감정의 찌꺼기를 어딘가에 써내려가면서 털어내야만 엄마-나-딸로 이어지는 부정적 감정의 연결고리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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