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의 장사법 - 그들은 어떻게 세월을 이기고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나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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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등장하는 노포 (老鋪) 는 노포동 (老圃洞) 과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자는 '대대로 내려오는 가게' 를 뜻하며 후자는 부산 금정구의 한 지명 이름이다. 책 제목만 보고 나에게 익숙한 지명인 줄 알았다. 이 책은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대한민국 곳곳의 숨어있는 가게 27곳을 소개하고 있으며, 그곳은 때로는 유명 연예인들이 찾아오며, 영화촬영지로도 쓰여질 때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노포(老鋪)라 불리는 가게를 찾고, 그곳을 기억하는가에 대한 생각과 그곳에 살아남을 수 있는 장사의 근본철학은 무얼까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세상은 바뀌고, 사람도 바뀐다. 하물며, 그 안에서 맛이 버뀌지 않는 건 이상한 거다. 과거에 사용했던 조리법도 달라지게 되고, 쓰는 조리기구나 요리하는 방법도 달라지게 된다. 그럼에도 책 속에 나오는 27곳은 어떻게 지금까지 대대로 이어져 왔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흔히 보편적으로 그들의 도덕적 가치에 대해 주목하게 되는데, 그것이 그들의 생존에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 가게가 생존할 수 있는 건 그곳을 찾아오는 이들이 끊임없이 있어 왔고, 노포(老鋪)를 아끼는 사람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단골 손님들의 따끔한 충고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시대를 거슬러 오는 것, 책 속에 나오는 27곳은 그 지역의 랜드마크였으며,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가게였다. 주변에 소문내지 않아도 소문이 나는 곳이며, 어릴 적 먹었던 입맛을 나이가 들어서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그들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였고 ,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명감을 가지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주변 가까운 곳에 있는 노포(老鋪)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먼저 빵집이 있고, 약국이 있으며, 분식집이 있다 이 세곳은 어릴 적 친구들과 만나고 헤어질 때 함께 해 왔던 추억이 존재한다. 10대 어릴 적 친구들이 함께 모였던 곳이며, 그곳에 대한 향수가 짙게 남아있었다. 그건 시간이 흘러 고향에서 벗어나 타향에 살아도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알아먹는다. 서로 타 지역 커뮤니티에서 대화를 할 때 서로 통하는게 있다는게 우리에게 하나의 위로였고, 작은 행복이었다. 그곳에 가면 언제든지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다는 것, 내 주변 사람들이 예기치 않은 이유로 헤어지게 되고 만나지 못할 때, 책 속에 등장하는 노포(老鋪) 와 같은 곳에 가면 친구들을 그린워 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그들의 사명감이었고,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는 그들의 경영에 대해 궁금해 하겠지만, 나의 입장에는 27곳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금까지 맛의 본질을 잃지 않고 가게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과 함께 맛을 느껴 보고 싶다. 특히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있는 서울식 불고기집 한일관에 들려 보고 싶다.원래 한일관 본점은 강남이 아닌 종로 피맛골이었다. 하지만 피맛골이 사라지고 현제강남에 있는 '한일관'은 과거와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다. '한일관'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서울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난 뒤 피맛골에서 그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신 기억이 여전히 나에겐 존재하기 때문이다. 피맛골의 지하에 손님들이 벽 곳곳에 남겨놓은 낙서들의 흔적들, 그곳에서 아마추어 마라토너와 함께 막걸리와 파전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여전히  나에겐 남아있다. 세상이 바뀌고 사람들은 서로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추억은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지게 된다. 그런 기억들이 사람들마다 간직하고 있으며, 그 추억을 잊지 않는 사람들은 그걸 기억하기 위해서 다시 찾게 된다. 손님들이 노포(老鋪) 주인에게 가게를 접지 말라고 당부하는 이유에 대해서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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