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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실레스트 잉 지음, 이미영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미아는 말했다. "기억해. 때로는 모든 것을 완전히 태워버리고 나서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어. 타고난 뒤 토양은 더 비옥해져서 새로운 것들이 자라날 수 있게 돼. 사람들도 마찬가지란다. 다시 시작해. 질을 찾아." 라고. 이제 미아를 생각하는 이지의 눈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이지가 첫 성냥을 성냥갑 옆면에 그었다. 이지는 책가방을 여깨에 멨다. 가방 안에는 갈아입을 옷과 이지에게 있는 돈 전부가 들어 있었다. 이지는 두 사람이 많이 앞서 있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p478)
이 소설은 상당히 무거운 소재로 채워져 있다. 돈과 생명에 대해서, 인간이 생각하는 윤리의 정체는 무엇이며, 인간의 가치관에 따라서 얼마든지 사람들은 돈과 생명을 맞바꿀 준비가 되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우리는 언제나 생명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이 두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여지게 되면, 생명보다 돈을 먼저 생각하는 건 아닌지, 사람의 존엄성에 대해 말하면서 얼마든지 우리는 생명을 돈으로 맞바꿀 준비가 되어 있다. 그걸 소설 속 주인공이면서, 가난한 사진 예술가 미아의 삶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미아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으며, 겨우 풀칠 하면서 살아가는 한 아이의 엄마였다. 세이커 하이츠라는 지역은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부유하고, 합리적이면서, 언제나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게 된다. 리처드슨 부부는 세이커 하이츠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부부이며, 변호사인 윌리엄 리처드슨과 기자인 이자벨 마리 리처드슨이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리처드슨 부부 앞에 미아와 미아의 딸 펄이 나타나면서 많은 것이 바뀌게 된다.
미아와 펄. 미아는 가산한 사진 예술가이며, 자신의 과거의 삶을 감추고 있었다. 리처드슨이 임대한 작은 공간에 머물면서 적은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세이커 하이츠에 머물러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마리는 리처드슨 부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과 미아의 삶에 감춰진 은밀한 코드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자기 집을 청소를 해 주는 댓가로 임대료마저 공짜가 되었다. 미아와 펄의 신비스러운 모습이 리처드슨 부인에게 흥밋꺼리였으며, 이자벨은 미아를 곁에 두고 싶어했다.
이자벨은 미아를 관찰하였고, 미아는 리처드슨 가족 방에 청소하면서 그 집을 관찰하게 된다. 물론 비합법적인 관찰이 아닌 리처드슨 가족이 버려놓은 쓰레기 더미에서 누구도 찾아내지 못하는 그 안의 비밀들을 주워 나가게 되었다. 그건 어쩌면 예술가로서 마리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관찰력과 직감 덕분이며, 이자벨이 모르는 이자벨의 세 남매의 비밀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렉시 , 트립, 무디는와 미아의 딸 펄과 가까워지게 되는데, 그것은 이자벨 리처드슨 부인에게 또다른 걱정을 유발시키는 계기가 된다. 남녀간에 가까워짐으로서 생길 수 있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 리처드슨 부인이 느꼈던 그 직감은 소설 전체를 휩쓸기에 충분한 하나의 요소이다.
좋은 일은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불안 한 것을 느낄 땐 그것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그것이 꼭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런 직감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진 않지만 거의 맞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또다른 요소가 된다. 리처드슨 부인이 느꼈던 직감은 현실이 되었고, 자신의 세 남매 중 한사람이 미아의 딸 펄과 엮이게 된다. 공교롭게도 이자벨은 자신이 생각했던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가 펄과 엮이고 있었다는 것에 충격을 먹게 되고,자신의 합리적이면서 이성적인 가치관 마저 흔들리게 되었다. 또한 미아의 과거의 삶을 투영하게 하는 누군가의 모습, 그들을 도와주려는 미아의 행동과 방어하려는 이자벨의 행동은 서로 충돌하게 되는데, 기자로서 이자벨은 자신의 직업적 특권을 활용해 미아의 과거의 모습을 들여다 보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 우리 앞에 놓여진 생며의 존엄성에 대해 되돌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