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만 -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에 대하여
류진희 지음 / 헤이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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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을 읽어나가면, 위로와 따스함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책이 내 앞에 다가올 때가 있다. 그 책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고, 질문하거나 비평하거나 따지거나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책, 그냥 그저 읽기만해도 , 위로를 얻고 힐링을 얻게 된다. 때로는 나의 황량한 마음을 들여다 보게 되고, 때로는 나만 그렇게 사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고, 누군가에게 내가 다가가도 위험하지 않다는 걸, 지름길로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책,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성공에 목 매달지 않아도 되고, 치열한 경쟁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 현실과 이상의 절묘한 균형 속에서 이 책은 내 마음 속의 쓸쓸함을 꺼내고 외로운 마음을 채워주고 있다.


저자 류진희는 엄마이다. 20년 넘게 라디오 작가로서 살아가고 있으며, 막내 작가에서 이젠 언니 작가로 불리고 있다. 프리랜서로서 주어진 삶은 불안정 하지만, 부침이 많은 라디오 작가로서 20년간 버텨 왔다는 그 사실에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어떤 한 분야에서 지치고 넘어지고 깨지질 수 있는 순간에 인내와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저자의 다양한 삶의 패턴에 녹아 있는 책 속 이야기들을 들여다 보면 삶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우리 아버지는 동서울에서 강릉을 오가는 고속버스 기사셨는데요. 승용차로는 강릉을 못 찾아가셨어요."

"저는 포천에 살고 있는데요. 포천에서 서울 부모님 댁에 가려면 매번 길을 헤매느라 3시간 넘게 걸립니다. 답답하셨는지 손주 보고 싶을 때마다 부모님이 포천으로 오세요." (p14)


길치에 대한 다양한 라디오 사연이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웃픈 이야기가 있으며, 왜지? 반문하게 된다. 버스 기사인데 왜 길치인 걸까,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호기심을 느끼게 되고, 때로는 그 안에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삶이 복잡하고,바쁜 삶을 살아갈 수록 우리 삶 속 내밀한 곳에 인간미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남들보다 먼저 가길 원하고 완벽하길 원하는 그런 삶이 지속될 수록 우리는 쓸쓸함이 감돌고 삶에 대한 공허함이 물밀듯 내 앞에 썰물과 밀물이 오가게 된다. 누군가의 인간적인 모습은 나에게 때로는 답답함의 실체가 되지만, 그들의 그런 모습이 있기에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게 아닐까 싶다. 배려하고, 양보하고, 나눔하는 건 우리 안에 감춰진 인간미가 불현듯 내 앞에 놓여지기 때문이다.


외로움과 쓸쓸함의 차이. 외로움이란 문득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고, 쓸쓸함이런 울어도 변하는 것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더라. 

기억과 추억의 차이. 기억은 머릿 속에서 살지만, 추억은 가슴 속에 사는 거라더라. 기억은 지우려 할수록 또렷해진다더라. 기억은 컴퓨터에 방치돼 있는 디지털 사진들이지만, 추억은 앨범 속에서 점차 색이 바라지는 필름이라더라. 

그냥 가을날과 마흔다섯의 가을날은 외로움과 쓸쓸함처럼. 기억과 추억처럼 다르게 오더라. 그냥 그런 차이가 있더라. (p100)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온다. 외로움과 쓸쓸함. 나이가 주는 묵직함은 이 두가지의 의미를 바꿔 놓는다. 내 앞에 놓여진 가을이 10대 아이들이 느끼는 가을과 다른 의미로 내 앞에 놓여지게 된다. 기억이 디지털이라면 , 추억은 아날로그가 아닐까.. 기억은 온전히 내 앞에 색이 바라지 않은채 놓여지지만, 추억은 그렇지 않다.세월을 빗겨난 기억이라는 실체는 그렇게 추억이라는 색바란 한장의 사진처럼 내 앞에서 정처없이 떠돌며, 부유하게 된다. 그리곤 가을이 되면, 과거의 한페이지마냥 나의 어린 시절의 가을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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