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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피해자
천지무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2월
평점 :
저자 이름만 보고 그만 한국인이 쓴 미스터리 소설인 줄 알았다. 이 소설은 타이완 작가 천지무한이 쓴 사회파 소설이며, 우리의 현실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특히 미디어의 생리를 잘 드러내고 있으며, 미디어 안에 감춰진 언론의 실체를 들여다 보고 있다. 누군가 죽어야 하는 복잡한 사회에 살아가면서 미디어와 언론의 밥벌이는 사건 사고이며, 그들에게 유명한 연예인은 먹잇감에 불과하다. 진실을 외치면서 거짓을 진실인양 호도하고, 특종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특종이 아닐 때 기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다. 그자들에게 진실이란 거짓과 진실이 혼재된 형태이며, 그들은 가짜와 진짜 사이에서 우리에게 가짜를 진짜 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누군가 먹잇감이 될 때 미디어가 보여주는 폭력성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으며, 그들은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서, 한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프라이버시는 지켜지지 않는다. 또한 가해자는 최대한 악한 존재여야 하며, 피해자는 최대한 선한 존재로 부각되어야 한다. 그들은 피해자의 선한 모습을 찾아내 끌어올리고 있으며, 기자들은 피해자에게 공부를 잘하거나 착한 사람으로 바꿔 버린다. 이 소설은 그런 획일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우리 사회의 과장된 모습을 고스란히 비추고 있으며, 미디어가 말하는 진실은 그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걸 구체화한다.
뛰어난 설치예술가인 팡멍위는 게명의 여성을 죽이고, 자신이 지은 죄로 인해 체포되고 말았다. 하지만 팡멍위는 건전지를 삼키고 자살하고 말았다. 세명의 여성의 시신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팡멍위가 남겨 놓은 흔적들, 네번째 피해자를 찾는다면 나머지 시신 세구를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 경찰은 시신을 찾기 위해서, 팡멍위에게서 도망친 유일한 여성 저우위제에 관심 가지게 되었고, 저우위제가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와 망멍위가 그녀를 살려준 목적에 대해서 분석하게 된다. 여기서 미디어와 언론은 팡멍위가 저지른 살인사건을 분석하였고,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 시신이 있을 곳을 점점 더 좁혀 나가게 된다. 2013년 2월에 실종된 량위팅, 7개월 뒤 두번째 실종된 쩡치, 마지막 천베이샹까지, 세명의 여성의 시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미디어가 바라보는 대상은 바로 저우위제였다. 저우위제는 언론에게 진실을 알려 줄 수 있는 유일한 퍼즐 조각이었고, 그 하나의 퍼즐 조각은 수많은 퍼즐 조각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미디어도, 언론도 마지막 퍼즐 하나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스스로 생각했던 추측과 추리가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범인인 줄 알았던 누군가가 범인이 아니었고, 진짜 범인은 다른 곳에 숨어 있었다.그 과정에서 미디어와 누리꾼의 다양한 군상들은 바로 우리 사회의 모습과 타이완 사회의 모습이 흠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최근 미투 운동으로 모 연예인이 자살했던 것도 이 소설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디어는 한쪽 편의 이야기만 듣고는 , 그 말에 대한 신빙성을 확인하지 않은 채 곧장 사람들 사이에 흘려 보내고 말았다. 그것이 진실일 땐 과장하고 재탕하도, 반복하면서 대중들의 눈과 귀를 흐려 놓는다. 반면 그것이 거짓이 될 땐 미디어와 언론은 침묵하게 된다. 하나의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새로운 사건이 중심이 된다. 우리 사회에 정치적 이슈가 나타날 때 미디어는 그 정치적 이슈를 감추기 위해서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 았는 연예인을 먹잇감 삼아서 하이에나처럼 떠돌아 다닌다. 대중들은 거짓을 보지 못하고, 거짓을 진실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고, 가짜 뉴스의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있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팡멍위가 세며의 여성을 죽였던 이유에 대해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추측에 의해서 단정 내리게 되는데, 그것이 틀려지면서 발생하는 혼란스러운 상황들, 비밀 속에 진실이 숨어 있었고, 그 비밀을 캐내는 과정에서 네번째 피해자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 들 사이에서도 소설 속에 있는 네번째 피해자가 숨어 있으며, 천지무한의 소설은 우리 사회를 냉엄하면서도 때로는 냉혹하게 비추고 있다.
<뉴스 속의 진실> 의 콜인에서 고발한 내용에는 진실과 거짓이 섞여 있어. 가장 대박인 건 저우위제의 출생에 대한 내용은 진실이라는 거야! 이르면 모레쯤 결과가 발표될 거래. 고발한 내뇬 중 두 가지는 증거를 확인했는데 거짓으로 밝혀졌어. 제보자가 저우위제에게 불리한 증거를 더 많이 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고의로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진실을 폭로한 거라는 말도 있어. (p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