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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평점 :
히가시노게이고의 소설을 접할 때면, 그의 작품을 읽는 독자가 상당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한번 출간된 그의 작품이 20년이 지나 재간되고, 복간되는 걸 보면, 그의 문학작품을 추종하는 한국인 독자가 상당히 많음을 알게 된다. 수십편의 소설 작품을 출간한 그의 소설 속에서 그려내고 있는 그의 문학 세계에는 그 시대상을 엿볼 수 있으며, 때로는 그가 소설가가 되기 전에 가졌던 직업적인 특성이 소설에 묻어나고 있음을 깨닫곤 한다.
<아름다운 흉기>는 1992년 출간된 소설이며, 출간된지 20년이 지났다. 1988년 일어났던 벤존슨의 약물 도핑 사건으로 인해 그의 금메달이 박탈되었고, 그 당시 칼루이스와 벤존슨의 대결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 벤존슨의 약물 소동이 얼마나 유명하였는지 짐작케 한다. 지금의 우사인볼트의 명성에 머금가는 벤존슨의 금메달 소식은 그렇게 약물 파동으로 메달은 박탈되었으며, 스포츠 역사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 소설은 바로 스포츠 계에 만연한 약물 파동에 대해 그려내고 있으며, 190센티미터의 키를 가지고 있는 독거미와 같은 외모를 지닌 타란툴라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들 수 있다. 먹이를 노리는 타란툴라의 횡보를 보면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그녀를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막을 것인가 망설이게 된다.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가 길고양이 다루듯 목덜미를 움켜지었다. 남자는 나지막하게 비명을 질렀다. 그대로 걸으라고 재촉하자 남자는 비틀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뒷문 앞에서 그녀는 손을 땟다. 그리고 문을 열라고 턱으로 지시했다. (p103)
스키선수 오가사와라 아키라가 자살했다. 그의 죽음으로 일본 스포츠 협회 JOC는 진상 규명에 나서게 된다. JOC의 횡보는 또다른 죽음을 잉태하였으며, 올림픽 스포츠 닥터 센도 고레노리가 죽은 채 발견되고 말았다. 센도의 죽음은 우발적 사건이었고,그에게 찾아온 네 명의 침입자 히우라 유스케, 사쿠라 쇼코,니와 준야, 안조 다쿠마의 소행이었다. 그들은 센도를 죽이고,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서 불을 지르게 된다. 그건 엄연한 방화였다. 그 누구도 자신들이 한 일을 본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하였지만 , 센도가 키운 아이 타란툴라가 있었다.
타란툴라의 복수, 갈색 얼굴의 능숙한 발걸음,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의 움직임, 스포츠에 있어서 다양한 재능을 가졌으며, 센도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기획하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타란툴라를 캐나다 출신의 육상 7종 경기 선수로 설정하고 있으며, 그녀는 센도가 만든 만능 스포츠 선수로 태어난 살아있는 인간이 만든 과학기술을 적극 도입한 인조인간이다. 도핑 테스트에 걸리는 약물을 먹지 않아도 그들과 같은 근육량을 가질 수 있었고, 남들보다 뛰어난 신체를 가지고 있으면서, 무언가 빠지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능력이 스포츠에 이용되지 않았고,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연쇄살인을 자행하는데 이용하게 된다. 때로는 경찰관의 총을 빼앗고, 창을 활용해 사람의 목숨을 쟁취하게 되는 타란툴라의 모습은 매력적이면서 섬뜩하였다.
방조자와 방관자. 그들은 처음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감추기 위해서 센도를 죽였고, 그것은 쇼코의 단독범행이었다. 나머지 세사람은 쇼코와 같은 공범이었지만 , 죄질은 그다지 무겁지 않았다. 은폐하고 싶었던 죄들을 은폐하지 못하고, 유일한 목격자 타란툴라가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내가 살기 위해서 누군가가 죽어야 하는데, 피도 눈물도 없는 방관자이며, 방조자로서 거듭나고 있는 네명의 초식남을 엿볼 수 있다.
이 소설을 읽게 되면 때로는 비현실 적이고, 때로는 일어나선 안되는 장면들이다. 죽음을 목도하면서 , 그 안에서 살 궁리를 찾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 네명의 남자와 한명의 여자의 대결, 타란툴라는 계획된 인조인간이지만, 그녀와 대결을 펼치는 남자들은 무기력하고 허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