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눈이 내리면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2
디나 루비나 지음, 강규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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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킨,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곤차로프, 체호프, 내가 알고 있는 러시아 작가들의 전부이다. 물론 이들의 작품도 모두 다 아는 건 아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들만 읽게 되고, 러시아 문학의 난해함과 어려움을 마주할 때면 난감할 때가 있다. 내용 뿐 아니라 소설 속 등장 인물에 대한 낯설음,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게 되면 등장인물 하나하나부터 헤깔리게 되고, 정작 소설 속 이야기는 파악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러시아 문학 작품을 버릴 순 없었다. 누군가 러시아 문학을 읽어준다면, 도서관에 한권 한권 꽂혀 있다면 러시아 문학을 번역해 주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도 그런 취지에서 쓰여졌고, 현대 러시아 문학 작품들을 다양하게 접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디나 루비나의 <토요일에 눈이 내리면>은 러시아에서 인기 있는 작가이다. 30개국에 다양한 작품들이 번역되었고, 이 소설은 9편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다. 공교롭게도 소설을 읽게 되면, 러시아 문학 작품을 읽을 때면 느끼는 정서가 사라지게 되고, 단편 소설이기에 끊어가면서 읽어 나갈 수 있다. 특히 소설은 각각이 1인칭 시점에 따라 독백하는 듯, 이야기가 흘러 나가고 있다. 또한 소설은 포스트 모더니즘 사조에 따라서, 그 중심을 잡아나가고 있으며, 제 2차 세계대전과 소설이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러시아 사회의 변화를 엿볼 수 있으며, 동양과 서양이 융합된 러시아의 독특한 가치관과 연결된다. 보수적 가치관을 추구하면서 1989년 이후 냉전 체제가 사라진 러시아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러시아인들의 변화상과 성장과정, 더나아가 그들이 생각하는 정체성은 무엇인지 갸늠할 수 있다. 


좋아, 난 당황했어. 두 개의 성이 무슨 상관이냐고? 돈 냄새가 난단 말이지. 몇년간 빅토르를 동정했지. 그래, 스스로를 가엾게 여길 생각은 들지도 않았던 거야. 난 '불쌍한 빅토르'라고 생각했다고. 내가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빅토르를 불쌍하게 여겨야 하는 바로 지금, 난 놀랐어. 난 차가운 땀을 흘리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어..." (p19)


베라 할머니, 전 비행기를 증오해요. 전 절대로 비행기를 타지 않을 거에요. 그리고 아빠가 말씀하시길, 가장 놀라웠던 건 그 비행기가 우리 눈앞에 있었다는 거예요...그런데 전 기억이 안 나요. 전 그때 다 큰 아이였거든요. (p122)


반쯤 잘려진 손가락은 끔찍하게 붙어버렸어. 너무나 끔찍해서 쳐다보기가 무서울 정도였어. 다른 건 그대로였는데 손은.. 그 당시 할머닌 고통과 슬픔에 정신이 나가서 채찍처럼 달랑거리는, 손가락이 잘린 손을 질질 끌고 피로 가득한 길을 뒤로 한 채 강으로 몸을 던지기 위해 벼랑으로 달려갔어. 그녀가 벼랑 끝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뱃속에 아이가 마치 그녀가 무슨 행동을 하려는지 이해하는 듯이, 삶을 애원하는 듯이 강하게 차는 걸 느꼈던 거야.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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