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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 - 한국에서 10년째 장애 아이 엄마로 살고 있는 류승연이 겪고 나눈 이야기
류승연 지음 / 푸른숲 / 2018년 3월
평점 :
예전에는 싸움닭이 되어가는 장애 아이 엄마들을 볼 때면 그냥 안타깝기만 했다. '저렇게 싸워가며 살지 않아도 되는데.." 라고도 생각했었다.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라고도 생각했었다. 장애 아이를 키우는 삶이 보통 엄마들보다 몇 배는 힘들어도 늘 밝고 행복하게, 샤랄랗한 느낌으로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애초부터 넘보지 못할 목표였고, 나와는 거리가 먼 삶의 방식이었나 보다. 내 아이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나는 투사가 되어야 하고 싸움닭이 되어야만 한다. 말도 못하고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자식을 대신해 엄마인 내가 싸움닭이 되어 내 아이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가만히 맀으면 가마니로 보고 보자보자 하면 보자기로 본다더니 장애인 인권이라는 게 딱 그렇다. 그래, 싸우기로 했으면 제대로 하자. 나는 그냥 싸움닭이 아니다. 토실토실 살이 오른 뚱뚱한 싸움닭이다. 팔뚝도 굵고 다리도 튼튼하다. 가끔은 힘으로 남편을 이기기도 한다. 상대가 누구든, 무엇이든, 절대 지지 않겠다.!(p79)
내가 현재 사는 곳 가까운 곳에 장애인 복지 센터가 있다.기찻길이 장애인 복지센터와 내가 사는 곳을 가로막고 있지만, 장애 아이들이 육교를 넘어 가는 경우가 많아서 자주 아이들을 보곤 한다. 그 아이들의 지적인 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차이가 난다. 주변 사람들보다 머리가 크고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하다. 아침이면 노래를 부르면서 장애인 복지센터에 가는 아이들도 있고, 다양하게 자신의 생각과 의사를 표현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저자가 장애 아이를 바라보았던 시선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안타깝고, 불쌍하고, 때로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생각, 그들에게 차갑고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진 않지만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런 보편적인 생각들이 우리 삶 깊숙히 뿌리 내리고 있는 건 아닐런지, 효율적이고, 속도가 빠르고, 변화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 장애 아이의 모습들을 보면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는 건 바로 이런 연유이다. 그들의 삶의 패턴을 이해하지 못하고 , 같이 더불어 살아가지 않으려는 대한민국 사회의 자화상과 보편적인 시선들이 바로 장애 엄마의 마음 속 불안의 실체였다. 우리 사회가 장애 아이들을 위한 사회 시스템이 아닌 일반인을 위한 사회시스템이 견고하게 만들어지면서, 그들에 대한 생각들이 형성되지 않고, 왜 그들을 배려해야 하나에 대한 생각부터 하게 되는 또다른 이유가 된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바꿔 먹었다. 늦은 결혼과 난임, 출산 과정에서 쌍둥이를 낳게 되었다. 조기 출산으로 첫 째 딸은 자연 분만이 되었지만, 둘 째 아이는 그렇지 못하고, 제왕절개를 해 아이가 태어났다. 그 과정에서 뇌손상을 안게 되었고, 발달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는 그렇게 10살이 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첫째 아이 수아와 둘째 아이 동환이, 비장애인과 쟁애인이 남매가 되면 세상 사람들이 두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 책에 꼼꼼하게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사람들의 혐오스러운 시선들은 두 아이를 비교하고,첫째 딸은 어른들의 노골적인 시선과 세상의 편견에 그대로 노출 되었다. 혼란 스러웠고,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삶의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이는 이해할 수 없었고,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자기도 아기인데, 동생이 장애아이라는 이유로 아기 대접을 받지 못하고, 관심 밖으로 멀어지게 되고, 사랑은 식어간다. 스스로 남동생을 보면서 장애 아이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면 부모의 입장으로 억장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걸 첫째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깨닫게 된다. 자신이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스스로 깨닫게 되면서 혼자서 척척척 할 수 있는 나이가 빨리 찾아오게 되었고, 엄마는 동생을 챙기는 것조차도 벅거워 한다는 걸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하지만 저자의 입장에선 두 아이를 함께 돌보면서 아슬아슬한 순간과 고비를 여러차례 넘어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아이가 어긋알 수 있다는 불안감과 걱정을 항상 가지고 있었고, 둘째 아이에게도 신경써야 하지만 첫째 아이에게도 신경써야 한다든 사실을 항상 생각하고 살아가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쓴 목적은 비장애인을 위해서였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시선들, 저자가 출산하기 전까지 생각했던 가치관들을 바꿔 나가고 싶었다. 견고한 대한민국 사회 시스템 내에서 장애 아이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자신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홀로 남게 된 아이가 잘 성장하길를 바라는 그 소박한 마음이 이 책을 쓴 또다른 이유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장애인을 바라보는 정책이나 복지는 여전히 장애인 부모님의 시선으로 부족하도 문제점이 많다. 서로 다른 장애적 특성에 맞춰 맞춤형 복지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것이 여전히 부족하다. 또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며, 내 아이를 위한 복지 체계가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지 않았다. 교육을 받기 위해서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현실, 기다림은 반복적이며, 일상적이 되어갔으며, 그 교육을 지출하는데 있어서 만만치 않은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처음 내 아이를 위한 꿈과 희망은 이제 접어 버린 현실에서 두 아이가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책 곳곳에 묻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