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F가 된다
모리 히로시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1996년 모리 히로시의 첫 데뷔작이다. 국내에 2005년에 출간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드러난다. 20년전 컴퓨터 사양이나 수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이공계 과학 소설로서, 컴퓨터 공학과 추리를 더해 소설이 가지는 즐거움과 재미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은 다양한 컴퓨터 용어가 나오기 때문에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거나 수포자라면 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모리 히로시의 S&M 시리즈 첫번째 소설, 이 책은 시리즈로 출간 되었고, 전 시리즈가 번역되었다. 소설 속 주인공 천재 프로그래머 마가타 사키와 그의 삶의 궤적 속에 숨어있는 15년 전 살인사건, 마가타 사키의 부모님 마가타 사치로와 마가타 미치로가 살해 되었으며, 가장 유력한 범인은  14살 사키였다. 하지만 심신 불능으로 무죄로 판명 되었고, 15년 동안 은둔한 상태에서 15년의 시간이 흘러 오게 되었다. 


소설은 14살 사키가 15년 뒤 29살 되던 해 죽은 채 발견 되었고, 그녀의 죽음에 대한 배후를 밝혀내는데 사아카와 소헤이 교수와 그의 제자 니시노소오 모에가 나서게 된다. 사키는 죽기전 수많은 흔적들을 남겨놓았으며, 그 죽음 뒤에 감춰진 음모들, 흔적들은 일상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물리적인 흔적 뿐 아니라 컴퓨터 데이터라는 또다른 가상의 공간 속에 남겨진 흔적도 존재하고 있다. 사키는 손발이 잘린 채 죽어 있었고, 그녀의 손발이 짤린 이유, 다중인격자였던 사키의 과거의 모습들을 들여다 보면서 모은 단서들을 모아 범인이 왜 사키를 죽여야 했고, 사키가 죽으면 어떤 부수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찾아 나가게 된다.


사실 이 소설은 치밀한 수학적 계산이 숨어 있으며, 그 수학적인 계산들은 사키의 천재적인 발상과 연결되고 있다. 7이라는 숫자는 고독하기 때문에 사키가 좋아하는 숫자였으며, 그 고독에 자유를 줄이려 하는 사키의 정신 세계를 엿볼 수 있다. 165 *3167=55,555,333667*2331 =777,777,777 24*24*24=65,536 와 같은 계산식이 등장하고 있다.  그 수학적 계산식은 범인이 누구인지, 왜 사람을 죽여야 했는지 찾아가는 결정적인 단서였다. 복잡한 숫자 계산 속에 숨어있는 소설 스토리가 작가의 상상력과 더해진다.


컴퓨터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소설 속에 스며들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어 나갔다. 컴퓨터 용어를 한글로 풀어 나가서 그런지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UNIX, 16진법, 매킨토시, 프로그래머, 플로피 디스크 ,트로이 목마,바이러스,해커 등등 과거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즐겨 써왔던 용어이며, 우리의 기억속에 남아있지만 이젠 점점 더 추억이 되고 있다. 또한 소설은 미치로라 불리는 사키의 분신 로봇 P1 과 가상현실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고 있으며, 그것이 지금 구체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무언가 인간의 상상력이 현실이 되어가는 걸 보면서 이 소설이 가지는 즐거움에 흠뻑 빠지게 되었고, S&M 시리즈 전부를 읽어보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피프틴? 15말인가요? 모에는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피프틴의 F? 아니 그러면 ,포틴 도 그렇고,파이브도 그렇고, 포도 그렇고, 그외에도 F 는 많잖아요." "16진법이야." 사이카와는 대답했다. "레드 매직의 프로그램 가운데 시간을 카운트하는 변수는 인티저(integar),즉 정수형이었어. 컴퓨터는 숫자를 2진법으로 다루는데, 프로그래머는 네자리를 모아서 16진법으로 표기하지. 그게 1비트야. 보통 정수의 경우에는 2바이트를 잡지. 그런데 그걸 4비트로 쓰니까 16진법으로는 네자리,다시 말해 16의 4승까지 이르는 숫자를 쓸 수 있게 되는 거다."(p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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