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는 것과 죽음과 맞서는 것, 그건 사람이라면 무기력해진다. 사람을 살리길 원하는 사람이나, 사람을 살려야 하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죽음의 최일선에 서 있는 간호사, 그들에 대해 대한민국 사회의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밑바닥이다. 간호사도 마찬가지였고, 소방관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무지라는 산물로서 그들을 공격하고 상처를 주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이 책은 중환자실 간호사로서 20년간 일해왔던 김현아씨의 전쟁괃도 같은 하루 하루가 엿보인다.


환자와 의사 갈운데 서 있는 간호사의 모습, 그들이 사투를 벌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선배간호사와 후배 간호사 간에 엄격한 규율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그 시간과 공간이 죽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환자실이라면 그런 상황은 반복적이면서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사람이기에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지만, 간호사에겐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작은 실수 하나, 여리디 여린 신참 간호사들의 일상 하나 하나 를 보면 총을 들고 전쟁 한복판에 서 있는, 저승사자와 싸우는 하나의 전사였다. 자신의 몸이 아파도 대쳏랄 수 없닺는 이유로 인해 항상 아픈 몸을 이끌고 병과 싸우게 된다.


이 책을 읽어보면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가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초유의 메르스 사태, 정부의 어처구니 없는 처방을 언론을 통해 우리는 접해왔다. 그 당시 슈퍼 전파자가 뉴스에 나왔고, 첫번째 메르스 확진 사망자가 김현아씨가 일하는 동탄 성심병원 중환자실이었다. 그로 인해 병원이 발칵 뒤집어 졌으며, 간호사들은 격리 조치하게 된다. 죽음과 싸우는 그들에 대해 우리는 책임을 묻고 있었고, 우리는 무지했다. 그들이 사람이라는 걸 그걸 망각하였고, 그들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책임과 의무에만 집중해 보도하게 된다.


간호사들이 기계적으로 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좁고 깊게 진심을 다해 환자를 돌본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저자의 삶 속에서 드러나고 있다. 환자들에게 진심을 다해 일하다 멱살을 잡히고 크게 다치는 경우도 있었다. 억울하고, 때로는 분노하지만, 그들은 간호사라는 단하나의 이유만으로 감내해야만 했다. 환자를 들다가 허리가 삐끗한 경우도 다반사였고,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환자가 다치는 경우도 많았다. 좁고 얇게 일하면서 환자들에게 마음을 쓰지 않으니, 삶과 죽음에 대해서 초연해지게 된다. 그러나 마음 속 죄책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기계가 아니기에 기계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직업을 가진 이들, 삶과 죽음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어린 아가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기계적으로 마주할 순  없었다. 매정한 사회에서 매정할 수 밖에 없는 간호사의 일상, 그것이 하나 하나 느껴지게 되었고, 그들의 슬픔의 여백을 들여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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