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절망의 끝에서 웃으며 살아간다
강은영 지음 / 마음세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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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이 끝나고 저녁때쯤 바로 점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400점 만점에 반 이상을 맞았다. 평소 모의고사를 칠 때 반 이상 맞으면 서울 근처에 있는 대학을 갈 수 있었다. 다음 말 학교에 가서 친구들의 점수를 알고 난 뒤로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반 평균이 300점이 넘었다. 수능이 너무 쉽게 나와서 다 잘 본 것이다. 내 점수는 꼴지였다. 또 꼴지였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도서관에 살고 하숙하며 공부는 왜 했을까. (p27)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다면 다른 문장을 담아왔을 거다. 하지만 나는 이 문장을 가져 왔다. 그 이유는 이 책을 쓴 강은영씨가 나랑 나이가 같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수능은 200점 만점에서 400점 만점으로 넘어가던 시기였고, 수능 한파가 있었던 그때였다. 저자가 수능을 치던 그 해 9월 모의고사가 가장 어려웠고, 공교롭게도 수능 시험이 가장 쉬웠다. 그 당시 9월 모의고사에서 352점을 맞았던 반 아이, 선생님들은 그 아이가 서울대를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쉬운 수능에서 망치고 말았다. 어려웠던 모의고사 점수가 쉬운 수능에서 똑같은 점수를 받게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피해를 본 것은 상위권 학생이었고, 이익을 본 것은 중위권 학생이다. 그때 당시 반 평균이 300점 이상이었다면 강은영씨가 다녔던 인문계 고등학교의 수준은 꽤 놓았다고 말할 수 있다. 외고 , 과학고 다음으로 잘나가던 학교가 아니었을까 짐작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강은영씨의 삶과 내 삶을 동일시하면서 읽어갔다. 똑같은 해에 태어나 똑같은 해에 대학교를 입학하였건만,나와 저자의 삶은 너무나 차이가 났다. 거의 평탄하게 살아왔던 나의 삶에 비해 저자의 삶은 인동초에 가까운 삶을 보여주게 된다. 부모의 복도 없었고, 어릴적 풍요롭지 않았지만 연쇄점을 하면서 큰 어려움 없이 살았던 강은영씨는 집안 파산으로 인해 집에서 쫒겨나듯 피신하게 된다. 막노동일을 했던 아버지는 철근에 맞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으며, 어머니는 그로 인해 잘못된 길을 들어서게 된다. 딸이 대학교를 중퇴하고 공장에서 12시간 내내 볼트를 조이던 돈으로 도박을 했던 엄마의 삶은 딸에게 절망과 좌절을 안겨줬다. 3살 많은 오빠는 자신에게 도움이 안되는 존재였고, 곗돈을 도박으로 탕진한 어머니를 보면서 단절을 선언하고 도망치듯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게 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이 말은 누군가에겐 살아갈 이유가 되지만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 강은영씨에겐 이 속담이 상처였다. 집안의 소녀 가장이 되어야 했던 지난날의 삶과 고통들, 남편과 결혼하고,연년생 남매 규형이, 민주를 낳았던 저자는 독박 육아, 전투 육아를 몸으로 경험하면서 살아오게 되었다. 스스로를 치유할 수 없는 궁지에 몰리게 되었고, 남편과 함께 악착같이 돈을 벌어서 40평 아파트를 구했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치유할 길이 없었다. 첫째 아이 규형을 낳고, 둘째 아이 민주를 낳게 된 강은영씨는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녀온 이후 이유도 없이 넘어가는 것에 대해 걱정하게 되고 두려워 하게 된다. 뇌파검사를 받고 나서 내 아이에게 뇌전증이라는 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로서 느꼈던 죄책감과 미안함이 딸에게 남아있으며, 그것은 친정엄마의 엄마를 바라보는 그 느낌과는 사뭇 달라지게 된다. 그제서야 강은영씨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할머니를 돌봐야 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딸을 키우면서 이해하였고, 어마를 용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


이 책은 읽으면서 삶이란 무엇이고, 인생이란 무엇인까 생각해 보았다. 절망의 늪에 빠져서 잘못된 길로 나아갈 수 있었던 강은영씨느 스스로 일어설 수 있었고, 바른 길로 가야한다는 걸 느끼게 된다. 글쓰기를 했던 이유, 책쓰기에 대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글쓰기를 하면서 자신을 치유할 수 있었고, 아픔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영향을 받게 되었고, 작가로서 새출발을 할 수 있게 된 또다른 이유가 된다. 저자의 남다른 삶, 누구도 쉽게 느낄 수 없는 아픔과 슬픔으로 채워진 삶을 응원하고 격려하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사람을 떼어내서 생각할 수는 없다. 삶이 곧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을 통해서 인생을 배우고 성장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사는 세상이 아니다. 슬픔을 나누면 배로 줄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를 만나는 것과 같다.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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