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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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신간은 읽을까 말까, 그 경계선에서 흔들릴 때가 있다. 분명 그의 작품을 읽고 나면 남는 건 '노골적인 성행위'였고, 그의 책을 읽은 그 순간만큼은 그의 사유에 깊이 빠져들었다. 어쩌면 그에 대해 사람들이 소비하고 유행하게 되고, 베스트셀러에서 스테디셀러가 되는 건 이런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는 죽기 전에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다. 하지만 제임스 조이스가 노벨 문학상을 받지 못했다 해서 그가 위대하지 않다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무라카미 하루키도 노벨문학상을 타던 말던 그가 가지고 있는 문학적 위상이 깍이는 건 아니다.하지만 그는 일본 문학의 중심에 서있으면서, 소설가로서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 찻번째 책에서 이 소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졌고, 이 소설 속에 주인공 '나'를 책을 읽는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나의 일상과 평행선을 그려가면서 읽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 속의 "<나>== 현실 속의 <나>"는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겹쳐지게 된다. 또한 주인공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나 자신의 삶의 스펙트럼과 겹쳐지게 된다.


주인공은 36살이며, 가난하고 이름없는 화가이다. 누군가의 초상화를 그려 삶을 그려가는 주인공은 어느날 천장 위에 있는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이 소설의 첫 시작이며, 주인공의 어린 시절 삶 속에 존재하는 12살 여동생의 마지막 삶의 궤적이 주인공의 삶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게 되고, 그것은 매순간 '나'의 선택과 결정,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는 아마다 도모히코가 남긴 작품이다. 그 작품을 발견하게 되면서 무명의 화가는 점차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다. 여기서 '기사단장 죽이기'는 오페라 <돈조반니>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돈조반니의 심장에 칼이 꽂히는 그 순간을 그려낸다. 이 소설에서 '기사단장 죽이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주인공은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 에서 남들이 찾아내지 못하는 공통점을 찾아내게 된다. 바로 여동생의 죽음과 기사단장의 죽음이다. 서로 겹쳐지지 않으면서 묘하게 겹쳐지는 순간들, 주인공은 모든 일상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21년전 12살 여동생이며, 자신이 결혼을 선택하게 되고 이혼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주인공은 모든 대상들을 여동생과 겹쳐 놓고 있으며, 그것이 겹쳐질 때 , 그 대상에 관심가지게 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끄집어 내고 비밀을 캐내려 한다.


이 소설은 멘시키의 초상화를 그리는 주인공의 모습과 멘시키가 주인공에게 부탁하는 것, 바로 멘시키가 주인공에게 초상화를 그려 달라고 요구한 이유가 나오고 있다. 멘시키 스스로 자신의 딸이라 생각하는 어키가와 마리에가 주인공이 운영하는 그림 교실에서 그림을 배우는 학생이었고, 아키가와 마리에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거절 할 수 없는 주인공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그건 주인공이 아내를 선택했던 이유도, 아키가와 마리에의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도 그들에게서 주인공의 여동생을 보았기 때문이다. 1편은 아키가와 마리에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만남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 그려지고 마무리 된다.


멘시키 씨에게는 있고 여기에는 없는 걸 찾아내면 된다. 꼭 수수께끼 풀이 같다.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에게 지혜로운 새가 방향을 알려주듯이. 멘시키에게는 있고 여기에는 없는 것. 그게 뭘까?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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