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끝에 철학 - 쓸고 닦았더니 사유가 시작되었다
임성민 지음 / 웨일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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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는 매일 반복 된다. 빗자루로 쓸고, 걸래질을 한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쓱쓱 털어내야 직성이 풀릴 때도 있다. 방 구석구석 묵은 때를 털어내고, 지워지지 않은 때까지 지워 나가려 한다. 때로는 청소를 하다가 장롱 밑에서 무언가 소중한 것을 찾을 때가 있다. 하루 청소 하지 않으면 크게 티가 나지 않으련만, 일상 속에서 우리는 청소를 강조하면서 살아왔고, 강조하면서 살아온걸까, 왜 우리는 청소를 하고, 청소를 통해 무얼 얻을 수 있는건지,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샐각을 읽으면서 청소에 대한 새로운 관점, 내가 알고 있지만, 놓쳐 버린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청소가 기분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쉽게 '만족' 할 수 있다는 것이다. (p47)

저자는 청소를 한다. 일상 속에서 항상 청소와 가까이 하고 살아간다. 언니가 설거지를 하면 자신은 청소를 시작하는데, 설겆이를 하는 언니는 청소하는 동생을 이해하지 못하고, 동생은 언니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중에 사용할 것도 아니면서 괜히 버리지 못한 물건들은 시간이 해결해주는 경우가 많다. (p60)

시간 그렇다. 시간이 흐르면 일상 속의 물건은 쓰레기가 된다. 어릴 적 사용했던 물건들이 효용가치가 떨어지면서 쓰레기로 바뀌거나 누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눔 하는 경우도 있다. 비우면 또다른 것이 채워진다는 걸 알고 있다면 우리는 비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일상 속에서 '저장강박증'은 비우는데 망설이게 된다.


여권을 찾다 서랍 안이 엉망이 되었다. 여권 하나 찾는데도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니 서랍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을 우선 죄다 빼놓았다. (p88)


주객전도, 그렇다. 여권을 찾다가 물건을 정리하게 된다. 이런 일상은 나에게도 항상 있었다. 꼭 필요한 물건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해서 30분동안 뻘뻘 흘혔던 기억이 다반사였으며, 그럼으로서 스트레스는 온전히 내 몫이었다. 누군가 만든 스트레스가 아닌 내가 만든 스트레스였으며, 그 스트레스를 지우기 위해서 나 스스로 물건을 정리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채우고 또 채우면서 비우지 못하고 살아가는 일상이 자꾸만 보여진다.


청소는 현재에 과거를 치우는 일이다.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을 치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삶의 흔적이 쌓여 치워야 한다고 느껴질 때가 그 흔적이 치워지는 시점이다. 다시 지저분해지면 그때 또 치우면 된다. 삶도 그렇다. (p120)


그러한 유목민과 달리 정착민에게 버리는 것은 너무나 쉽다. 쓰레기를 배출하는 날이 되면 그 양에 매번 놀란다. 별다른 일이 없어도 일상에서 나오는 생활 쓰레기의 양은 줄지 않는다. (p159)


과거와 현재 미래, 청소는 과거의 나의 찌꺼기들을 치우는  것이더, 내 삶의 흔적들,그것이 모이면 산더미가 되는 것이다. 책에는 유목민의 일상과 정착민의 일상이 나오고 있다. 그들의 삶의 차이는 바로 자연이다. 자연과 벗하면서 그 중심에 있는 유목민과 외곽에 머물러 있는 정착민, 쓰레기를 쉽게 버리는 정착민과 버리지 않은 유목민은 그래서 차이가 난다. 자연을 우선하는 유목민의 삶과 경제를 우선하는 정착미느이 삶의 그려졌다. 쓰레기를 버리면 온전히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생각을 깊이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쓰레기를 쉽게 버리지 못할 거다.얼마전 재활용 쓰레기 반입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뉴스를 통해 비추었던 것이 생각났다. 쓰레기를 줄일 생각을 하지 않고, 그걸 다른 쪽으로 되돌리려고 하는 정착민의 문제해결방법이 자꾸만 떠올랐다.


청소부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래서 그들이 무슨 일에 도전해 성공을 거두면 그것이 사회적으로 화재가 되고, 뉴스에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청소는 항상 내 주변에 머물러 있으며, 항상 나 자신을 비워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자꾸만 채우려 하는 나의 모습이 거울이 비춰지는 것만 같아서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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