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종활 일기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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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 18일 잠실 야구 경기장에서 롯데자이언츠 임수혁 선수가 쓰러졌다.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이송되던 도중 임수혁 선수는 깨어나지 못하였고, 10년간 연명치료를 받다가 2010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날 경기 이후 야구 룰은 바뀌었고, 경기장 내에 사고가 생길 시 응급 구조차가 경기장 내로 바로 들어올 수 있도록 바뀌게 된다. 그때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임수혁 선수가 다시 깨아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다. 미디어는 임수혁 선수의 가족은 생각하지 않고, 선수의 안타까운 모습을 자꾸 비추었던 기억이 났다.여기서 그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면서 삶과 죽음의 실체는 무엇이며, 죽음이 언제라도 우리 앞에 불현듯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고, 그것을 안다는게 상처로 다가왔다. 우리는 언젠가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인데, 그 죽음에 대해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순 없을까, 미리 죽음에 대한 모든 걸 결정하고, 그에 따라 죽음을 선택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쓴 하시다 스가코는 일본의 유명 드라마 극작가이다. 30년간 500회로 이뤄진 <세상살이 원수 천지>의 대본을 써 왔으며,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오싱>을 쓴 작가였다. 40살이 넘어 결혼 한 하시다 스가코씨는 89냔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30년간 살아오고 있다. 1925년생이며, 90이 넘은 현재 나이로 볼 때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그녀가 죽음을 마주하는 자세는 우리에게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스스로 죽음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다. 


남편도 없고, 아이도 없는 하시다 스가코씨의 삶을 보면 쓸쓸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남다른 삶의 자세는 우리의 상상이나 선입견에서 벗어나 있다. 언제나 자신의 삶을 관조하며, 자신이 죽은 뒤 남아있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한다. 일본에는 저자가 생각하는 죽음에 대한 방식이 없기 때문에 스위스로 떠나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죽음을 미리 선택하고 싶어한다. 하시다 스가코 씨는 적극적인 죽음을 원한다. 일본 사회의 모습이나 우리나라 사회의 모습은 죽음에 대해 별반다르지 않기 때문에 저자가 추구하는 삶의 자세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만약 내가 평온한 삶을 살지 못하고, 병으로 인해 죽을 수 있는 처지에 놓여진다면 우리는 스스로 죽을 수 있는 권한이 사실상 부여받지 못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나에게 죽을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하지만 법과 제도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저자는 존엄사와 안락사를 구분짓고 있는데, 존엄사는 소극적인 죽음이며, 안락사는 적극적인 죽음이다. 물론 저자가 생각하는 죽음의 형태는 안락사였다. 일본이나 대한민국이나 안락사는 허용하지 않으며, 대한민국은 소생가능성이 거의 없는 환자가 연명치료를 끊을 수 있는 소극적인 죽음의 형태 존엄사가 의사와 가족의 합의하에 2018년 현재 시행되고 있다.


저자는 안락사에 대해 말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면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담겨져 있다. 또한 죽을 수 밖에 없다면 나 스스로 죽음에 대한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고통 속에서 삶을 연명하는 현재의 의료행위가 아닌 행복한 삶을 살고, 스스로 죽음의 방식이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그것이 저자가 살아가는 삶의 자세이며,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삶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모습은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었다.


흔히 "죽으면 저 세상에서 누구누구를 만나고 싶다" 고 말하는데, 죽은 뒤에 만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사실 저세상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도 않다. 남편은 지금도 집에 있고 말이다. 다시 한 번 태어나고 싶다는 바람도 없다.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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