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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들 삽질하겠습니다 - 도시 아빠 4명의 고군분투 시골놀이터 제작기
이수진 외 지음 / 그루벌미디어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삽질 한 번, 톱질 한 번 해보지 못한 도시 아빠 이수진, 임상규, 김태성, 송성근, 이렇게 네사람이 홍천 휘게리에 모였다. 그들은 배드민턴을 즐기면서 만났으며, 서로 의기투합하게 된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연 놀이터를 만드어 나갔다. 무대뽀 정신, 때로는 무모한 도전이지만, 네 사람이 모이면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있다. 휘게리 홍천 하우스는 그렇게 네 사람이 의기 투합해 시작한 하나의 프로젝트였다. 매주 토요일에 모여서 팬션을 만들고, 팬션 주변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자연 놀이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인력으로 되지 않는 건 포크레인을 이용해 아이들이 숨바꼭질을 하고, 술레잡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으며, 네 아빠가 할 수 없는 부분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얻었다.
네 명의 아빠가 모인 홍천에 가본적 있다. 그곳이 휘게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홍천에 가게 된 것은 마라톤 참가였다. 홍천 숲길 마라톤 대회였고, 울창한 숲길을 달리는 대회였다. 비를 맞으면서 숲길을 달리는 그 기분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홍천은 강원도의 울창한 숲길이 보존되어 있으며, 소나무와 잣나무와 그들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고 있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도시에서 느껴 보지 못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들, 흙을 만지고, 벌레와 친구하는 것, 콘크리트에 둘러쌓인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 여유로운 안식처를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처음 톱질 하나 , 삽질 하자 제대로 하지 못했던 아빠들은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배워 나갔으며, 자연 속에서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스러운 생활 패턴, 시간에 따라 꽉 짜여진 패턴에서 벗어나 그들은 자연 속에서 여유로워졌으며, 자유를 얻게 된다.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다. 어디서나 즐거움을 찾았고, 아빠가 만든 놀이터는 그들의 안식처였다. 커다란 소나무, 잣나무를 전기톱을 활용해 잘라내 그네를 탈 수 있는 튼튼한 버팀목을 만들었고, 튼튼한 밧줄과 통나무는 아이들이 걸터 앉을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직접 나무에 페인트를 칠하고, 아이들이 같이 작업을 하면서, 그들은 새로운 경험들을 만들어 간다. 더 나아가 200평 규모의 텃밭에 흙을 만지고 , 비닐을 씌우면서 식물과 채소가 자라는 과정을 체험하게 된다.
휘게리 홍천 하우스느 그렇게 아빠들의 마음과 생각이 모여서 만들어졌다. 처음엔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냈다. 시골 철물점을 단골 삼아 토요일이면, 홍천 장터를 들락날락 하면서 , 시골 인심을 체험하게 된다. 때로는 무뚝뚝하고, 정겨운 삶을 가지는 그들은 대도시에서 항상 보여지는 서비스를 느끼면서 살아온 도시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상대방이 친절하면 친절하게 대응하고, 무뚝뚝하면 그들도 무뚝뚝하게 마주한다. 하지만 그것이 시골의 모습이라는 걸 그들은 1년 넘게 자연 놀이터를 기획하고 만들면서 깨닫게 된다.
자연과 함께 살면서, 그들은 자신이 누렸던 것들에 대해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어릴 적 시골에서 느꼈던 추억들을 아빠들은 스스로 만들어 갔다. 자신이 만든 놀이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즐거움을 나누고 행복을 나누기 시작하였다. 그네를 만들고, 미끄럼틀을 만들고, 아이들이 유격훈련을 하고, 숨바꼭질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여름에는 수영장에서 멱을 감으면서 놀았으며, 겨울에는 썰매를 타면서 놀았다. 그들에게 놀이는 아빠들의 상상력에서 만들어졌고, 그것이 현실이 되어 아이들 앞에 놓여지게 된다.
우리들의 눈높이와 아이들의 눈높이는 다르다. 우리가 생각하고 실천하기를 바라는 이상과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방향은 다르다. 일찍부터 부모의 틀에 아이들을 끼워 넣고, 이렇게 해야 재미있는 거라며 노는 것에도 규칙을 정해 놓는 것, 그런 규칙이 이 놀이터에는 없기를 바란다. 우리가 만드는 이 놀이터는 상상에 머물러야 한다. 도면도 없이, 어릴 적 이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로 채울 것이다. 조금은 위험해도, 좀 유치해도 혼나지 않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어린 나이부터 여자아이의 시선 혹은 남자아이의 시선에 고정되지 않고, 자연의 시선에 맞추길 소망해본다. 여자아이들에게는 여자아이들만의 해석 능력과 남자아이들에게는 남자 아이들만의 해석 능력이 있겠지만, 그 생각들이 공존할 수 있는 곳이기를. (p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