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애주가의 고백 - 술 취하지 않는 행복에 대하여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이덕임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저자 다니엘 슈라이버는 독일 내에서 어느정도 사회적 위치에 있는 인물인 듯 보인다. 그는 명성과 달리 흠이 있으니, 술과 가까이 한다는 거다. 와인과 샴페인을 즐기면서, 독일 사회에서 보여지는 마약 문제들, 언제 어디서든 술과 가까이 하려는 욕망은 알콜 의존증 또는 알콜 중독자에게서 흔히 보이는 증상이다. 저자는 이런 자신의 모습에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느꼈으며, 스스로 금주를 선언하게 된다. 이 책은 저자의 자기 소회이면서, 자신의 지난날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저자의 책을 통해서 우리는 알콜 중독자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술에 대해 관대하다. 그래서 항상 술과 관련한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매일 단골로 등장하는 음주 , 우발적인 폭력, 더 나아가 살인 문제까지 곳곳에서 연계되어 있으며, 술을 즐겨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술을 마시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이나 공포감이 현저하다. 여기서 문제는 술을 즐겨먹는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그걸 고칠 수 없다. 병원에서 금주 클리닉이 있지만 그것이 별 효용이 없는 이유는 그들이 왜 술을 먹는지 의사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경우 취미가 마라톤이고, 동아리 활동을 하다보니 술과 가까이 할 때가 많았다.지금은 덜하지만, 서울 동아, 조선 춘천마라톤, 경주 동아 마라톤과 같이 단체로 대회에 나가고 돌아오는 길에 술이 끊아지지 않았다. 문제는 술과 유교문화가 더해지면서, 술을 안먹는 사람에 대해서 예의없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풍토이다.그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다. 이런 문화들이 쌓이고 쌓여서 우리 사회에 뿌리깊은 술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술은 경고의 목소리를 튕겨 내는 방어막을 곧잘 치곤 한다. 언제나 술을 마셔야 할 이유는 늘 충분하다. 자신이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과잉 논리로 무장하지만 사실 우리가 문제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는 그다지 많은 논리가 필요 없다. 저절로 중독자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계속 마시다 보면 결국 중독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어떤 사람은 몇 년 내에 중독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몇 십년이 지나 중독자가 되는 차이일 뿐이다. (p44)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술 먹을 이유를 만들어 낸다. 그들의 논리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기분이 좋아서 술을 마시고, 기분이 나빠서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고 일찍 자기 위해서 술을 마시고 있다. 술은 우리 몸을 해치지만, 애주가들이 술을 마시는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건강을 엄청 챙긴다는 걸 알 수 있다. 좋은 것을 찾아 다니면서 '건강을 위하여'를 외치는 그들의 자화상을 보면서, 건강이 중요하면 술을 먼저 끊어야지 않을까 하는 속마음을 드러내고 싶을 때가 있다. 


저자는 왜 우리 사회가 애주가가 많고, 알콜 중독자가 많은지 짚어 나간다. 우선 우리 사회는 술과 가까이 하도록 용이한 사회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술을 마실 수 있는 문화가 만연해 있고, 가까운 곳에서 술을 팔고 있다. 또한 만 19세 이상은 술을 팔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술과 세금이 연계되면서, 정부는 술을 장려하면서, 알콜 중독에 관한 또다른 예방 정책을 내놓는 이중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으며, 때로는 주류세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술을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격을 올린다고 해서 술을 먹던 사람들이 술을 먹지 않을까? 익히 알고 있다시피 이 정책은 실패하고 있으며, 술을 마시는 사람은 계속 술을 마시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애주가들이 왜 술을 먹는지 그 원인을 찾아 가는 것이다. 그들이 성장하면서 가지게 된 트라우마가 술에 의존하는 또다른 원인이 되고 있으며, 그들은 술에 의존해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복잡한 현대 사회는 술을 즐겨먹는 문화로 바뀌고 있으며, 술을 먹는 것 뿐 아니라 복합적인 요소들이 우리가 술을 즐겨먹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는 술에 관해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나는 이 책을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읽어 나갔으며, 술을 즐겨먹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와 내면을 들여다 보면서 하나 하나 읽어 나갔다. 그들이 왜 술을 먹고, 술을 끊지 못하는지, 주변에 술로 인해 암이 걸리고 죽음을 맞는 걸 보면서도, 그들이 술을 먹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수 있으며, 술을 먹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들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는 트라우마나 불안에 대해서, 서로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야만 금주에 성공할 수 있으며, 술을 먹게 되는 정신의학적인 원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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