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가도 배는 고프고
라비니야 지음 / 크루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입의 온기로 위로받는 사계절을 담은 서른 개의 식탁, ‘울다가도 배는 고프고’를 만났다. 배달음식으로 수년의 끼니를 때우다가 우연히 어느날 만든 집에서 직접 만든 국수를 시작으로 시간과 정성을 들인 의식적인 행위로 음식을 만들고 자신을 위로하는 과정을 담았다.

귀여운 그림, 어렵거나 과하지 않은 쉬운 레시피, 손수 차린 음식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느낌이 잘 어우러져 그것을 만드는 과정과 제철 재료가 그대로 담겨있다.

책 속에 나오는 음식과 관련된 몇 권은 책은 메모했다. 나도 같은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그 장면을 음미하고 싶다.

생생한 묘사 때문에 마치 저자와 같이 골목길을 걸으며 맛집을 같이 가고 장을 보며 집에서 만드는 나는 위한 식사를 옆에서 보고 있는 것만 같다. 게대가 따뜻한 온기까지 느껴진다.

📍책 속에서

✔️과거에는 미각을 사로잡는 맛에 현혹되기 일쑤였지만 이젠 어떤 맛이든 진중하게 음미할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맛의 스펙트럼을 점진적으로 따라가는 부드러운 여유도 배웠다. 요리란 삶의 한 축으로서 나를 성실히 돌보는 기술 중 하나다. ‘어떤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스스로를 대접하는가’하는 문제로 삶은 결정된다. p.29

✔️내 손에서 만든 것이 어떤 이의 귀중한 끼니가 되거나 허기진 속을 달래주는 역할을 할 때의 기쁨을 알면 혼자 하는 식사에서 고개를 돌려 다른 이를 위한 한 끼를 만들고 싶어진다. p.185

 
이 책을 통해 나만을 위해 만든 음식이 얼마나 큰 힘과 위로가 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직접 만들어먹는 것을 유독 좋아하는 나도 위로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뒤돌아보며 곧 사망선고를 받을 것만 같은 양파를 꺼내 잘라 양파캐러멀라이징을 하며 소고기무국을 한소끔 끓여본다. 이 정성은 곧 나를 위한 위로이자 선물이다.

 

 
#도서협찬 #울다가도배는고프고 #집밥 #음식에세이 #크루 #라비니야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에세이 #메모리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 중에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 에세이,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는 여운이 길게 남는 이야기였다.

 

운동화만 신으면 용감해지는 건강했던 오미실 여사(엄마)가 여러번 암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과정, 그 안에서의 가족들간에 일어나는 일들, 요양원에서의 탈출기까지 다루는 대한민국 장녀의 아픈 엄마에 대한 시선이 오롯이 담긴 책이다.

 

살면서 내가 들었던 이야기, 현재 내 친구의 상황, 곧 나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들이 단숨에 나를 몰입시켰다.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최대한 맞딱드리고 싶지 않은 솔직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왜 초반부터 눈물이 흐르는지...... 박진감 넘치는 생생함이 마치 음성처럼 들리는 모녀의 대화, 어디로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들은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엄마의 섬망 증상으로 맥락없지만 현실감 넘치는 전화 통화에서의 몰입감 때문일까, 서너번은 웃고 울고 한 것 같다.

 

고액의 항암 주사를 권하는 병원의 의료체계, 막대한 간병인 비용, 환자를 거부하고 마치 공장처럼 운영되는 병원의 실태, 갑과 을이 바뀐 것 같은 요양병원의 상황까지 의료에 관한 사회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도 전보다 깊어졌다.

 

* 책 속에서

 

엄마는 시를 외우며 죽음을 말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끝을 예감한 걸까? 혹은 운 좋게 살아난다 해도 예전과 같은 삶은 없으리라는 걸 아는 걸까? 엄마는 삶의 끝자락에 설 때를 대비해, 이 시를 완벽하게 외우고 있었는지 모른다. p.52

 

엄마를 언제까지나 지켜 주겠다고 결심했지만 나는 엄마를 지켜 주지 못했다. 너무 쉽게 내어주고 말았다. p.91

 

원장은 냉정했다. 엄마는 치매다, 예전 엄마는 세상에 없다, 이미 끝났다. 매번 듣는 말이지만 그때마다 찌릿하게 가슴을 찔렀다. p.184

 

오미실 여사가 잘못되면 어쩌나, 가슴 조리며 한 장 한 장을 넘기다 보면 에필로그와 오미실 여사의 글을 만나게 된다. 마지막이 마지막이 아니라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매일을 채우는 일상의 합이 인생일 뿐이라는 저자의 말과 오늘을 선물처럼 사시며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오여사의 건강한 삶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도서협찬 #창문넘어도망친엄마 #요양원 #간병 #가족에세이 #에세이추천 #샘터 #샘터사 #북스타그램 #메모리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파스와 핀초스 - 한 접시로 즐기는 사계절 스페인의 맛
유혜영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페인에서 27년동안 살고 있는 저자의 스페인 전통 음식 40여가지와 스페인에 대해 다양하게 알수 있는 요리에세이 ‘타파스와 핀초스’는 내게 큰 즐거움이었다. 스페인 식재료와 음식문화, 역사까지 고루 배울 수 있었다.⠀

푸르스름한 바탕의 표지에 귀여운 식재료들과 팬이 담긴 일러스트는 저자의 그림이라고 하니 더 애정이 간다. 유럽과 지중해 음식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한 장 한 장이 입체감있게 다가왔다. 간단한 재료들이지만 쉽고 맛있고 예쁘기까지해서 모두 다 해먹고 싶은 마음뿐이다.⠀

타파스는 19세기 초반부터 시작된 스페인의 특정 음식문화이자 요리로 ‘덮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핀초스는 작은 바게트 위에 식재료를 올리고 핀초(핀)으로 고정해 놓은 스페인 바스크지방의 타파스라고 한다. 이국적인 음식이지만 우리도 즐기는 오픈샌드위치나 핑거푸드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스페인의 사계절에 맞춘 요리들이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좋았다. 저자의 생동감 넘치는 설명과 사진은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든다. 스페인 현지인다운 저자의 경험들과 맛집까지 정보도 많다.⠀

스페인에서 타파스 바가 몰려 있는 골목이나 식당가도 있다고 하니 당장 가보고 싶은 마음이다. 올해 여행을 다녀오면서 마음 속으로 다음은 스페인이다!라고 외쳤는데 이 책을 만나 그 일정을 더 앞당기고 싶은 마음뿐이다. 실제로 소개된 시장과 식당에 어서 가고 싶다. 그 설렘을 담아 이번 주말에는 타파스를 해먹어야겠다.⠀



#도서협찬 #타파스와핀초스 #디자인하우스 #유혜영 #스페인 #레시피 #요리에세이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평 #메모리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울 무비 소울 푸드
하라다 사치요 지음, 장한라 옮김 / 영림카디널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책을 만났다. 우리의 추억 속 영화, 에니메이션과 그 안의 음식의 만남, ‘소울 무비 소울 푸드.

 

현재 스타일리스타와 요리책 저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레시피가 소개되고 그에 걸맞는 영화나 에니메이션이 보인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흥행한 작품들을 볼 때면 반가웠다, 모르는 영화도 몇 편 있었는데 사진과 함께 작품에 대한 소개가 나와있어 골라 보기에도 충분했다.

 

영화 속 장면과 이어지는 주인공이 직접 만들어먹거나 먹었던 음식이 바로 나오니 더 큰 생생함이 전달되는 것 같다. 감성있는 사진과 자세한 레시피와 준비, 조리 시간까지 알려주는 섬세함 또한 한 몫을 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인 리틀 포레스트의 채소 덴푸라, 카모메 식당의 오니기리는 보자마자 웃음이 났다. 영화와 음식을 같이 보고 즐기니 덥고 지친 여름날, 이것이 바로 힐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말에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책 속의 음식을 만들고 그 장면을 음미하며 함께 즐겨볼 생각이다. 영화와 요리를 좋아한다면 이 책과 함께 즐거운 추억과 영혼을 녹이는 우리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도서협찬 #소울무비소울푸드 #하라다사치요 #영림카디널 #요리책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소울푸드 #소울무비 #북리뷰 #메모리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자정에 결혼했다 Endless 2
한지수 지음 / &(앤드)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읽게 된 ‘나는, 자정에 결혼했다’는 2006년 등단 후 첫 출간된 작가의 소설집으로 제목은 수록된 7편 중 마지막 소설이다. 이 외에 미란다원칙, 열대아에서 온 무지개, 천사들의 도시, 배꼽의 기원, 이불개는 남자, 페르마타가 있다.


사실적 묘사와 설명만으로 독자의 상상력을 무한 자극하는 매력 넘치는 소설들, 등장인물이 여성이기도 자궁이기도 외국인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불개는 남자’만 유일하게 공부하지 않고 썼다고 한다. 읽다 보면 얼마나 많이 공부하고 연구했는지, 그리고 경험을 토대로 잘 녹아냈는지를 알 수 있다. 생생하고 흡입력 있는 문장이 곳곳에 넘쳐난다.


자궁의 시선에서 본 ‘배꼽의 기원’과 초현실주의적인 ‘나는, 자정에 결혼했다’는 새롭고 신기한 시선으로 생각하고 읽게 만든다.


*책 속에서


논리는 체험 밖의 일이다. 삶은 체험이다. 그러므로 세상은 살아갈만하다. p.54


가난과 무지, 특히 자의식이 없는 아름다움은 때로 독이 되는 것이다. p.64


한우를 낳고 싶어요. p.73


아내는 진화의 방법으로 웃음을 택한 것 같다. 참 잘 웃는다. 사람들이 웃지 않는 사소한 것에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허리를 접고 오래도록 웃는다. p.92



타고난 재능과 많은 경험, 노력이 멋진 소설을 탄생시킨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소설집을 통해 나는 또 배운다. 세상에 모든 것이 공부라는 것을. 더운 여름날, 실제와 상상을 넘나들며 보다 넓은 시선을 가질 수 있음에 즐거웠다.



#도서협찬 #나는자정에결혼했다 #한지수 #넥서스 #단편소설 #한국문학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북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