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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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었던 책들 중에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 에세이,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는 여운이 길게 남는 이야기였다.

 

운동화만 신으면 용감해지는 건강했던 오미실 여사(엄마)가 여러번 암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과정, 그 안에서의 가족들간에 일어나는 일들, 요양원에서의 탈출기까지 다루는 대한민국 장녀의 아픈 엄마에 대한 시선이 오롯이 담긴 책이다.

 

살면서 내가 들었던 이야기, 현재 내 친구의 상황, 곧 나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들이 단숨에 나를 몰입시켰다.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최대한 맞딱드리고 싶지 않은 솔직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왜 초반부터 눈물이 흐르는지...... 박진감 넘치는 생생함이 마치 음성처럼 들리는 모녀의 대화, 어디로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들은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엄마의 섬망 증상으로 맥락없지만 현실감 넘치는 전화 통화에서의 몰입감 때문일까, 서너번은 웃고 울고 한 것 같다.

 

고액의 항암 주사를 권하는 병원의 의료체계, 막대한 간병인 비용, 환자를 거부하고 마치 공장처럼 운영되는 병원의 실태, 갑과 을이 바뀐 것 같은 요양병원의 상황까지 의료에 관한 사회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도 전보다 깊어졌다.

 

* 책 속에서

 

엄마는 시를 외우며 죽음을 말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끝을 예감한 걸까? 혹은 운 좋게 살아난다 해도 예전과 같은 삶은 없으리라는 걸 아는 걸까? 엄마는 삶의 끝자락에 설 때를 대비해, 이 시를 완벽하게 외우고 있었는지 모른다. p.52

 

엄마를 언제까지나 지켜 주겠다고 결심했지만 나는 엄마를 지켜 주지 못했다. 너무 쉽게 내어주고 말았다. p.91

 

원장은 냉정했다. 엄마는 치매다, 예전 엄마는 세상에 없다, 이미 끝났다. 매번 듣는 말이지만 그때마다 찌릿하게 가슴을 찔렀다. p.184

 

오미실 여사가 잘못되면 어쩌나, 가슴 조리며 한 장 한 장을 넘기다 보면 에필로그와 오미실 여사의 글을 만나게 된다. 마지막이 마지막이 아니라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매일을 채우는 일상의 합이 인생일 뿐이라는 저자의 말과 오늘을 선물처럼 사시며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오여사의 건강한 삶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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