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이라는 기적 - 난치병 환자들의 기적을 함께 찾아온 의사의 기록
김운 지음 / 더로드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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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평범한 일상이라는 기적』 — 오랜 통증을 겪어본 내가 다시 생각하게 된 하루의 소중함/나의 책장/김운 지음 | 더로드



아프지 않게 걷고, 내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하루.
그 평범함을 되찾기 위해 긴 시간을 견디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를 마치고 나면 오늘 무엇을 했는지부터 생각한다. 끝낸 일은 무엇이고, 미처 하지 못한 일은 무엇인지. 조금 더 부지런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과 함께 내일 해야 할 일을 다시 정리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를 돌아보면서도 내가 내 발로 걷고, 사람을 만나고,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는 좀처럼 마음을 두지 않는다. 늘 해오던 일이니 내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평범한 일상이라는 기적』이라는 제목을 보며 그 당연함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하루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하루일 수 있다. 아프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일상의 소중함을 이 책은 환자들의 회복 과정을 통해 들려준다.

나 역시 류마티스 관절염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오랫동안 관절 통증에 시달려왔다. 그래서 통증을 견디며 생활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몸이 불편한 날에는 평소에 쉽게 하던 일도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해야 할 일이 있어도 몸의 상태부터 살피게 된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책 속 이야기를 읽으며 자주 내 시간을 떠올렸다. 환자마다 통증의 원인과 정도는 다르겠지만, 조금이라도 편안한 몸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은 낯설지 않았다.



작가 소개 — 만난 환자를 끝까지 치료하고 싶은 마음

저자 김운은 정형외과 의사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정형외과에서 수련했으며, 저자 소개에는 만난 환자를 끝까지 치료하고 싶은 마음으로 여러 분야를 공부해온 이야기가 담겨 있다.

환자를 위해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자신의 진료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기기보다 눈앞의 환자에게 필요한 것을 더 배우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는 군 병원에서 만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과 그 고위험군 환자들의 치료 경험이 담겨 있다. 환자의 몸에 나타난 변화, 치료 방법을 선택하며 했던 고민, 재활 과정에서 마주한 어려움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환자들의 회복 뒤에 얼마나 많은 관찰과 판단이 있었는지 느껴진다. 어떤 변화는 더 기다려야 하고, 어떤 문제는 새롭게 살펴야 한다. 환자의 상태를 꾸준히 확인하며 방향을 조정하는 과정이 글 속에 담겨 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자신의 부족함도 돌아본다. 그 부분이 오히려 마음에 남았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역시 모든 순간 확신만을 갖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환자와 함께 고민하고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려는 마음에서 이 책의 온기를 느꼈다.





책의 구성 — 통증과의 싸움에서 회복 이후의 삶까지

책은 통증과의 싸움으로 시작해 CRPS 환자의 치료, 오르내림이 있는 회복 과정, 수술이 필요한 시점, 그리고 회복 이후의 일상으로 이어진다.

앞부분에서는 통증을 겪는 환자들의 상황과 난치병이라는 이름이 주는 어려움을 살핀다. 이어 치료와 재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뒤로 갈수록 환자가 다시 자신의 생활로 돌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한다.

사진과 치료 기록이 함께 실려 있어 설명을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되었다. 글로만 읽었다면 막연하게 느껴졌을 변화들을 사진과 연결해 살펴볼 수 있었다. 전문적인 용어가 등장하는 부분도 있지만, 환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읽으면 그 사람이 무엇 때문에 힘들었고 어떤 변화를 기다렸는지 이해하며 따라갈 수 있다.

무엇보다 치료가 끝난 뒤의 삶까지 다룬 점이 좋았다. 병원에서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과 실제 생활에서 편안하게 움직이는 것은 환자에게 서로 다른 무게로 다가올 수 있다.

다시 걸을 수 있는지,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지, 가족과 외출할 수 있는지. 회복이라는 말 안에는 그런 구체적인 바람들이 담겨 있었다.





가장 마음에 남은 부분 — 회복은 매일 일정하게 나아가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생각한 부분은 회복 과정의 기복에 관한 이야기였다.

치료를 시작하면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좋아지기를 기대한다.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으니 그만큼 몸도 조금씩 편안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책 속 환자들의 회복에는 오르내림이 있었다. 통증이 줄어들었다가 다시 심해지기도 하고, 한동안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도 있었다. 환자는 그때마다 자신의 상태와 치료에 대해 불안해질 수 있다.

오랫동안 통증을 겪어온 나에게도 이 이야기는 낯설지 않았다. 조금 편안한 날에는 이제 괜찮아지는 것일까 기대한다. 그러다가 다시 아프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몸이 불편한 것도 힘들지만, 그 불편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사실도 지치게 한다.

그래서 하루의 변화만으로 전체 회복 과정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물론 새로운 증상이나 변화를 가볍게 넘긴다는 뜻으로 읽히지는 않았다. 지금의 상태를 의료진과 함께 확인하면서 긴 흐름 속에서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지금 무엇을 살피고 있는지, 어떤 변화를 기다리는지 알 수 있다면 막연한 불안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며 환자가 치료 과정을 이해하는 시간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지 못한 채 기다리는 것과,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며 기다리는 것은 다를 테니까.



 통증이 오래되면 생활도 달라진다

관절 통증을 오래 겪다 보니 몸의 불편함이 생활에 얼마나 스며드는지 알게 되었다.

아픈 곳은 몸의 한 부분인데 신경은 자꾸 그쪽으로 향한다. 오늘은 얼마나 움직여도 괜찮을지, 이 일을 하고 나면 더 불편해지지는 않을지 생각하게 된다. 평소 같으면 망설이지 않을 일도 몸의 상태를 먼저 확인하게 된다.

통증이 있다고 해서 매번 일을 멈추고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해야 할 일은 이어지고, 약속한 일정도 있다. 그래서 겉으로는 평소처럼 생활해도 스스로는 계속 몸을 의식하고 있을 때가 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책 속 환자들의 기다림에 마음이 갔다. 다시 자기 생활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얼마나 절실한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내가 겪은 통증으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모두 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고 느꼈다. 같은 부위가 아프더라도 통증의 크기와 지속되는 시간,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다를 것이다. 내가 견딜 수 있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라고 여길 수는 없다.

내 경험은 다른 사람의 말을 조금 더 귀 기울여 듣게 하는 바탕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아프다고 말할 때 내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보다, 그 사람은 지금 무엇이 가장 힘든지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난치병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

난치병이라는 이름의 심리적 장벽을 다룬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병의 이름을 알게 되면 자신의 상태를 이해할 수 있어 안도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름에 ‘치료가 어렵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면 마음은 다시 무거워질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아파야 하는 것인지, 지금의 생활로 돌아가기 어려운 것인지. 환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까지 걱정하게 될 것 같다.

저자는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환자의 회복 가능성을 계속 살피려 한다. 그 태도가 좋았다. 환자에게는 희망이 필요하지만,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도 필요할 것이다.

책 속 사례를 읽으며 한 사람의 변화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도 생각했다.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사람이 다시 움직이고 자신의 생활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는 긴 치료를 이어가는 사람에게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다만 사례마다 환자의 상태와 과정은 다르다. 그래서 이 책은 모두에게 같은 결과를 약속하는 이야기보다, 각자의 상태를 살피며 회복의 길을 찾아가는 기록으로 읽게 되었다.



수술과 재활  선택 이후에도 이어지는 시간

수술을 다룬 부분에서는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일이 얼마나 세심해야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환자는 통증이 오래 이어지면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고 싶어진다.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기다려야 할 때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때를 구분하는 판단은 무겁게 다가왔다.

책은 보존적 치료의 경과를 살피고, 수술이 필요한 이유와 시점을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수술 뒤에도 재활과 관찰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짚는다.

큰 치료가 끝나면 환자도 가족도 이제 한숨 놓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몸을 다시 사용하고 일상을 이어가기까지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읽으며 회복이라는 말에 담긴 수고를 생각하게 되었다.

환자가 해내야 하는 연습과 기다림, 의료진이 살펴야 하는 변화, 곁에서 도와주는 사람의 역할까지. 한 사람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는 여러 사람의 시간과 노력이 함께 놓여 있었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이야기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오래 아프면 지켜보는 사람도 걱정이 깊어진다.

도와주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치료가 길어지면 잘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서 무심코 재촉하는 말을 건넬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그럴 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아직도 아파?”라는 질문이 단순한 걱정에서 나왔다고 해도, 듣는 사람은 자신의 회복이 느리다는 부담을 느낄 수 있겠다.

대신 오늘은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물어보면 어떨까. 작은 변화가 있었다면 함께 반가워하고, 힘든 날에는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통증은 아픈 사람만의 일로 남지 않는다. 가족의 생활과 마음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서로의 지침을 알아주고,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지 않는 일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환자뿐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좋았다. 회복을 기다리는 시간이 어떤 마음으로 채워지는지 함께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좋았던 점 —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좋아졌다는 결과만 읽으면 그 사이에 있었던 어려움을 놓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에는 환자들이 흔들렸던 순간과 치료를 조정하며 살펴야 했던 시간이 담겨 있다.

그 덕분에 회복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변화가 더디다고 느끼는 날에도 관찰하고 확인해야 할 것이 있고, 작은 변화를 알아보는 일에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자신의 고민과 한계까지 함께 적은 점도 좋았다. 환자의 마음에 희망을 주고 싶어 하면서도, 말이 누군가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조심스러워하는 태도가 느껴졌다.

책을 읽고 나서 특정한 치료 방법보다 오래 남은 것은 사람을 대하는 자세였다.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방향을 살피는 일. 의료 현장에서 그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덮으며 — 오늘 할 수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보기

책을 읽기 전에는 ‘평범한 일상이라는 기적’이라는 제목이 따뜻한 표현으로 느껴졌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읽고 난 뒤에는 그 말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다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는 일. 자신의 발로 걷는 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

건강할 때는 일일이 의미를 붙이지 않는 행동들이다. 하지만 그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가 다시 하게 된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일 것이다.

나 역시 통증이 덜한 날에는 몸을 움직이는 일이 한결 수월해진다. 그럴 때면 하고 싶은 일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몸이 편안하다는 것이 마음과 생활에 얼마나 큰 여유를 주는지 느낀다.

앞으로는 하루를 돌아볼 때 하지 못한 일만 세어보지 않으려 한다. 오늘 내 몸으로 할 수 있었던 일도 떠올려보고 싶다. 무사히 움직였고, 필요한 일을 했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사실도 기억하고 싶다.

물론 아픈 날에까지 애써 감사해야 한다고 나를 다그치고 싶지는 않다. 힘든 날에는 힘들다고 인정하고, 내 몸을 살피며 쉬어갈 여유도 주고 싶다. 조금 편안한 날이 오면 그 변화를 반갑게 받아들이면서.

『평범한 일상이라는 기적』은 오랜 통증을 겪는 분들, 치료와 재활의 시간을 보내는 분들,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가족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건네는 책이다. 아픈 사람의 하루를 조금 더 이해하고 싶은 분에게도 읽을 의미가 있겠다.

책을 덮으며 내게 묻게 된다.

오늘은 몸이 어땠는지.
무리하면서 지나친 불편함은 없었는지.
할 수 있었던 일들을 너무 당연하게만 여기지는 않았는지.

오랫동안 통증을 겪어왔기에 이 책의 이야기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평범한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함께, 그 하루를 살아내는 내 몸도 조금 더 아껴주고 싶어졌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냈다.
그 사실을 가만히 돌아보며, 나에게도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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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습관 노트 - 이뤄 내는 힘을 내 삶에 들이는 법
김종원 지음 / 청림Life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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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시 손으로 쓰는 습관을 시작하다/김종원 『100일 습관 노트』 

매일 조금씩, 그런 내가 되는 시간

요즘 서평을 쓰면서 우연히 필사와 관련된 책을 자주 만나고 있다.

‘요즘 유난히 필사 책이 많이 출간되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책을 읽을수록 사람들이 다시 손으로 쓰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필사는 단순히 좋은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는 일이 아니다. 한 문장을 천천히 읽고 손으로 쓰는 동안 그 뜻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눈으로 빠르게 읽고 지나쳤던 문장도 직접 써보면 마음에 조금 더 오래 머문다. 책의 내용을 머리와 마음에 체득하는 데 필사가 도움이 되는 이유일 것이다.

김종원 작가의 『100일 습관 노트』를 읽으면서 나도 다시 꾸준히 필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종원 작가를 처음 알게 되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김종원 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책을 읽다가 문장들이 마음에 들어 작가가 궁금해졌고, 김종원 작가의 블로그도 찾아보게 되었다.

블로그에는 지치거나 마음이 흔들리는 날 읽으면 위로가 될 만한 글들이 가득했다. 책을 읽고 필사하면서 작가의 블로그에 담긴 글도 천천히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종원 작가는 약 20년 동안 철학과 자기계발, 자녀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100권이 넘는 책을 출간한 인문학 작가다. 누적 150만 독자와 만나왔으며 『어른의 품격을 채우는 100일 필사 노트』, 『어른의 관계를 가꾸는 100일 필사 노트』, 『어른의 감정을 돌보는 100일 필사 노트』,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일력』 등 읽기와 쓰기, 말과 태도에 관한 책을 꾸준히 펴냈다.

독자가 자신의 눈과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글을 쓰고 있다는 작가 소개처럼, 『100일 습관 노트』 역시 정해진 답을 알려주기보다 독자가 직접 읽고 쓰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게 하는 책이다.




100일 동안 채워가는 다섯 가지 습관

이 책은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모두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 1장 이루는 습관

  • 2장 다정한 습관

  • 3장 지적인 습관

  • 4장 현명한 습관

  • 5장 나다운 습관

각 장에는 스무 개의 글이 담겨 있어 모두 100일 동안 한 편씩 읽고 기록할 수 있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습관 체크리스트’도 마련되어 있어 읽은 내용을 자신의 일상과 연결해 점검할 수 있다.

‘이루는 습관’에서는 미루지 않고 시작하며 결심한 것을 실천하는 힘을 이야기한다. ‘다정한 습관’은 자신과 타인에게 따뜻한 언어를 건네는 태도를, ‘지적인 습관’은 읽고 쓰며 생각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다룬다.

‘현명한 습관’에서는 불필요한 걱정과 감정을 덜어내는 삶을 이야기하고, 마지막 ‘나다운 습관’에서는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처음부터 차례대로 하루에 한 편씩 읽어도 좋고, 지금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습관부터 골라 읽어도 좋다. 책 한쪽에는 짧은 글이 실려 있고 다른 쪽에는 직접 생각을 적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필사 노트나 마음 일기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컴퓨터로 일하며 잊고 있던 손글씨

나는 일을 하면서 대부분의 문서를 컴퓨터로 작성한다.

행정사 업무를 하다 보면 신청서와 각종 서류를 확인하고 문장을 정리하는 일이 많지만, 거의 모든 작업을 키보드로 처리한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은 서명을 할 때를 제외하면 거의 없어졌다.

메모도 휴대전화에 하고 일정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다 보니, 노트에 문장을 길게 적어본 일이 언제였는지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다시 손글씨를 쓰고 싶어졌다. 책 속 문장을 천천히 읽고, 마음에 남은 내용을 내 손으로 직접 적어보고 싶었다.

책장을 살펴보다가 그동안 사용하지 않고 꽂아두었던 노트 한 권을 꺼냈다. 새 노트를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지금 가지고 있는 노트와 펜으로 오늘부터 시작하면 되는 일이었다.



쓰는 동안 생각이 달라진다

책에는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쓰는 게 아니라, 쓰는 대로 생각한다”는 의미의 문장이 나온다.

이 말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보통 생각이 충분히 정리된 후에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쓰는 과정에서 몰랐던 마음을 발견하고, 복잡했던 생각이 조금씩 정리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블로그 글도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모든 생각이 완성되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한 문장씩 적어가면서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필사도 그럴 것이다. 좋은 문장을 손으로 옮겨 쓰는 동안 나의 생각과 경험이 문장 사이로 들어온다. 작가의 문장을 그대로 따라 쓰며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나만의 생각을 발견하게 된다.

책 속에서 ‘삶에서 나온 것이라면 무엇이든 글로 써보라’는 메시지가 눈에 들어온 것도 같은 이유였다.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오늘 느낀 생각과 일상의 작은 경험부터 적으면 된다.




읽고 끝내지 않고 실천하게 하는 책

『100일 습관 노트』의 장점은 좋은 문장을 읽는 데서 끝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글을 읽고 직접 옮겨 쓰거나, 책이 던지는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적을 수 있다. 하루에 많은 양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한 편씩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과 생각을 기록하면 된다.

각 장의 마지막에 있는 체크리스트를 통해 내가 어떤 습관을 지니고 있는지도 돌아볼 수 있다. 습관을 단순히 결심의 문제로 설명하지 않고 말과 행동, 생각을 매일 조금씩 바꾸어가는 과정으로 보여준다.

처음부터 100일을 완벽하게 채우겠다고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을 것 같다. 하루를 건너뛰었다면 다음 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하루도 빠지지 않는 완벽함이 아니라 책을 펼치고 펜을 드는 일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필사를 시작해보려 한다

책장에서 꺼낸 노트에 오늘부터 필사를 해보려고 한다.

마음에 남은 문장을 한 편씩 옮겨 적고, 그 문장을 읽으며 떠오른 나의 생각도 함께 기록할 것이다. 처음에는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며칠은 바쁘다는 이유로 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다시 노트를 펼치면 된다.

하루에 한 페이지를 채우지 못해도 한 문장이라면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예쁜 글씨가 아니라 쓰는 시간을 통해 내 생각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손으로 문장을 쓰다 보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손글씨도 조금씩 편안해지고, 복잡했던 생각도 차분하게 정리되지 않을까.




작은 습관이 만드는 변화

『100일 습관 노트』는 필사만을 위한 책이라기보다, 이루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매일의 말과 행동, 생각으로 조금씩 만들어가는 책이다.

습관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지 않는다. 오늘 한 번 읽고, 한 문장을 쓰고, 어제와 다른 선택을 해보는 작은 행동이 쌓여 만들어진다.

책의 표지에 적힌 “매일 조금씩, 그런 내가 된다”는 문장이 이 책의 내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다.

필사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 좋은 습관을 만들고도 번번이 포기했던 사람, 자신의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읽기만 하는 책보다 직접 쓰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을 찾는 사람에게도 잘 맞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오랫동안 잊고 있던 손글씨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우선 오늘 한 문장을 쓴다. 그리고 내일 다시 노트를 펼친다. 그렇게 쌓인 문장들이 100일 후 어떤 생각과 습관으로 남을지 기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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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를 위한 전선생의 제철 푸른 식단 - 계절의 힘으로 몸을 돌보는 회복 레시피
전미란 지음 / 서사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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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갱년기의 나를 위한 따뜻한 한 끼/『갱년기를 위한 전선생의 제철 푸른 식단』 


나는 지금 갱년기의 중간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 50대다. 하지만 갱년기라고 해서 특별히 무엇을 챙겨 먹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2023년 식품영양학과에 편입해 지난해 2월 졸업했고 영양사 면허증도 취득했지만, 정작 나 자신을 위한 식단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내가 만드는 음식은 대부분 아이들과 어머니를 위한 것이었다. 가족이 잘 먹는 음식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재료는 고민하면서도, 지금 내 몸에 필요한 음식이 무엇인지는 뒤로 미뤄두었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갱년기를 위한 전선생의 제철 푸른 식단』은 “이제는 나를 위한 한 끼를 만들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처럼 다가왔다.


계절의 힘으로 몸을 돌보는 전미란 작가

저자 전미란, ‘전선생’은 건강식 크리에이터이자 레시피 개발자다. 계절이 바뀌면 몸도 달라진다는 생각으로 몸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며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회복 레시피를 만들고 있다.

인스타그램 ‘전선생레시피’에서는 제철의 맛을 기록하고, 유튜브 ‘전선생스테이’에서는 음식에서 시작되는 삶과 생각을 이야기한다. 직접 사용하며 오랫동안 함께한 제품은 ‘전선생부엌’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건강한 삶이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 무엇을 먹을지, 어떻게 움직일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갈지를 선택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 작은 선택들이 몸을 만들고 결국 삶을 만든다는 생각이 이 책 전체에 담겨 있다.



봄·여름·가을·겨울로 이어지는 목차

이 책은 총 116가지의 사계절 레시피를 담고 있다. 본격적인 요리에 앞서 ‘몸은 시간을 기억합니다’라는 이야기와 미리 만들어 두면 유용한 기본 양념을 소개한다.

목차는 계절에 따라 네 부분으로 나뉜다.

  • 봄, 몸을 깨우는 계절

  • 여름, 몸의 균형을 지키는 계절

  • 가을, 몸을 단단하게 채우는 계절

  • 겨울, 몸의 속도를 늦추고 회복하는 계절

봄에는 봄나물과 푸른 채소를 활용해 몸을 깨우는 식탁을, 여름에는 수분과 균형을 챙기는 식탁을 소개한다. 가을에는 근육과 뼈, 혈관을 돌보며 몸을 단단하게 채우는 음식이 나오고, 겨울에는 따뜻한 제철 음식으로 몸을 편안하게 하고 회복을 돕는 식단이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갱년기야 고마워!’라는 에필로그가 실려 있다. 갱년기를 무조건 견디거나 극복해야 하는 시간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며 몸과 마음을 다시 살펴보는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저자의 시선이 인상 깊었다.


나를 위한 음식은 무엇일까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떠올랐고, 동시에 나 자신을 위한 음식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식품영양학을 공부했고 영양사 면허증도 가지고 있지만, 알고 있는 것과 나를 위해 직접 실천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몸에 좋은 식재료를 알고 있어도 바쁘다는 이유로 간단히 먹거나 가족이 원하는 음식부터 준비하게 된다.

이 책은 “갱년기에는 반드시 이것을 먹어야 한다”고 부담을 주기보다 계절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오늘의 한 끼를 차근차근 준비하도록 도와준다. 특별하고 비싼 재료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채소, 버섯, 두부, 해조류, 생선 등을 활용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직접 만들어 본 표고버섯장

116가지 음식을 모두 만들어 보고 싶었지만, 우선 집에 있는 재료로 짧은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 ‘표고버섯장’에 도전했다.

책을 읽는 데서 끝내지 않고 한 가지라도 직접 만들어 보니 책이 훨씬 가깝게 느껴졌다. 식탁에 올릴 음식을 내 손으로 준비하는 평범한 행동이지만, 이번에는 가족보다 먼저 나를 위해 만든 음식이라는 점에서 조금 특별했다.

표고버섯장을 시작으로 나머지 115가지 음식도 계절에 맞춰 천천히 만들어 보고 싶다. 모든 음식을 한꺼번에 따라 하기보다 그날의 몸 상태와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살펴 하나씩 선택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오래 활용하는 방법일 것 같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 레시피

책을 넘기며 나를 위해 만들어 먹고 싶은 음식을 따로 골라 보았다.

여름에는 애호박새우볶음과 두부가지볶음, 가지스테이크처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채소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 참외오이샐러드처럼 익숙한 과일과 채소를 색다르게 조합한 음식도 궁금하다.

가을에는 이미 만들어 본 표고버섯장과 함께 느타리버섯두부조림, 연근찜샐러드처럼 제철 재료의 맛을 살린 음식을 해보고 싶다. 평소 쉽게 만나는 재료라도 조리 방법을 조금 바꾸면 새로운 한 끼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이제는 ‘가족이 무엇을 좋아할까’만 생각하지 않고, ‘오늘 나는 무엇을 먹고 싶은가’도 물어보려고 한다. 나를 위한 요리는 거창한 자기 관리가 아니라 내 몸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작은 연습일지도 모른다.



어머니께 해드리고 싶은 음식 레시피

겨울에 어머니가 오시면 따뜻한 음식을 골라 정성껏 해드리고 싶다.

고구마두부수프, 무청시래기들깨탕, 콩나물황태달걀국, 굴두부미역국처럼 속을 따뜻하게 채워줄 수 있는 음식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의 건강 상태와 입맛을 살펴 부담 없이 드실 수 있는 메뉴를 골라보고 싶다.

그동안 어머니께 음식을 해드리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책에 소개된 계절 식재료와 조리법을 참고해 조금 더 세심한 한 끼를 준비해 보고 싶다. 따뜻한 음식을 함께 먹으며 책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이제는 나를 위한 식탁도 준비해 보려고 한다

『갱년기를 위한 전선생의 제철 푸른 식단』은 단순히 레시피만 나열한 요리책이 아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매일 먹는 한 끼를 통해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갱년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가족을 챙기느라 정작 자신의 식사는 미뤄왔던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갱년기를 앞두고 미리 건강한 식생활을 준비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 역시 앞으로는 아이들과 어머니를 위한 음식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음식도 식탁에 올려보려고 한다. 116가지 레시피를 계절에 맞춰 하나씩 만들어 먹다 보면 지금보다 내 몸과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갱년기는 무언가를 잃어가는 시간만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뒤로 미뤄두었던 나 자신을 다시 만나고, 나를 위한 따뜻한 한 끼를 차려주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표고버섯장으로 시작한 나의 제철 푸른 식단. 이제 남은 115가지 음식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나를 위해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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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박정희 지음 / 나루글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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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지만 깊은 질문을 품은 시집/박정희 『몽당연필』 서평


2026 대구지역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몽당연필』은 작고 앙증맞은 크기 안에 삶에 관한 깊은 질문을 담아놓은 시집이다.

표지에는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삶을 통찰하는 Q&A 형식 시집’이라고 적혀 있다. 그 문장처럼 이 책은 시를 읽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시를 읽은 뒤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의 마음과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이 책은 2026 대구지역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기도 하다. 지역 작가와 출판사가 함께 만든 책이 우수한 출판콘텐츠로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가방에 넣어 다니며 잠깐 시간이 날 때마다 한 편씩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기 좋은 책이다.


몽당연필에서 시작된 삶의 이야기

박정희 작가는 대구 남구에 있는 ‘책상’이라는 카페에서 짧고 닳은 몽당연필들을 보며 이 시집을 떠올렸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그 연필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기록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위로의 말을 남기고, 또 누군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적었을지도 모른다.

짧아진 연필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글을 써왔는지를 보여준다. 작고 볼품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의 생각과 시간이 담겨 있다.

우리의 삶도 몽당연필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동안 많은 것을 기록하고, 때로는 지우거나 버리며 조금씩 닳아간다. 그러나 짧아졌다고 해서 그 가치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살아온 시간만큼 더 깊은 이야기를 품게 된다.


시인 박정희와 나루글방

박정희 작가는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 입주 작가이자 대구우수지역출판콘텐츠제작지원사업 선정 작가다. 2025년에는 에세이 『감정에도 물결』을 출간했고, 『몽당연필』을 통해 삶과 감정을 시와 질문으로 풀어냈다.

『몽당연필』은 2026 대구지역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된 작품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생각과 나루글방의 출판 방향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출판사 나루글방은 ‘나를 읽고 글을 읽고’라는 문장을 내세운다. 글을 읽는 과정에서 독자가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고, 문장 속에서 자신을 읽도록 돕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몽당연필』은 이러한 나루글방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시인의 글을 감상하는 동시에 독자도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직접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계절처럼 이어지는 구성

책은 ‘몽당연필’을 시작으로 태어나고, 쓰이고, 기록하고, 버리거나 지우는 삶의 과정을 따라 구성되어 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흐름 속에 사랑과 위로, 말과 진심, 문학과 창작, 불안과 외로움 같은 다양한 감정을 담았다. 마지막에는 「몽당연필에게」와 작가의 말이 이어지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우리 삶의 여러 계절을 몽당연필이라는 소재와 자연스럽게 연결해 놓은 구성이다.





시를 읽고 나에게 질문하는 책

이 시집에서 가장 특별했던 점은 각 시의 끝에 독자를 위한 질문과 기록할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노을」을 읽은 뒤에는 내일을 기억하게 하는 순간에 관해 생각해보고, 「이름에게」에서는 내 이름의 의미와 그 뜻에 어울리는 삶을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말」에서는 내 마음을 흔들거나 달래주었던 말을 떠올리고, 「예쁜 위로」에서는 누군가에게 받았던 따뜻한 위로를 생각해보게 한다.

보통 시집을 읽을 때는 시인이 전하는 감정을 따라가다가 책장을 덮는다. 그러나 『몽당연필』은 시를 읽은 뒤 잠시 멈춰 나의 경험과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질문에 답을 적다 보면 시인의 시와 나의 이야기가 만나 또 하나의 글이 완성된다. 시집이면서 동시에 나를 기록하는 작은 문답집처럼 느껴졌다.


가장 마음에 남은 시, 「예쁜 위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시는 「예쁜 위로」였다.

제목부터 따뜻했다. 거창하고 화려한 말이 아니더라도 진심이 담긴 짧은 문장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살다 보면 해결 방법보다 “괜찮아”, “많이 힘들었겠다”라는 말 한마디가 더 필요한 순간이 있다. 상대의 문제를 당장 해결해줄 수 없어도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 힘이 되기도 한다.

나에게 예쁜 위로가 되어준 말은 무엇이었는지,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건넨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 계절과 잘 어울렸던 「가을」

두 번째로 기억에 남은 시는 「가을」이었다.

마침 지금의 계절과 잘 어울려 더욱 마음에 들어왔다. 가을은 화려한 색으로 물들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천천히 내려놓는 계절이기도 하다.

조금씩 익어가고 물들어가다가 마침내 떨어지고 떠나는 가을의 모습은 사람의 삶과도 닮아 있다. 붙잡고 있던 것을 내려놓아야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와 함께 실린 주황빛과 붉은빛의 단풍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귀여운 인물이 가을 풍경 속에 서 있는 그림을 바라보니 짧은 시의 여운이 더욱 길게 이어졌다.



시만큼 귀엽고 아름다운 그림

『몽당연필』은 시와 질문뿐 아니라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작은 연필 캐릭터와 하트가 놓인 저울, 꽃이 핀 창가와 별빛이 가득한 밤하늘처럼 귀엽고 따뜻한 그림들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그림은 시의 내용을 그대로 설명하기보다 시를 읽으며 느끼는 감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시를 읽다가 그림을 천천히 바라보고,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내 마음을 적게 된다.

책의 작은 크기와 아기자기한 그림도 잘 어울린다. 작지만 내용은 알차고, 펼칠 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게 하는 시집이다.




가방에 넣어두고 읽고 싶은 가을 시집

『몽당연필』은 한 번에 빠르게 읽기보다 곁에 두고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책이다.

가방에 넣어두었다가 잠시 시간이 남을 때 한 편을 읽고, 그 아래의 질문에 답해보는 것도 좋겠다. 카페에서 차를 기다리는 동안이나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 펼쳐보기에도 부담이 없다.

시는 짧지만 시가 던지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시 한 편을 읽은 뒤 나의 말과 관계, 사랑과 불안, 위로와 외로움을 돌아보게 한다.

특히 마음을 적어보고 싶지만 무엇부터 써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책이 건네는 질문을 따라 한 문장씩 적다 보면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작고 아름다운 시집을 만났다.

몽당연필처럼 조금 닳고 짧아지더라도 나의 이야기를 계속 기록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짧은 연필 한 자루에도 수많은 글이 담길 수 있듯이 평범해 보이는 우리의 하루에도 충분히 기록할 만한 이야기가 있다.

시를 읽고, 질문에 답하며, 글 속에서 나를 발견하게 하는 책.

『몽당연필』이 2026 대구지역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된 이유도 이러한 특별한 구성과 따뜻한 메시지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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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의 대한민국 컬러링북 - 컬러링으로 떠나는 한국의 사계절 여행
박시현 지음 / 이덴슬리벨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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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색으로 만나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사계절/박시현 『시현의 대한민국 컬러링북』


그림을 보며 웃고 추억을 떠올리는 책

박시현 작가의 『시현의 대한민국 컬러링북』은 우리나라의 사계절과 전통문화를 아름답고 귀여운 그림으로 담아낸 컬러링북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림을 보고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떤 그림 앞에서는 가족과 함께했던 시간이 생각나고, 또 어떤 그림에서는 잊고 지냈던 계절의 냄새와 풍경이 되살아난다.

단순히 색을 칠하는 책이라기보다 그림과 색을 통해 대한민국의 사계절을 여행하고,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다시 만나는 그림책에 가깝다.


일상의 따뜻함을 그리는 박시현 작가

박시현 작가는 ‘시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하루하루 달라지는 분위기와 감정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림에 담아낸다. 따뜻하고 포근한 색감을 주로 사용하며,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일상의 따뜻함을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한다.

저서로는 『시현의 그림 같은 하루』, 『시현의 행복한 하루』, 『시현의 시선이 머무는 곳』, 『수채화에 담은 소녀의 화원』, 『하루 한 장 엽서 수채화』, 『나의 첫 수채화 컬러링북』 등이 있다.

작가 소개를 읽고 다시 그림을 바라보니, 평범한 하루를 따뜻하게 기록하려는 작가의 마음이 더욱 잘 느껴졌다.

화려하거나 복잡한 그림보다 우리가 살아오며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장면을 편안하고 다정하게 표현했다. 그래서 낯선 작품을 감상한다기보다 오래된 앨범을 펼쳐보는 듯한 친근함이 있다.



봄·여름·가을·겨울로 만나는 대한민국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계절로 나누어 우리나라의 자연과 풍습, 기념일과 전통놀이를 소개한다.

봄에는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는 모습과 연못에 피어난 연꽃, 어버이날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장면, 스승의 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여름에는 형형색색의 연등과 푸른 나무처럼 계절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가을에는 황금빛 들판과 정겨운 돌담길, 한글날, 송편 빚기와 강강술래 같은 풍성한 명절 풍경이 이어진다.

겨울에는 붕어빵과 군고구마 같은 따뜻한 겨울 간식, 눈썰매를 타는 아이들, 새해의 해맞이, 팥죽 만들기, 정월대보름의 부럼 깨기와 설날의 복조리 달기, 널뛰기 같은 정겨운 장면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날씨와 풍경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계절마다 기념일과 명절이 있고, 그날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의 표정과 음식, 놀이와 추억이 있다.

이 책은 그 모든 것을 한 장면씩 따뜻하게 보여준다.


색칠하기 전에도 아름다운 그림

각 장면의 왼쪽에는 작가가 색칠한 완성 그림이 있고, 오른쪽에는 독자가 직접 색을 칠할 수 있는 선화가 배치되어 있다.

완성된 그림을 그대로 참고해 같은 색으로 칠해도 되고, 자신이 원하는 색을 골라 전혀 다른 분위기로 완성해도 좋다.

나는 각 그림에 사용된 색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눈이 편안해지는 파란 하늘과 초록빛 나무, 한복의 부드러운 분홍색과 노란색, 눈이 내리는 겨울날의 차분한 색, 해맞이 장면의 붉은 노을까지 계절의 느낌이 자연스럽게 살아 있다.

색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화려하지 않고 따뜻하고 포근하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도 밝고 정겨워서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책에는 컬러링 팁과 나무를 색칠하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한 가지 색으로 칠하는 방법부터 빛과 그림자를 표현하고 여러 색을 섞어 풍성하게 나타내는 방법까지 단계별로 볼 수 있어 컬러링을 처음 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그림과 함께 읽는 짤막한 문화 이야기

각 그림에는 제목과 함께 장면에 대한 짤막한 설명이 들어 있다. 한글 제목뿐 아니라 영어 표현도 함께 적혀 있어 그림을 감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와 영어 표현을 접할 수 있다.

정월대보름에는 왜 부럼을 깨는지, 설날에는 왜 복조리를 달았는지, 명절에는 어떤 음식을 만들고 어떤 놀이를 했는지 그림과 설명을 함께 보며 알 수 있다.

설명은 길지 않지만 그림 속 풍경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우리나라의 계절과 전통문화를 알려주는 책이 되고, 어른에게는 오래전 기억을 꺼내보게 하는 추억의 책이 된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한 장씩 색칠하면서 “예전에는 이런 놀이를 했어”, “명절에는 가족들이 모여 송편을 빚었어”라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을 것 같다.


아이에게 색칠북을 사주던 시절을 떠올리다

이 책을 보면서 작은아이를 키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이가 그림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해서 색칠북을 자주 사주었다. 새 색칠북을 받으면 좋아하는 색연필을 꺼내 한 장씩 정성스럽게 색을 칠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는 색칠북이 주로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동화책이나 어른들이 읽는 책에도 독자가 직접 색을 칠할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 많아졌다.

어른에게도 색칠하는 시간은 필요하다.

어떤 색을 사용할지 고르고, 작은 면을 천천히 채워가는 동안 복잡했던 생각이 잠시 멈춘다. 완성도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과 비교할 이유도 없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 한 장을 채우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

어린 시절에는 재미로 색을 칠했다면, 어른이 된 후에는 마음을 쉬게 하기 위해 색연필을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장을 완성하며 만나는 나만의 대한민국

같은 그림을 보고 색칠하더라도 완성된 결과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작가의 색을 그대로 따라 칠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기억 속 풍경을 떠올리며 전혀 다른 색을 선택할 수 있다. 파란 한복을 분홍색으로 바꾸고, 초록빛 나무에 노란 잎을 더해도 된다.

작가가 그려놓은 선 위에 독자의 색이 더해지는 순간, 그 그림은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이 된다.

정월대보름의 둥근 달과 부럼, 설날 마당의 널뛰기, 가족이 함께 만드는 팥죽, 가을밤의 강강술래, 눈 내리는 날의 썰매처럼 책 속에는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점점 보기 어려워지는 장면들이 담겨 있다.

그림에 색을 더하는 일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우리의 풍경과 문화를 기억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좋아할 책

『시현의 대한민국 컬러링북』은 색칠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물론, 그림을 좋아하고 조용히 마음을 쉬게 하고 싶은 어른에게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아이에게는 우리나라의 사계절과 전통문화를 친근하게 배우는 그림책이 되고,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어린 시절과 가족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 된다.

완성된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와 직접 색을 칠하는 즐거움이 함께 있고, 그림마다 짤막한 해설도 있어 한 장씩 천천히 읽고 완성하기 좋다.

특히 부모와 아이가 함께 색칠하거나, 어르신에게 선물해도 좋을 것 같다. 손을 움직여 색을 채우는 동안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고, 그림 속 장면을 보며 오래된 추억을 이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

책을 다 보고 난 뒤, 이 책은 해보자 동생의 어머님께 선물하기로 했다.

동생의 어머님은 색칠 동화책을 완성하고 나면 자신이 마치 작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이 책을 떠올렸다. 박시현 작가가 그려놓은 아름다운 선 위에 어머님만의 색을 더한다면, 정말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이 완성될 것이다.

책 속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지만 직접 색을 칠하면 그림 속 계절과 풍경이 더욱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봄의 꽃과 태극기, 여름의 푸른 나무와 연등, 가을의 황금빛 들판과 강강술래, 겨울의 눈썰매와 따뜻한 팥죽까지 한 장씩 색칠하다 보면 대한민국의 사계절을 천천히 여행하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시현의 대한민국 컬러링북』은 그림을 보며 웃고, 추억을 떠올리고, 나만의 색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완성하게 하는 책이었다.

색칠을 좋아하는 아이와 어른, 부모님께 드릴 따뜻한 선물을 찾는 사람, 우리의 계절과 전통문화를 그림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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