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맞게 익은 사랑
최경영 지음 / 부크크(bookk)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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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십이 지나 꽃을 보니, 사람이 보였다/최경영 시집 『마침맞게 익은 사랑』

50대가 되고 나서 꽃이 더 좋아졌다. 예전에도 꽃을 보면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활짝 핀 꽃만큼이나 지는 꽃에도 눈이 간다.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시간, 한창 피어 있는 순간, 꽃잎이 떨어지고 난 자리까지 보고 있으면 사람의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경영 시인의 『마침맞게 익은 사랑』을 읽으며 그 생각을 다시 했다. 요즘 시집을 많이 읽었지만, 이 책은 한 사람의 살아온 날들이 담긴 에세이처럼 다가왔다. 장날을 앞두고 막내아들의 교복을 넉넉한 치수로 사라고 당부하는 어머니, 김밥을 먹고 난 뒤 들풀을 다듬어 이쑤시개로 건네는 아내. 시인의 기억을 따라가다가 어느새 내 삶의 한 장면 앞에 멈춰 서게 되는 시집이었다.



책과 작가 소개

『마침맞게 익은 사랑』 | 최경영 시집 | 부크크(BOOKK)

최경영 시인은 2014년 문예지 『시에』 가을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인 사진작가이기도 하며, 그의 사진은 2017년 울산에서 열린 아시아 버드 페어(ABF) 공식 포스터 사진으로 선정됐다.

시인이 사진작가라서 그런지, 각 부를 여는 흑백사진이 참 멋졌다. 제2부의 달 앞을 지나는 새 세 마리도 좋았고, 제3부의 빛과 그림자 사이로 뻗은 꽃가지도 한참 들여다봤다. 처음에는 꽃이 무슨 색이었을까 궁금했는데, 어느새 가느다란 가지의 선과 꽃송이 사이의 빈자리를 보고 있었다. 시를 읽고 난 뒤 다시 사진으로 돌아가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목차

‘시인의 말’에 이어 네 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의 수록작 가운데 몇 편을 골라 정리했다.

  • 제1부|「소매물도길 65」, 「열목개」, 「멸치」, 「소금 꽃」, 「지심도」, 「대오서점」등 18편

  • 제2부|「마침맞게 익은 사랑」, 「물결표」, 「박그릇」, 「꽃잎 발자국」, 「벚꽃」, 「은행나무 가을」등 15편

  • 제3부|「옹달솥」, 「감꽃 목걸이」, 「어머니의 집」, 「목향장미」, 「장날 아침」, 「가설극장의 추억」등 17편

  • 제4부|「들풀 이쑤시개」, 「그래 사랑」, 「오후 3시」, 「수채화」, 「6시 내 고향」등 19편




시 속에 담긴 삶의 장면들

제1부 「열목개」

바다는 하루 두 번 제 속을 열어 길을 낸다

길이 없다고 생각한 곳에서 물이 물러나자 걸어서 건널 길이 드러난다. 그 장면을 읽으며 기다려야만 닿을 수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같은 부의 「소금 꽃」에서는 곰소 염전에 핀 하얀 소금 결정 너머로 뙤약볕 아래 일하는 사람들의 수고가 보였다.


제2부 「박그릇」

이제 남은 일은
빈 그릇 속에
시간을 채워 가는 일

남대문시장에서 밥그릇 두 개를 사는 평범한 장면인데, ‘시간을 채워 가는 일’이라는 말에서 오래 머물렀다. 앞으로 그 그릇에 밥을 담아 마주 앉을 날들이 그려졌다. 함께 사는 정은 그렇게 되풀이되는 끼니에 조금씩 쌓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3부 「옹달솥」과 「어머니의 집」

모두 떠나고 남은 밥상에서 어머니는 늘
설거지 같은 식사를 하신다

‘설거지 같은 식사’라는 말에 마음이 걸렸다. 온 식구가 밥을 먹고 일어난 뒤에야 남은 밥상에서 끼니를 드시는 어머니. 그 두 줄을 읽고 나니 앞서 나온 밥 냄새와 아침마당의 분주함도 다르게 느껴졌다. 따뜻한 옛 풍경 속에, 그때는 미처 살피지 못했던 한 사람의 하루가 있었다.

「옹달솥」에서 어머니의 하루를 보았다면, 「어머니의 집」에서는 그 하루가 지나간 자리를 보았다. 시인은 기억을 더듬어 어머니의 집을 한 칸씩 다시 짓는다. 부엌에는 가마솥과 백철솥을 걸고, 뒤꼍에는 호박과 머위가 자라게 하고, 우물가에는 앵두나무를 세운다. 낮은 사립문까지 달아 놓으면 어머니가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나오실 것 같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당신의 모습은 없습니다

이 한 줄을 읽는 순간, 방금까지 눈앞에 그려지던 집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모깃불 옆 평상이라면 부채질하는 어머니가 계실 것 같아 다시 바라보지만, 그곳에도 모습은 없다. 집을 이토록 세세하게 떠올린 건 결국 그 안에서 어머니를 한 번 더 만나고 싶어서였을까. 나도 어린 시절의 집을 떠올려 보았다. 방이 어떻게 생겼는지보다 그 안에서 움직이던 어머니의 모습이 먼저 생각났다.


제4부 「들풀 이쑤시개」

아내가 다듬어 준
들풀 이쑤시개

남산 소월숲 길에서 김밥 한 줄을 먹은 오후, 아내가 들풀을 다듬어 이쑤시개를 만들어 준다. 이 시를 읽으며 나도 가까운 사람에게 받은 사소한 친절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웃고 지나갔을 일이 오래 기억에 남는 건, 그 작은 수고에 나를 생각한 마음이 들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두 편

좋은 시가 여럿이었지만, 책을 덮었다가 다시 찾아 읽은 시는 「벚꽃」과 「목향장미」였다. 50대가 되어 꽃을 더 좋아하게 된 내 마음이 두 편을 읽는 동안 조금 더 선명해졌다.


벚꽃

오래 머물지 않아
더 눈부신 생이여

물너울 길로 꽃잎 내려앉자
은빛 윤슬로 웃는 호수

스쳐가는 바람의 발걸음마다
분홍의 비로 흩날리는 기억들

지는 꽃잎 애처로워
사월의 산들바람
잠시 호흡을 멈춘다


예전 같으면 벚꽃이라는 말에 만개한 나무부터 떠올렸을 텐데, 이번에는 호수 위에 내려앉는 꽃잎이 더 선명했다. 꽃이 지는 게 아쉬워 바람마저 잠시 숨을 멈춘다는 마지막이 좋았다. 나도 살아오면서 조금만 더 오래 머물러 주었으면 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지나가는 게 아깝기만 했는데, 이제 돌아보면 짧았기에 그날의 표정까지 또렷이 기억나는 순간도 있다. 이 시를 읽다 보니 내게도 그런 봄이 몇 번 있었다.


목향장미

가시를 버린 자리마다
부드러운 꽃을 피웠네

벽을 타고 오른 덩굴은
세상의 모서리를 둥글게 감싸고

은은한 향기,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화려하지 않아 오래 머무는
조용한 미소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소리 없는 위로를 배운다


‘가시를 버린 자리마다’라는 첫 줄에서 마음이 멈췄다. 내게도 나를 지키느라 세웠던 가시가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중 몇 개쯤 내려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예전 같으면 굳이 한마디 더 했을 자리에서 말을 아끼고, 누군가 힘들다고 하면 해결책을 꺼내기 전에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주는 사람. 벽의 모서리를 둥글게 감싸는 목향장미를 보며 나도 그런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었다.



책을 덮으며

처음에는 제목에서 ‘익은 사랑’이 눈에 들어왔는데, 다 읽고 나니 ‘마침맞게’라는 말이 더 좋았다. 어머니의 집을 기억 속에서 한 칸씩 되살리는 마음도, 밥그릇 두 개에 앞으로의 시간을 담아 보려는 마음도, 들풀 하나를 다듬어 건네는 손길도 저마다 다른 모습의 사랑이었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에는 가을이 쓸쓸하기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 「은행나무 가을」의 잎은 바람에 내려앉고, 「어머니의 집」에는 그리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 시들을 읽고 나면, 한때 같은 밥상에 둘러앉았던 사람들과 별일 없이 함께 보낸 날들이 떠오른다. 책 속에 그런 인생 이야기가 가득해서였을까. 지나간 계절이 아쉬우면서도 그 안에서 받은 다정함이 생각나 마음이 따뜻해졌다.

가까운 사람에게 선물하기에도 좋고, 내 책장에 두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편씩 다시 읽기에도 좋은 시집이다. 평소 시를 자주 읽는 분은 물론, 시가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분에게도 권하고 싶다. 흑백사진 한 장 앞에 잠시 머물다가 마음이 가는 시를 펼치면 된다. 나는 다음 봄에 이 책을 다시 꺼내 「벚꽃」을 읽고 싶다. 꽃이 이미 지기 시작했다면, 그때는 발밑에 내려앉은 꽃잎을 한참 바라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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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소명
한경자 지음 / 티쿤올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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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과 소명은 같다

“나는 전도하듯 세일즈했고, 세일즈하듯 전도했다. 그 마음은 언제나 하나였다.”
— 『일과 소명』, 프롤로그, 35쪽

앞서 서평을 쓴 『사랑, 그 위대한 열매』에 이어 이번에도 목사님이 쓴 책을 읽었다. 두 저자에게 주어진 일과 살아온 자리는 다르지만, 내게는 두 책 모두 소명에 관한 이야기로 읽혔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사랑을 실천하며 하나님 나라를 넓혀 간다는 점에서 두 책이 만났다.

두 권을 나란히 떠올리니, 두 책이 내게 같은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기독교인으로 살아왔지만, 일과 소명을 하나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신앙은 신앙대로, 일은 일대로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경자 목사가 교회에서든 고객의 현관 앞에서든 같은 마음으로 사람을 만났다는 고백이 낯설면서도 마음에 걸렸다. 책을 펼치게 한 것은 전도왕이자 세일즈왕의 이야기였지만, 책을 덮고 가장 오래 남은 말은 따로 있었다.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책과 저자

『일과 소명』 | 한경자 지음 | 티쿤올람

한경자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용천노회에서 3년 연속 전도왕에 올랐고, 웅진코웨이에서 정수기 세일즈를 하며 최우수상을 받고 팀을 이끌었다. 세일즈 현장에서 목회자로서의 부르심을 느꼈고, 목회자가 된 뒤에도 일터를 떠나지 않았다. 이 책은 그가 교회와 일터에서 사람을 만나며 배운 신앙과 일의 이야기다.



목차

  • 프롤로그 - 나는 평생 두 가지 일을 했다, 아니 하나의 일을 했다

  • 1부 - 전도와 세일즈, 그 하나의 소명

  • 2부 - 가장 낮은 자리로의 부르심

  • 3부 - 하늘의 상, 그리고 새로운 부르심

  • 4부 - 세일즈에 담긴 진심

  • 5부 - 세일즈, 전도와 만나다

  • 6부 - 창조부터 지금까지, 일은 예배였다

  • 7부 -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 에필로그 - 소명은 조용히 흘러간다





간략한 내용 정리


1부. 전도와 세일즈, 그 하나의 소명

복음을 전하러 간 집에서 저자는 청소를 하고 밥을 지었다. 정수기를 설명하러 간 집에서는 카탈로그를 펼치기 전에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는 일은 달랐지만, 상대의 형편부터 살피는 태도는 같았다. 나도 상담할 때 준비해 둔 설명부터 꺼내느라 정작 상대가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뒤늦게 알아차린 적이 없었는지 돌아봤다.


2부. 가장 낮은 자리로의 부르심

저자 부부는 남편이 월급 150만 원을 받던 직장을 두고 사례비 25만 원인 교회 관리집사 자리를 택했다. 저자는 화장실을 닦고 밥을 짓던 그 시간을 섬김을 배운 자리로 기억한다. 그 마음의 뿌리에는 새벽마다 기도하고, 이웃집에 호박을 가져다주고, 교회 부엌에 늦게까지 남아 설거지하던 어머니가 있었다. 왜 한 번이라도 더 안아드리지 못했을까 되묻는 저자의 편지를 읽으며 나도 우리 어머니를 떠올렸다. 자녀를 키우고 나서야 알게 되는 어머니의 마음이 있다.


3부. 하늘의 상, 그리고 새로운 부르심

미용실에서 우연히 만난 스님에게 저자는 커피 한 잔을 건넨다. 스님은 부처님 이야기를, 저자는 하나님 이야기를 하며 한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눈다. 그분이 훗날 교회에 왔다는 결말보다 내게 오래 남은 것은 저자가 파마 롤을 만 채 그분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들었다는 장면이다. 하롱베이에서는 세일즈로 한창 인정받던 저자가 여행지의 배 위에서 조용히 울며 새 부르심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일이 잘 풀릴 때에도 내가 가진 시간과 힘을 어디에 쓸지 다시 물을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4부. 세일즈에 담긴 진심

마감이 급해지면 고객에게 제품이 필요한지보다 오늘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줄지가 먼저 보인다는 대목이 현실적이었다. 저자는 교회에서도 사람을 등록 인원이나 성장의 숫자로 보기 시작하면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말한다. 자신이 따낸 계약을 팀원들과 나누어 준 일화도 그 말과 이어진다. 고객에게든 동료에게든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건, 내 몫이 걸린 순간에야 그 뜻이 분명해지는 것 같다.


5부. 세일즈, 전도와 만나다

저자가 두 현장에서 배운 다섯 걸음은 접촉, 관계, 필요, 전달, 결신이다. 나는 ‘필요’가 ‘전달’보다 앞선다는 데 밑줄을 긋고 싶었다. 제품을 권하러 간 자리에서 고객에게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친척에게 거절당하고 달빛 아래 한참 울었던 저자가 다시 다음 사람에게 다가가는 장면에도 다른 종류의 용기가 있었다. 상대의 답을 존중하면서도 그 거절을 내 가치에 대한 판단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다.


6부. 창조부터 지금까지, 일은 예배였다

저자는 교회에 모여 예배드린 사람이 다시 각자의 일터로 흩어져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하나님 앞에서 일한다’는 말도 이 책에서는 정직한 거래 한 건으로 구체화된다. 아무도 확인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야 할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내게 유리해도 상대에게 맞지 않는 선택은 권하지 않는 일이다. 하나님 나라를 넓혀 간다는 말이 내 일터에서는 이런 정직한 선택에서 시작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부.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저자는 마지막 부에서 아들과 딸에게, 그리고 독자에게 지금 하는 일을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는지 묻는다. 앞의 여섯 부까지는 한경자 목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읽었다면, 이 대목부터는 자꾸 내 이야기를 하게 됐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가?

처음에는 얼마나 부지런히 일하고 있는지를 묻는 말처럼 들렸다. 가만히 생각하니 그보다 더 어려운 질문이었다. 내가 믿는 것을 일하면서도 살아내고 있는가. 바쁠수록 상대의 형편을 먼저 살피고 있는가. 그동안 신앙과 일을 따로 생각해 왔기에 한 번도 제대로 묻지 않았던 질문들이었다. 그래서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라는 말 앞에서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없었다.


이 책을 권하고 싶은 분들

  • 신앙을 지키며 살아왔지만, 내가 하는 일과 소명을 연결해 본 적은 없는 분

  • 영업이나 상담을 하며 실적이 급할 때도 상대의 형편을 먼저 살피고 싶은 분

  • ‘하브루타 나눔 질문’을 따라 가족이나 교회 소그룹에서 일과 신앙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




책을 덮으며

예전에는 소명이라고 하면 언젠가 새롭게 시작해야 할 일이 먼저 떠올랐다. 『사랑, 그 위대한 열매』와 『일과 소명』을 이어 읽고 나니, 그 질문을 먼 훗날로 미룰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두 책을 읽고 내게 남은 질문이다.

내게는 다음 상담이 그 질문에 답해 볼 자리다. 준비한 설명을 꺼내기 전에 상대가 무엇을 가장 걱정하는지 묻고, 그 대답을 끝까지 들어보고 싶다. 내게 유리한 선택과 상대에게 필요한 선택이 다를 때는 그 차이를 정직하게 말하고 싶다. 내가 믿는 것을 내가 하는 일에서 살아낸다는 건, 내게는 그런 한 번의 선택에서 시작될 것 같다.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이번에는 좋은 문장으로 마음에만 남겨 두고 싶지 않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이제는 내가 실천할 차례다.



#일과소명 #한경자 #사랑그위대한열매 #이제당신차례입니다 #티쿤올람 #기독교서평 #일터신앙 #삶의예배 #하브루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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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위대한 열매
최정숙.김무일 지음 / 희스토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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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랑, 그 위대한 열매』|사랑은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책을 덮고 나니 표지의 ‘마침내’라는 말에 자꾸 눈이 갔다.

사랑은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함께 걷는 표지에 어울리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다 읽고 나니 그 말 안에 아이를 어디에 재울지 걱정하던 밤도, 쌀독을 열어 보고 가슴이 철렁했던 아침도, 정든 아이를 친부모에게 돌려보내고 한참 문가에 서 있던 시간도 들어 있었다.

『사랑, 그 위대한 열매』는 최정숙·김무일 부부의 집을 거쳐 간 110명이 넘는 아이들과, 책을 쓸 당시 그 집에서 함께 살던 열여덟 아이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품으며 자신들도 사랑을 받았다고 고백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책과 저자

『사랑, 그 위대한 열매』 | 최정숙·김무일 지음 | 히스토리

최정숙은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응용미술을 공부한 아동 일러스트레이터로, 생명숲배움공동체 교장이자 생명을주는나무 NGO 원장이다. 김무일은 한세대학교 영산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을 공부했으며, 생명빛교회 담임목사이자 생명숲배움공동체 교목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목소리로 지난날을 들려준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부부가 어떻게 한 아이를 함께 품게 되었는지, 그 선택이 두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따라가게 된다.


목목차

  • 프롤로그 — 통곡 없이는 열매도 없다

  • 들어가기 — 사진첩을 펼치며

  • 1장. 한 남자의 방황: 무일

  • 2장. 한 여자의 변화: 정숙

  • 3장. 순종의 열매: 무일과 정숙

  • 4장. 사랑의 기적: 무일과 정숙, 그리고 아이들

  • 나가기 · 에필로그 · 생명숲배움공동체 소개 · 통곡하는 이들에게: 당신의 눈물도 열매가 됩니다



1장. 한 남자의 방황: 무일

어린 무일은 주일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교회에 갔다. 무슨 기도를 하는지도 모르면서 어머니가 눈을 감으면 따라 눈을 감았다. 자라서는 옥탑방과 예배실을 잇는 삐걱거리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누구에게도 못 하던 질문을 하나님께 꺼내놓았다. 열여섯에는 목회자로 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신학대학에 가겠다는 아들을 가장 단호하게 말린 사람도 그 어머니였다.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교회에 가던 마음과, 자란 아들이 고단한 길을 갈까 봐 막아섰던 마음. 어느 쪽에도 아들을 아끼는 마음이 있었다는 생각에 잠깐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일반대학에 진학하고 직장과 사업을 거치며 잊고 지냈던 약속은 2002년 새벽기도에 나가면서 다시 떠오른다. 아산 기도원에서 목회의 부르심을 마주한 무일은 자신을 쓰시려거든 아내를 먼저 만나 달라고 기도한다. 자신이 확신하는 길이라고 해서 아내에게 당연히 따라오라고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 기도에 아내를 아끼는 마음이 담겨 있어 오래 기억에 남았다.



2장. 한 여자의 변화: 정숙

정숙에게 어린 시절 교회의 기억은 손등에 떨어진 뜨거운 촛농이었다. 결혼하고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남편 옆에서 눈을 감고도 다른 생각을 하곤 했다는 고백이 오히려 친근했다.

일과 육아에 지쳐 아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향하던 날, 내려오는 길에도 빚은 그대로였고 몸은 여전히 지쳐 있었다. 그래도 정숙은 등에 업힌 아이를 고쳐 업고 큰아이 손을 다시 꼭 잡는다. 나는 형편이 달라지기 전에 먼저 달라진 그 손길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하나님을 만나고 싶다고 울며 기도했던 정숙의 변화는 아이들과 영어책을 펼치기 전 조용히 기도하는 일처럼 평범한 하루에도 스며든다. 설거지대 앞에서 많은 아이의 엄마가 되리라는 음성을 들었을 때도, 정숙은 자신이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솔직함 덕분에 뒤이어 펼쳐지는 이야기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3장. 순종의 열매: 무일과 정숙

다섯 가정이 모이는 작은 교회에서 두 사람은 어떤 교회가 되어야 할지 묻고 기도한다. 정숙은 아이가 찾아오기 전부터 얼굴도 모르는 그 아이를 위해 울며 기도했던 시간을 갈라디아서 4장 19절의 해산하는 수고에 빗대어 돌아본다.

첫 아이를 품고 2년 안에 아이가 열네 명으로 늘었다. 첫 아이를 안았을 때 감사했던 무일도 둘째, 셋째가 오자 겁이 났다. 통장 잔고를 들여다보고 아이들을 어디에 재울지 고민했다. 밤에 혼자 앉아 이 길이 맞는지 되묻고,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도 숨기지 않는다.

그 대목을 읽으며 ‘순종’이라는 말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밤에는 하나님께 힘들다고 털어놓고, 날이 밝으면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잠자리를 챙기는 일. 두 분이 함께 걸었다는 말에는 그렇게 흔들리면서도 하루하루 아이들 곁을 지킨 시간이 들어 있었다.



4장. 사랑의 기적: 무일과 정숙, 그리고 아이들

만삭의 여성이 대문을 찾아왔을 때 정숙은 그의 손을 잡아주면서도 속으로는 그 삶을 판단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날 밤 기도 중 마음에 들려온 질문이 있다.

“너라면 어떡하겠니?” (195쪽)

그 질문 뒤에 이어지는 일들이 좋았다. 잘 곳을 내어주고, 기저귀와 배냇저고리를 함께 마련하고, 산후조리와 보육에 드는 비용도 힘닿는 만큼 보탠다. 아이가 잘 자라려면 아이를 낳은 엄마도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워간다. 그 곁을 지키는 동안 정숙도 먼저 판단하던 사람에서 옆에 앉아 함께 울어주는 사람으로 조금씩 바뀐다.

부모가 형편을 추슬러 아이를 다시 데려가는 날에는 잘 지내라고, 언제든 놀러 오라고 보내주고는 문가에서 한참 뒷모습을 바라본다. 또 어느 날에는 다섯 살쯤 된 아이가 자신을 낳아 준 엄마를 한 번만 만나 함께 자고 싶다고 한다. 정숙은 아이를 꼭 안고 함께 울었다. 안전하게 지낼 집을 내어준 뒤에도 아이에게는 자기만의 그리움이 있다는 걸 마음으로 받아주는 장면이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돌봄은 배움으로 이어졌다. 학교에서 위축되던 아이들이 각자의 속도로 배울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가 생명숲배움공동체로 이어졌다. 리듬체조 학원 원장님처럼 아이들을 무료로 가르치겠다고 나선 사람도 있었다. 내게는 이것이 하나님 나라가 넓어지는 모습으로 읽혔다. 한 아이에게 내어준 잠자리가 그 엄마도 숨을 돌릴 자리가 되고, 함께 밥을 먹던 집에서 아이들의 배움을 고민하고, 그 일에 이웃이 자기 몫을 보태는 모습 말이다.

이 책을 권하고 싶은 분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과 교사,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분들, 그리고 저마다의 자리에서 사랑으로 누군가를 섬기는 모든 분께 권하고 싶다.

아이의 재능을 알아봐 주는 일도 귀하지만, 아이가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리고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을 들어주는 일도 그만큼 귀하다는 걸 이 책이 보여준다. 돌보는 일이 익숙해진 분에게는 매일 해온 작은 일의 의미를, 누군가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막막한 분에게는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을 건네는 책이다.



책을 덮으며

나도 기독교인이다. 그래서인지 김무일 목사님과 최정숙 사모님이 감당하기 벅찬 날에도 하나님께 묻고, 눈앞에 온 아이를 한 명씩 품는 이야기가 더 깊이 다가왔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오랜 세월 사랑으로 살아낸 두 분의 열정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자신이 받고 있었다는 사모님의 고백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러다 문득 내 삶을 돌아보게 됐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내가 믿는다고 고백하는 사랑은 내 하루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나. 바쁘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않았던 때도, 마음이 쓰이면서도 한 걸음 더 다가가지 않았던 때도 떠올랐다. 두 분이 맺은 사랑의 열매에 깊이 감명받았고, 그만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책을 덮으며 나도 작은 일 하나를 떠올렸다. 마음에 걸리는 사람에게 먼저 안부를 묻고, 그 대답을 서두르지 않고 들어주는 일이다.

사랑은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그 문장을 다시 읽으니, 내일도 아이들 이름을 하나씩 부르고 밥을 차릴 그 집의 아침이 떠올랐다.



#나의책장 #그래언니독서노트 #사랑그위대한열매 #최정숙 #김무일 #기독교책추천 #신앙에세이 #생명숲배움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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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희망인가 과장인가
신누리 지음 / 좋은땅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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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되 과장에는 속지 않기를

줄기세포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갈린다. 난치병과 노화를 해결할 미래의 의학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고가의 시술이나 광고부터 떠올리며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나에게 줄기세포와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건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이다. 당시에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기대가 컸지만, 연구 결과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민적 희망은 큰 실망과 불신으로 바뀌었다. 그 이후 줄기세포라는 말에는 희망과 가능성뿐 아니라 경계심도 함께 따라다니게 되었다.

신누리 작가의 『줄기세포, 희망인가 과장인가』는 바로 그 희망과 의심 사이에서 줄기세포와 재생의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설명하는 책이다. 줄기세포를 기적의 치료법으로 포장하지도 않고, 모든 가능성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화려한 광고와 막연한 기대에서 벗어나 어떤 기준으로 치료를 판단해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짚어 준다.



재생의학 현장을 경험한 신누리 작가

저자 신누리는 재생의학 전문기업 미라셀의 대표이사로, 2010년부터 바이오산업에 참여해 줄기세포 치료의 임상 적용과 기술 개발 현장을 경험해 왔다. 국내외 연구진과 의료진과의 협력을 통해 줄기세포 관련 의료기기와 재생의학 기술의 발전 및 표준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줄기세포를 무조건 홍보하기보다 현장에서 마주한 대중의 기대와 실제 의료 현실 사이의 간극을 설명한다. 줄기세포 치료가 정확한 정보와 분명한 기준 위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책 전체에 담겨 있다.



희망에서 선택의 기준까지 이어지는 목차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당신이 알아야 할 사실’에서는 줄기세포를 둘러싼 과대광고와 절박함이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한다. 2부 ‘재생은 요행이 아니라 설계다’에서는 질병과 세포의 관계, 몸이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설명한다.

3부 ‘시장은 왜 왜곡되는가’에서는 줄기세포를 둘러싼 마케팅과 해외 원정 시술, 제대혈, 난치성 질환 시장의 문제를 다룬다. 4부 ‘그래서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에서는 세포의 출처와 배양 여부, 치료를 선택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기준을 제시한다. 마지막 5부 ‘재생의학의 미래’에서는 인공지능과 생체 데이터가 재생의학과 만나 만들어 갈 미래를 살펴본다.

이 책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줄기세포’라는 이름만으로는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골수·지방·혈액·제대혈 등 어디에서 채취한 세포인지, 자가세포인지 타가세포인지, 배양했는지 최소조작인지, 어떤 방식으로 투여하는지에 따라 안전성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세포 수가 많다고 무조건 효과가 커지는 것도 아니다.

또한 ‘허가받았다’는 말이 곧 ‘효과가 보장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허가는 일정한 안전성과 제조 기준을 충족했다는 뜻일 수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같은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는 보증서는 아니다. 같은 치료를 받아도 환자의 몸 상태와 질환, 세포의 질, 적용 방식과 사후 관리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제대혈을 보관했던 나의 경험

나도 큰아이를 낳았을 때 제대혈을 보관했다. 혹시 아이에게 큰 질병이 생기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고, 부모로서 미래를 준비해 두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다행히 큰아이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 제대혈을 사용할 일은 없었다.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때는 보관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제대혈의 보관 조건이나 실제 활용 가능성, 어떤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알지 못했다. 그저 ‘혹시 모를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이 책을 읽으며 중요한 것은 보관 여부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보관하는지, 실제 사용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조건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 주사나 항노화 시술, 줄기세포 화장품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유명인이나 해외 부유층이 고가의 시술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줄기세포에 대한 기대를 더욱 키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변화가 있었다는 사례가 나에게도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화장품 역시 줄기세포 자체가 들어 있는지, 배양액이나 추출 성분을 사용한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름과 가격보다 실제 성분과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



재생은 한 번의 기적이 아니라 설계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문장은 ‘재생은 요행이 아니라 설계’라는 말이다.

우리 몸의 회복은 한 번의 시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몸의 염증 상태와 면역 반응, 생활 습관, 세포가 작동할 수 있는 환경과 치료 이후의 관리가 함께 이어져야 한다. 좋은 세포를 넣었다고 해서 무너진 몸의 환경이 저절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떤 줄기세포 치료가 가장 좋은가”라고 묻기 전에 “지금 내 몸은 어떤 상태인가”, “이 치료가 내 질환과 상태에 맞는가”, “어느 정도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완치와 증상 완화, 기능 개선, 진행 지연은 서로 다른 목표이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건은 간절한 기대와 유명인의 권위, 화려한 성과 발표가 과학적 검증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남겼다. 그러나 그 사건의 실망 때문에 줄기세포와 재생의학의 모든 가능성까지 외면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희망을 버리지 않되 과장에는 속지 않는 태도다. 치료의 이름보다 근거를 확인하고, 허가와 효과를 구분하며, 성공 사례뿐 아니라 한계와 위험도 함께 살펴야 한다.

줄기세포 치료를 고민하는 환자와 가족뿐 아니라 제대혈 보관, 항노화 시술, 줄기세포 주사와 화장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까지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희망을 꺾는 책이 아니라, 막연한 희망을 객관적인 판단으로 바꾸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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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함을 사랑하기
이창현(코유) 지음 / 고유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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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흔들리고 애매한 삶까지 사랑하는 법/이창현(코유) 에세이 『애매함을 사랑하기』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는 삶을 원한다.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확신하고 싶고, 열심히 노력한 만큼 분명한 결과가 돌아오기를 바란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삶은 대부분 애매하다.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제자리인 것처럼 느껴진다. 좋아했던 일이 어느 날 싫어지기도 하고, 포기해야 하는지 조금 더 버텨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도 찾아온다.

이창현 작가의 『애매함을 사랑하기』는 그런 마음을 억지로 정리하지 않는다. 불안과 결핍, 실패와 어색함, 잡음과 초라함을 없애야 할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그것까지도 한 사람의 삶을 이루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말한다.

제목처럼 애매함을 없애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이 아니라, 애매함을 품은 채로도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 답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건넨다.



춤 대신 글을 선택한 사람, 이창현(코유)

저자 이창현, 필명 코유는 자신을 ‘춤을 못 춰서 마땅한 표현 방법을 찾다가 글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시력이 좋지는 않지만 책을 볼 정도의 시력은 있고, 책 읽기와 글쓰기가 유일한 취미가 되었다가 결국 그것들이 본업이 된 사람이다.

현재 고유출판사와 상수동 고유아지트, 연남동 고유라운지를 운영하며 책과 글,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소개를 읽으면 작가의 삶도 처음부터 분명한 계획에 따라 흘러온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잘하지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맞는 다른 표현 방법을 찾았으며,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 가다가 결국 자신의 일로 만들었다.

이 책의 작가는 철학자는 아니다. 그런데 독서가라서 그런지 그의 문장은 무척 철학적이다. 일상에서 흔히 겪는 감정 하나를 가볍게 지나치지 않고, 그 감정이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남기는지 끝까지 생각한다.

어색함을 단순히 불편한 감정으로만 보지 않고 관계가 시작되는 자연스러운 시간으로 바라보고, 결핍을 감추어야 할 약점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발견하는 출발점으로 해석한다. 불안과 실패, 도망과 포기까지도 선과 악으로 단순하게 나누지 않는다.

평범한 일상에서 질문을 발견하고, 자신의 경험과 독서를 통해 그 질문을 한 번 더 깊게 들여다본다. 그래서 그의 글은 어렵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다. 전문적인 철학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처음부터 특별한 재능을 발견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 계속 시도한 사람. 그 과정에서 겪은 망설임과 실패, 촌스러움과 애매함을 버리지 않고 자신만의 문장으로 만들어 낸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은 성공한 사람이 멀리서 건네는 조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흔들리고 실패하고 때로는 도망치면서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사람이 남긴 사유의 기록처럼 읽힌다.




애매함에서 끝까지 이어지는 여섯 개의 목차

책은 ‘애매함·시도·잡음·추적·사이·끝’이라는 여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애매함’에서는 불완전한 자신을 마주하고, ‘시도’에서는 서툴더라도 시작하고 계속하는 용기를 이야기한다. ‘잡음’에서는 불안과 실패,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다루며, ‘추적’에서는 마음 깊숙한 곳에 숨은 감정과 욕망을 들여다본다.

‘사이’에서는 관계와 기대, 사랑과 이별을 생각하고, 마지막 ‘끝’에서는 도망과 후회까지도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애매함에서 시작해 시도하고, 삶의 잡음을 지나 자신의 마음을 추적한 뒤 사람과 사람 사이를 돌아보고 끝에 도착하는 구성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끝은 모든 것이 완성되는 종착지가 아니다. 도망치고 돌아가고 다시 시도하며 조금씩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또 하나의 시작처럼 보인다.

평범하고 때로는 못난 우리의 자화상

이 책의 글 제목들은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평범하고 때로는 못났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좋아하던 일이 싫어지고, 열심히 노력해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고, 타인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기도 한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에 상처받고, 무언가를 시작해 놓고도 민망해서 숨고 싶어진다.

답이 오지 않을까 봐 제안조차 하지 못하고, 실패할까 봐 시작하지 못한다. 친해지기 전의 어색함을 관계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인생의 잡음을 모두 제거해야만 평온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작가는 이런 마음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는다.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무조건 등을 두드리지도 않는다. 모든 일이 결국 잘될 것이라고 약속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아주 친절한 책은 아니다. 대단한 위로를 건네는 책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아마도 괜찮다고 쉽게 말해 주기보다 괜찮지 않은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기 때문일 것이다. 불안하고 초라하고 애매한 감정을 없애야 할 결함으로 취급하지 않고, 누구나 살아가며 만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위로의 크기보다 “나만 이런 것이 아니구나”라는 확인이 사람을 더 편안하게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방식으로 곁에 앉는다. 큰 소리로 힘내라고 외치지는 않지만, 흔들리는 마음을 조용히 이해해 준다.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두 편의 글

책에 실린 다른 글들도 모두 나에게 건네는 위로처럼 다가왔다. 어느 한 편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야기였고, 제목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모습과 한 번쯤 겹쳐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와닿는 글을 꼽자면 두 편이었다.

「촌스럽게 해내야 한다」와 「인생이 신 레몬을 준다면,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였다.

수많은 글 가운데 이 두 편을 고른 이유는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가장 잘하지 못했던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잘해 내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섰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완성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고, 서툴고 촌스러운 과정을 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또한 인생이 나에게 신 레몬을 건넬 때마다 그것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하기보다, 왜 나에게 이런 레몬이 왔는지를 먼저 묻곤 했다.

그래서 이 두 편은 단순히 마음에 드는 글을 넘어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문장으로 남았다.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촌스러움을 두려워했던 나

사람은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잘하고 싶어 한다. 어설퍼 보이기 싫고, 촌스럽게 보이고 싶지 않으며, 가능하다면 처음부터 어느 정도 완성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잘해 내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앞선 나머지 시작의 촌스러움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처음부터 능숙하게 해내고 싶었고, 부족하거나 서툰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두려웠다. 누군가 나를 어설프다고 평가할까 봐 망설였고, 조금 더 준비된 뒤에 시작하겠다고 미룬 적도 많았다.

그러나 완벽하게 준비된 시작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나를 성장시키는 힘이 되기도 했지만, 때로는 시작하지 못하게 만드는 두려움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이미 누군가가 오랜 시간 쌓아 올린 결과물을 매일 본다. 가장 잘 정제된 장면, 가장 빛나는 순간, 가장 성공적인 결과와 이제 막 시작하려는 나의 모습을 비교한다. 그러다 보면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 멋져 보이는 사람에게도 촌스러운 시작은 있었다. 처음 쓴 글, 처음 만든 영상, 처음 시작한 사업, 처음 배운 운동은 모두 어설펐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빛나는 결과는 그 촌스러운 시간을 숨긴 결과가 아니라, 그 시간을 충분히 견뎌 낸 결과다.

무언가를 잘해 내고 싶다면 먼저 촌스럽게 해내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서툴고 민망한 시간을 지나야 자신만의 방법이 생긴다. 누군가에게 아무 의미 없이 보이는 작은 시도라도 반복하다 보면 한 사람의 방향이 되고, 결국 그 사람을 설명하는 이야기가 된다.

이 글을 읽으며 과거의 나를 돌아보았다. 잘하고 싶은 마음만 앞세우며 얼마나 많은 시작을 늦추었는지, 촌스럽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스스로 접었는지를 생각했다.

이제는 조금 촌스러워도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다. 어설프더라도 일단 시작하고, 넘어지면 다시 해보고, 시간이 쌓이면서 나만의 모습으로 다듬어지도록 기다려 주고 싶다.

지금의 세련됨은 과거의 수많은 촌스러움을 통과한 결과일 테니까.

여전히 신 레몬을 건네는 나의 인생

또 하나 마음에 남은 글은 「인생이 신 레몬을 준다면,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였다.

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과 불운을 피할 수 없다. 내가 원해서 받은 것도 아니고,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상황도 있다. 레몬이 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나의 인생도 여전히 나에게 신 레몬을 건넨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문제가 찾아오고, 이제는 조금 편안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걱정이 생긴다. 사람에게 상처받기도 하고, 믿었던 일이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한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때 나는 왜 또 이런 일이 생겼는지,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어려움이 찾아왔는지를 먼저 묻곤 했다. 시고 쓴맛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그것으로 다른 것을 만들 생각까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나의 인생을 조금 더 성찰해 보고 싶었다.

나는 지금까지 인생이 건넨 신 레몬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그저 버리거나 원망하지는 않았는가. 혹은 그 신맛을 오래 품고 살면서 나 자신까지 시고 아픈 사람으로 만들지는 않았는가.

레몬이 시다는 사실은 바꿀 수 없다. 그러나 그 레몬을 그대로 버릴 것인지, 다른 재료와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들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작가는 고통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 실패가 사실은 축복이었다거나 모든 불행에는 반드시 좋은 이유가 있다고 쉽게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미 일어난 일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그 경험을 앞으로 살아갈 삶의 재료로 사용할 것인지는 자신에게 남아 있다고 말한다.

실패했다고 해서 실패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방향을 바꾸었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시간이 모두 낭비되는 것도 아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일이 오히려 나를 더 넓은 세계로 데려가기도 한다.

내 마음대로 되는 세상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것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비로소 배우게 된다.

신 레몬은 여전히 시다. 그러나 그 레몬으로 무엇을 만들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인생이 계속해서 신 레몬을 건네더라도, 앞으로는 그 안에서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 싶다.

레몬의 신맛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맛에만 붙잡혀 살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앞으로 연습해야 할 삶의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미완성의 얼굴이 작품이 되는 순간

각 장을 여는 흑백의 얼굴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한 줄로 이어진 얼굴은 어딘가 불완전해 보인다. 얼굴의 좌우가 맞지 않고, 선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겹치거나 엇갈린다. 어떤 얼굴은 미완성처럼 보이고, 또 어떤 얼굴은 우리가 감추고 싶은 애매한 표정을 닮았다.

그런데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피카소의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지 않았기 때문에 부족한 얼굴이 아니라, 하나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이야기를 품은 얼굴이다.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 외로워 보이기도 하며, 생각에 잠긴 사람이나 무언가를 견디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의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한쪽에서 보면 실패처럼 보였던 시간이 다른 쪽에서 보면 새로운 길로 이어진 과정일 수 있다. 미완성처럼 보이는 지금의 모습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나만의 작품이 될 수 있다.

애매한 선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하나의 얼굴로 완성하는 것, 미완성처럼 보이는 삶까지 한 사람의 고유한 모습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 그것이 이창현 작가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왕복 5시간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던 큰아이

책을 거의 다 읽어 갈 무렵, 나는 다시 큰아이를 생각했다.

『교육은 분위기다』를 읽으며 기록했던 것처럼 큰아이는 고등학교 시절 매일 왕복 5시간이 걸리는 길을 다녔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긴 시간 대중교통을 타고 학교에 갔고, 수업을 마친 뒤 다시 같은 길을 돌아와야 했다.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거리다. 하루 이틀은 어떻게든 견딜 수 있지만 그것이 매일 반복된다면 몸도 마음도 지칠 수밖에 없다. 때로는 다른 선택을 하고 싶었을 것이고, 그만두고 싶은 날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큰아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요란하게 자신의 노력을 말하지도 않았고, 힘들다는 이유로 쉽게 돌아서지도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을 해내며 결국 그 긴 시간을 통과했다. 어쩌면 그때의 큰아이에게도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확신할 수 없는 애매한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아이는 자신이 선택한 길의 끝을 보았다.

나는 그 모습이 이 책의 저자 이창현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같은 일을 해왔다는 뜻은 아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시간에도 자신이 선택한 것을 계속했다는 점, 서툴고 애매한 과정 속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 일단 시작한 일의 끝을 보려 했다는 점이 닮았다.

작가는 춤 대신 글을 선택했고, 읽기와 쓰기를 계속하며 결국 자신의 본업으로 만들었다. 큰아이는 왕복 5시간의 등하굣길을 하루하루 견디며 고등학교 생활을 끝까지 마쳤다.

두 사람 모두 처음부터 완벽해서 끝까지 간 것이 아니다. 끝까지 갔기 때문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게 된 것이다.

무언가를 끝까지 해낸다는 것은 언제나 확신에 차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계속 가는 것에 가깝다. 불안하면서도 다음 날 다시 길을 나서고, 힘들면서도 오늘 해야 할 일을 해내는 것이다.

하루하루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그 시간이 쌓이면 한 사람의 서사가 된다. 그때는 실속 없어 보였던 시간들이 나중에는 그 사람을 설명하는 가장 단단한 문장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큰아이의 지나온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힘든 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간 아이가 대견했고, 그 시간이 앞으로 살아갈 삶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부모는 아이의 길을 대신 걸어 줄 수 없다. 다만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갈 때 그 시간을 믿어 줄 수는 있다.

지금 당장 완성된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도, 촌스럽고 서툰 시도들이 언젠가 그 아이만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흔들리고 불안하고 애매한 모든 이들에게

『애매함을 사랑하기』는 특별한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제자리에 서 있는 사람,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 좋아했던 일이 싫어져 당황한 사람,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다.

관계가 어색해 자신을 탓하는 사람, 타인의 성공 앞에서 마음이 초라해지는 사람,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 애쓰는 사람, 포기해야 하는지 계속 가야 하는지 몰라 흔들리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겠고, 뭐가 뭔지도 알 수 없어 답답한 사람에게도 이 책을 건네고 싶다.

흔들리고 불안하고 애매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조용히 건네는 위로다.

누구나 한 번쯤 읽었으면 좋겠다.

이미 자신의 길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사람도 읽어 보면 좋겠다. 자녀의 느린 걸음을 기다리고 있는 부모도 읽었으면 한다. 우리는 자꾸 빨리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 사람에게는 남들보다 훨씬 긴 준비와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삶을 명확하게 정리해 주지 않는다.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약속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완벽한 균형을 이루려고 애쓰기보다 나를 잃지 않는 연습을 하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좋아요 한 개부터 시작해도 괜찮고, 결과가 보이지 않을 때는 오늘을 다시 밑바닥 삼아 움직이면 된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만이 용기는 아니며, 때로는 떠나거나 포기하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애매함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 안에는 실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도 함께 있다.

촌스럽게라도 해내는 것.
신 레몬을 받았다면 나만의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보는 것.
흔들리면서도 다시 한 걸음 내딛는 것.
미완성인 얼굴로도 오늘을 살아 내는 것.

어쩌면 애매함을 사랑한다는 것은 완벽해진 뒤에 나를 사랑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아직 흔들리고 부족한 지금의 나도 외면하지 않겠다는 뜻인지 모른다.

확신이 없어도 계속 갈 수 있다. 느려도 끝을 볼 수 있다. 조금 촌스럽고 서툴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쌓은 시간은 언젠가 나를 설명하는 가장 단단한 문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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