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이라는 기적 - 난치병 환자들의 기적을 함께 찾아온 의사의 기록
김운 지음 / 더로드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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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평범한 일상이라는 기적』 — 오랜 통증을 겪어본 내가 다시 생각하게 된 하루의 소중함/나의 책장/김운 지음 | 더로드



아프지 않게 걷고, 내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하루.
그 평범함을 되찾기 위해 긴 시간을 견디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를 마치고 나면 오늘 무엇을 했는지부터 생각한다. 끝낸 일은 무엇이고, 미처 하지 못한 일은 무엇인지. 조금 더 부지런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과 함께 내일 해야 할 일을 다시 정리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를 돌아보면서도 내가 내 발로 걷고, 사람을 만나고,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는 좀처럼 마음을 두지 않는다. 늘 해오던 일이니 내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평범한 일상이라는 기적』이라는 제목을 보며 그 당연함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하루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하루일 수 있다. 아프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일상의 소중함을 이 책은 환자들의 회복 과정을 통해 들려준다.

나 역시 류마티스 관절염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오랫동안 관절 통증에 시달려왔다. 그래서 통증을 견디며 생활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몸이 불편한 날에는 평소에 쉽게 하던 일도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해야 할 일이 있어도 몸의 상태부터 살피게 된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책 속 이야기를 읽으며 자주 내 시간을 떠올렸다. 환자마다 통증의 원인과 정도는 다르겠지만, 조금이라도 편안한 몸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은 낯설지 않았다.



작가 소개 — 만난 환자를 끝까지 치료하고 싶은 마음

저자 김운은 정형외과 의사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정형외과에서 수련했으며, 저자 소개에는 만난 환자를 끝까지 치료하고 싶은 마음으로 여러 분야를 공부해온 이야기가 담겨 있다.

환자를 위해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자신의 진료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기기보다 눈앞의 환자에게 필요한 것을 더 배우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는 군 병원에서 만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과 그 고위험군 환자들의 치료 경험이 담겨 있다. 환자의 몸에 나타난 변화, 치료 방법을 선택하며 했던 고민, 재활 과정에서 마주한 어려움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환자들의 회복 뒤에 얼마나 많은 관찰과 판단이 있었는지 느껴진다. 어떤 변화는 더 기다려야 하고, 어떤 문제는 새롭게 살펴야 한다. 환자의 상태를 꾸준히 확인하며 방향을 조정하는 과정이 글 속에 담겨 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자신의 부족함도 돌아본다. 그 부분이 오히려 마음에 남았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역시 모든 순간 확신만을 갖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환자와 함께 고민하고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려는 마음에서 이 책의 온기를 느꼈다.





책의 구성 — 통증과의 싸움에서 회복 이후의 삶까지

책은 통증과의 싸움으로 시작해 CRPS 환자의 치료, 오르내림이 있는 회복 과정, 수술이 필요한 시점, 그리고 회복 이후의 일상으로 이어진다.

앞부분에서는 통증을 겪는 환자들의 상황과 난치병이라는 이름이 주는 어려움을 살핀다. 이어 치료와 재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뒤로 갈수록 환자가 다시 자신의 생활로 돌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한다.

사진과 치료 기록이 함께 실려 있어 설명을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되었다. 글로만 읽었다면 막연하게 느껴졌을 변화들을 사진과 연결해 살펴볼 수 있었다. 전문적인 용어가 등장하는 부분도 있지만, 환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읽으면 그 사람이 무엇 때문에 힘들었고 어떤 변화를 기다렸는지 이해하며 따라갈 수 있다.

무엇보다 치료가 끝난 뒤의 삶까지 다룬 점이 좋았다. 병원에서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과 실제 생활에서 편안하게 움직이는 것은 환자에게 서로 다른 무게로 다가올 수 있다.

다시 걸을 수 있는지,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지, 가족과 외출할 수 있는지. 회복이라는 말 안에는 그런 구체적인 바람들이 담겨 있었다.





가장 마음에 남은 부분 — 회복은 매일 일정하게 나아가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생각한 부분은 회복 과정의 기복에 관한 이야기였다.

치료를 시작하면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좋아지기를 기대한다.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으니 그만큼 몸도 조금씩 편안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책 속 환자들의 회복에는 오르내림이 있었다. 통증이 줄어들었다가 다시 심해지기도 하고, 한동안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도 있었다. 환자는 그때마다 자신의 상태와 치료에 대해 불안해질 수 있다.

오랫동안 통증을 겪어온 나에게도 이 이야기는 낯설지 않았다. 조금 편안한 날에는 이제 괜찮아지는 것일까 기대한다. 그러다가 다시 아프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몸이 불편한 것도 힘들지만, 그 불편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사실도 지치게 한다.

그래서 하루의 변화만으로 전체 회복 과정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물론 새로운 증상이나 변화를 가볍게 넘긴다는 뜻으로 읽히지는 않았다. 지금의 상태를 의료진과 함께 확인하면서 긴 흐름 속에서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지금 무엇을 살피고 있는지, 어떤 변화를 기다리는지 알 수 있다면 막연한 불안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며 환자가 치료 과정을 이해하는 시간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지 못한 채 기다리는 것과,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며 기다리는 것은 다를 테니까.



 통증이 오래되면 생활도 달라진다

관절 통증을 오래 겪다 보니 몸의 불편함이 생활에 얼마나 스며드는지 알게 되었다.

아픈 곳은 몸의 한 부분인데 신경은 자꾸 그쪽으로 향한다. 오늘은 얼마나 움직여도 괜찮을지, 이 일을 하고 나면 더 불편해지지는 않을지 생각하게 된다. 평소 같으면 망설이지 않을 일도 몸의 상태를 먼저 확인하게 된다.

통증이 있다고 해서 매번 일을 멈추고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해야 할 일은 이어지고, 약속한 일정도 있다. 그래서 겉으로는 평소처럼 생활해도 스스로는 계속 몸을 의식하고 있을 때가 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책 속 환자들의 기다림에 마음이 갔다. 다시 자기 생활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얼마나 절실한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내가 겪은 통증으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모두 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고 느꼈다. 같은 부위가 아프더라도 통증의 크기와 지속되는 시간,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다를 것이다. 내가 견딜 수 있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라고 여길 수는 없다.

내 경험은 다른 사람의 말을 조금 더 귀 기울여 듣게 하는 바탕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아프다고 말할 때 내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보다, 그 사람은 지금 무엇이 가장 힘든지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난치병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

난치병이라는 이름의 심리적 장벽을 다룬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병의 이름을 알게 되면 자신의 상태를 이해할 수 있어 안도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름에 ‘치료가 어렵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면 마음은 다시 무거워질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아파야 하는 것인지, 지금의 생활로 돌아가기 어려운 것인지. 환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까지 걱정하게 될 것 같다.

저자는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환자의 회복 가능성을 계속 살피려 한다. 그 태도가 좋았다. 환자에게는 희망이 필요하지만,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도 필요할 것이다.

책 속 사례를 읽으며 한 사람의 변화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도 생각했다.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사람이 다시 움직이고 자신의 생활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는 긴 치료를 이어가는 사람에게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다만 사례마다 환자의 상태와 과정은 다르다. 그래서 이 책은 모두에게 같은 결과를 약속하는 이야기보다, 각자의 상태를 살피며 회복의 길을 찾아가는 기록으로 읽게 되었다.



수술과 재활  선택 이후에도 이어지는 시간

수술을 다룬 부분에서는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일이 얼마나 세심해야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환자는 통증이 오래 이어지면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고 싶어진다.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기다려야 할 때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때를 구분하는 판단은 무겁게 다가왔다.

책은 보존적 치료의 경과를 살피고, 수술이 필요한 이유와 시점을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수술 뒤에도 재활과 관찰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짚는다.

큰 치료가 끝나면 환자도 가족도 이제 한숨 놓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몸을 다시 사용하고 일상을 이어가기까지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읽으며 회복이라는 말에 담긴 수고를 생각하게 되었다.

환자가 해내야 하는 연습과 기다림, 의료진이 살펴야 하는 변화, 곁에서 도와주는 사람의 역할까지. 한 사람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는 여러 사람의 시간과 노력이 함께 놓여 있었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이야기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오래 아프면 지켜보는 사람도 걱정이 깊어진다.

도와주고 싶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치료가 길어지면 잘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서 무심코 재촉하는 말을 건넬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그럴 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아직도 아파?”라는 질문이 단순한 걱정에서 나왔다고 해도, 듣는 사람은 자신의 회복이 느리다는 부담을 느낄 수 있겠다.

대신 오늘은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물어보면 어떨까. 작은 변화가 있었다면 함께 반가워하고, 힘든 날에는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통증은 아픈 사람만의 일로 남지 않는다. 가족의 생활과 마음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서로의 지침을 알아주고,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지 않는 일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환자뿐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좋았다. 회복을 기다리는 시간이 어떤 마음으로 채워지는지 함께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좋았던 점 —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좋아졌다는 결과만 읽으면 그 사이에 있었던 어려움을 놓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에는 환자들이 흔들렸던 순간과 치료를 조정하며 살펴야 했던 시간이 담겨 있다.

그 덕분에 회복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변화가 더디다고 느끼는 날에도 관찰하고 확인해야 할 것이 있고, 작은 변화를 알아보는 일에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자신의 고민과 한계까지 함께 적은 점도 좋았다. 환자의 마음에 희망을 주고 싶어 하면서도, 말이 누군가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조심스러워하는 태도가 느껴졌다.

책을 읽고 나서 특정한 치료 방법보다 오래 남은 것은 사람을 대하는 자세였다.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방향을 살피는 일. 의료 현장에서 그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덮으며 — 오늘 할 수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보기

책을 읽기 전에는 ‘평범한 일상이라는 기적’이라는 제목이 따뜻한 표현으로 느껴졌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읽고 난 뒤에는 그 말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다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는 일. 자신의 발로 걷는 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

건강할 때는 일일이 의미를 붙이지 않는 행동들이다. 하지만 그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가 다시 하게 된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일 것이다.

나 역시 통증이 덜한 날에는 몸을 움직이는 일이 한결 수월해진다. 그럴 때면 하고 싶은 일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몸이 편안하다는 것이 마음과 생활에 얼마나 큰 여유를 주는지 느낀다.

앞으로는 하루를 돌아볼 때 하지 못한 일만 세어보지 않으려 한다. 오늘 내 몸으로 할 수 있었던 일도 떠올려보고 싶다. 무사히 움직였고, 필요한 일을 했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사실도 기억하고 싶다.

물론 아픈 날에까지 애써 감사해야 한다고 나를 다그치고 싶지는 않다. 힘든 날에는 힘들다고 인정하고, 내 몸을 살피며 쉬어갈 여유도 주고 싶다. 조금 편안한 날이 오면 그 변화를 반갑게 받아들이면서.

『평범한 일상이라는 기적』은 오랜 통증을 겪는 분들, 치료와 재활의 시간을 보내는 분들,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가족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건네는 책이다. 아픈 사람의 하루를 조금 더 이해하고 싶은 분에게도 읽을 의미가 있겠다.

책을 덮으며 내게 묻게 된다.

오늘은 몸이 어땠는지.
무리하면서 지나친 불편함은 없었는지.
할 수 있었던 일들을 너무 당연하게만 여기지는 않았는지.

오랫동안 통증을 겪어왔기에 이 책의 이야기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평범한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함께, 그 하루를 살아내는 내 몸도 조금 더 아껴주고 싶어졌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냈다.
그 사실을 가만히 돌아보며, 나에게도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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