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박정희 지음 / 나루글방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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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지만 깊은 질문을 품은 시집/박정희 『몽당연필』 서평


2026 대구지역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몽당연필』은 작고 앙증맞은 크기 안에 삶에 관한 깊은 질문을 담아놓은 시집이다.

표지에는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삶을 통찰하는 Q&A 형식 시집’이라고 적혀 있다. 그 문장처럼 이 책은 시를 읽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시를 읽은 뒤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의 마음과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이 책은 2026 대구지역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기도 하다. 지역 작가와 출판사가 함께 만든 책이 우수한 출판콘텐츠로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가방에 넣어 다니며 잠깐 시간이 날 때마다 한 편씩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기 좋은 책이다.


몽당연필에서 시작된 삶의 이야기

박정희 작가는 대구 남구에 있는 ‘책상’이라는 카페에서 짧고 닳은 몽당연필들을 보며 이 시집을 떠올렸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그 연필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기록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위로의 말을 남기고, 또 누군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적었을지도 모른다.

짧아진 연필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글을 써왔는지를 보여준다. 작고 볼품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의 생각과 시간이 담겨 있다.

우리의 삶도 몽당연필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동안 많은 것을 기록하고, 때로는 지우거나 버리며 조금씩 닳아간다. 그러나 짧아졌다고 해서 그 가치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살아온 시간만큼 더 깊은 이야기를 품게 된다.


시인 박정희와 나루글방

박정희 작가는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 입주 작가이자 대구우수지역출판콘텐츠제작지원사업 선정 작가다. 2025년에는 에세이 『감정에도 물결』을 출간했고, 『몽당연필』을 통해 삶과 감정을 시와 질문으로 풀어냈다.

『몽당연필』은 2026 대구지역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된 작품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생각과 나루글방의 출판 방향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출판사 나루글방은 ‘나를 읽고 글을 읽고’라는 문장을 내세운다. 글을 읽는 과정에서 독자가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고, 문장 속에서 자신을 읽도록 돕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몽당연필』은 이러한 나루글방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시인의 글을 감상하는 동시에 독자도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직접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계절처럼 이어지는 구성

책은 ‘몽당연필’을 시작으로 태어나고, 쓰이고, 기록하고, 버리거나 지우는 삶의 과정을 따라 구성되어 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흐름 속에 사랑과 위로, 말과 진심, 문학과 창작, 불안과 외로움 같은 다양한 감정을 담았다. 마지막에는 「몽당연필에게」와 작가의 말이 이어지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우리 삶의 여러 계절을 몽당연필이라는 소재와 자연스럽게 연결해 놓은 구성이다.





시를 읽고 나에게 질문하는 책

이 시집에서 가장 특별했던 점은 각 시의 끝에 독자를 위한 질문과 기록할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노을」을 읽은 뒤에는 내일을 기억하게 하는 순간에 관해 생각해보고, 「이름에게」에서는 내 이름의 의미와 그 뜻에 어울리는 삶을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말」에서는 내 마음을 흔들거나 달래주었던 말을 떠올리고, 「예쁜 위로」에서는 누군가에게 받았던 따뜻한 위로를 생각해보게 한다.

보통 시집을 읽을 때는 시인이 전하는 감정을 따라가다가 책장을 덮는다. 그러나 『몽당연필』은 시를 읽은 뒤 잠시 멈춰 나의 경험과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질문에 답을 적다 보면 시인의 시와 나의 이야기가 만나 또 하나의 글이 완성된다. 시집이면서 동시에 나를 기록하는 작은 문답집처럼 느껴졌다.


가장 마음에 남은 시, 「예쁜 위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시는 「예쁜 위로」였다.

제목부터 따뜻했다. 거창하고 화려한 말이 아니더라도 진심이 담긴 짧은 문장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살다 보면 해결 방법보다 “괜찮아”, “많이 힘들었겠다”라는 말 한마디가 더 필요한 순간이 있다. 상대의 문제를 당장 해결해줄 수 없어도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 힘이 되기도 한다.

나에게 예쁜 위로가 되어준 말은 무엇이었는지,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건넨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 계절과 잘 어울렸던 「가을」

두 번째로 기억에 남은 시는 「가을」이었다.

마침 지금의 계절과 잘 어울려 더욱 마음에 들어왔다. 가을은 화려한 색으로 물들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천천히 내려놓는 계절이기도 하다.

조금씩 익어가고 물들어가다가 마침내 떨어지고 떠나는 가을의 모습은 사람의 삶과도 닮아 있다. 붙잡고 있던 것을 내려놓아야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와 함께 실린 주황빛과 붉은빛의 단풍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귀여운 인물이 가을 풍경 속에 서 있는 그림을 바라보니 짧은 시의 여운이 더욱 길게 이어졌다.



시만큼 귀엽고 아름다운 그림

『몽당연필』은 시와 질문뿐 아니라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작은 연필 캐릭터와 하트가 놓인 저울, 꽃이 핀 창가와 별빛이 가득한 밤하늘처럼 귀엽고 따뜻한 그림들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그림은 시의 내용을 그대로 설명하기보다 시를 읽으며 느끼는 감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시를 읽다가 그림을 천천히 바라보고,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내 마음을 적게 된다.

책의 작은 크기와 아기자기한 그림도 잘 어울린다. 작지만 내용은 알차고, 펼칠 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게 하는 시집이다.




가방에 넣어두고 읽고 싶은 가을 시집

『몽당연필』은 한 번에 빠르게 읽기보다 곁에 두고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책이다.

가방에 넣어두었다가 잠시 시간이 남을 때 한 편을 읽고, 그 아래의 질문에 답해보는 것도 좋겠다. 카페에서 차를 기다리는 동안이나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 펼쳐보기에도 부담이 없다.

시는 짧지만 시가 던지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시 한 편을 읽은 뒤 나의 말과 관계, 사랑과 불안, 위로와 외로움을 돌아보게 한다.

특히 마음을 적어보고 싶지만 무엇부터 써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책이 건네는 질문을 따라 한 문장씩 적다 보면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작고 아름다운 시집을 만났다.

몽당연필처럼 조금 닳고 짧아지더라도 나의 이야기를 계속 기록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짧은 연필 한 자루에도 수많은 글이 담길 수 있듯이 평범해 보이는 우리의 하루에도 충분히 기록할 만한 이야기가 있다.

시를 읽고, 질문에 답하며, 글 속에서 나를 발견하게 하는 책.

『몽당연필』이 2026 대구지역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된 이유도 이러한 특별한 구성과 따뜻한 메시지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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