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행복빌라 -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시간
차혜원 지음 / 책스미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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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행한 행복빌라/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시간


실제 경험에서 시작된 차혜원 작가의 이야기

차혜원 작가의 『불행한 행복빌라』는 저자가 실제로 겪은 일을 바탕으로 허구의 인물과 장면을 더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에세이 『살아가는 이유』를 쓴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동시에, 비슷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글을 쓴다고 한다.

이 책에는 제주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지은과 준호 가족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겪게 된 긴 싸움이 담겨 있다. 작가는 자신의 사례가 법률적인 의미에서 전세사기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히지만, 계약이 끝났는데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삶의 계획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문장은 어렵지 않아 쉽게 읽혔지만, 그 안에 담긴 현실은 결코 가볍거나 편하지 않았다.


평범한 일상을 무너뜨린 깡통전세

주인공 지은과 준호는 제주도의 한 빌라에서 아이들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집주인에게 집을 비워 달라는 말을 들은 뒤, 자신들이 살고 있는 건물의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세계약은 끝났지만 전세금은 돌아오지 않았고, 빌라에는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빈집이 늘어 갔다. 집주인에게 연락해도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결국 가족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지은과 준호는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임차권등기명령과 나홀로소송을 시작한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한 과정은 책이 출간된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상대방에게 남아 있는 재산이 없다면 재산조회와 압류, 강제집행 등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판결문을 받는 것이 곧 돈을 돌려받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현실이 무척 답답하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목차를 따라 이어지는 불안과 회복의 시간

이 책의 목차에는 지은과 준호가 지나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침입자 털보’, ‘이유는 달라도 결국 이웃’에서는 행복빌라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펼쳐진다. 그러나 ‘설상가상, 빚이 60억?’, ‘털보의 습격’을 지나면서 집을 둘러싼 불안이 점점 커진다.

이후 ‘싸움의 시작-나홀로소송’, ‘전세사기 타파님 입장’, ‘전세 피해자들’, ‘고사리 장마’에서는 피해 사실을 알리고 법적인 싸움을 이어 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어스름의 식탁’, ‘지치지 않는다는 약속’, ‘행복빌라 쌍무지개’로 이어지는 후반부에서는 긴 고통 속에서도 가족과 이웃이 서로를 지켜 주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목차만 따라가도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지고, 절망 속에서 다시 사람들의 온기로 회복되어 가는 흐름이 느껴졌다.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

최근 방송이나 기사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나 역시 내 집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더욱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집을 구할 때마다 등기부등본과 계약 조건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지만, 일반인이 건물의 복잡한 권리관계와 신탁 여부, 집주인의 채무 상황까지 모두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전세뿐 아니라 월세 계약도 비슷한 불안을 안고 있다.

아무리 조심해도 계약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문제가 뒤늦게 드러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한 뒤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 정신적인 고통을 대부분 세입자가 감당해야 한다.

계약서 한 장만 있으면 내 돈과 권리가 당연히 보호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혼자 시작했지만 혼자만의 싸움은 아니었다

지은과 준호는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되지 않아 직접 자료를 찾아보고 전자소송을 진행한다. 소장을 제출한 뒤에도 보정명령이 반복되고, 피신청인을 잘못 적거나 점유개시일을 정확하게 기재하지 못해 다시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소송에서 이긴 뒤에도 돈을 받기 위한 별도의 절차가 남아 있다는 사실은 이들의 싸움이 얼마나 길고 고단했는지를 보여 준다. 법률 용어도 낯설고, 전자소송 화면도 익숙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 혼자서 모든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이 막막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이들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고, 전세 피해자들의 모임과 연대에 참여하며 자신들의 문제를 세상에 알린다. 가족과 이웃, 피해자들과의 연대는 지은과 준호가 긴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힘이었다.

아이들에게 복잡한 상황을 무조건 숨기기보다 함께 설명하고, 가족이 함께 절약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도 서로를 지켜 주는 가족의 힘을 볼 수 있었다.




실제 소송에 활용할 수 있는 자세한 도움집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마지막 부분에 실제 소송에 활용할 수 있는 절차를 상세하게 정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책 뒤편의 ‘도움집’에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해야 할 때 필요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방법이 단계별로 소개되어 있다.

먼저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에 접속하고 로그인하는 과정부터 설명한다. 이후 사건 또는 서류 검색창에서 ‘주택임차권등기명령신청’을 검색하고, 임차주택이 있는 지역의 주소를 기준으로 관할법원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도 알려 준다.

등록면허세 신고와 납세번호 확인, 등기촉탁수수료 납부 과정도 빠뜨리지 않는다. 위택스에서 등록면허세를 신고하는 방법과 인터넷등기소를 이용해 수수료를 납부하는 과정까지 화면 자료와 함께 안내되어 있어 처음 전자소송을 접하는 사람도 순서대로 따라가 볼 수 있다.

전자소송 서류를 작성할 때는 신청인과 피신청인을 정확하게 적는 것이 중요하다. 신청인은 임차인 본인이지만, 피신청인은 단순히 임대차계약서에 적힌 계약 상대방이 아니라 등기부등본상 건물 소유자로 작성해야 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신청취지에는 돌려받지 못한 임차보증금과 차임 여부, 계약일자와 임대차기간 등의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야 한다. 신청이유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도록 알려 준다.

  • 임대차계약 체결일

  • 실제 입주일

  • 전입신고일

  • 확정일자

  • 임대차기간 종료일

  •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 이사 예정 또는 이사의 필요성

특히 신청이유는 제공되는 예시 문구만 그대로 옮기기보다 자신이 겪은 사정을 빠뜨리지 않고 상세하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명자료와 첨부서류로는 주민등록등본과 초본, 임대차계약서, 임차보증금 또는 전세금 이체 영수증, 확정일자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부동산등기부등본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집주인과 주고받은 문자나 카카오톡, 통화 내용, 계약해지 통보서, 판결문 등도 상황에 따라 중요한 증거가 된다.

핵심은 임대차계약이 존재했고, 계약이 종료되었으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다.

책에는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뒤 보정명령을 받은 실제 사례도 소개되어 있다. 피신청인을 잘못 적거나 점유개시일이 계약서와 맞지 않아 보정명령을 받은 경우, 보정서를 어떻게 작성하고 어떤 서류를 추가해야 하는지 예시를 통해 보여 준다.

처음 소송을 진행하는 사람은 법원에서 보정명령을 받는 순간 크게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은 잘못된 부분을 확인하여 고치고 필요한 자료를 다시 제출하면 된다고 알려 준다. 실제 보정서 형식과 사례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막막한 사람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


신탁주택이라면 더욱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책에서는 신탁주택과 관련하여 특별히 확인해야 할 사항도 설명한다.

신탁부동산은 겉으로 보기에는 시행사나 법인과 계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등기부상 소유자는 신탁회사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계약 상대방이 누구인지, 등기부상 소유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때도 피신청인을 계약서에 적힌 시행사나 법인이 아니라 등기부상 소유자인 신탁회사로 적어야 할 수 있다. 계약 당시 신탁회사의 동의가 있었는지, 신탁원부나 계약 관련 서류를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지, 필요하다면 우선수익자의 동의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현재 소유자가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고 신청하면 접수는 되더라도 보정명령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계약 전 등기부등본만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신탁부동산이라면 신탁원부와 신탁회사의 동의 여부까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다만 사람마다 계약 내용과 권리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책에 소개된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자신의 상황에 맞게 확인해야 한다. 사건이 복잡하거나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은 법률구조기관이나 법률전문가에게 상담받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불행 속에서도 지켜 낸 행복

집에 문제가 생기고 소송까지 이어졌지만, 지은과 준호의 삶에 불행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족은 따뜻한 식탁을 함께했고, 아이들은 부모에게 다시 웃을 힘을 주었다. 이웃들은 말없이 곁을 지켜 주었고, 비슷한 일을 겪은 피해자들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연대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해결되지 않은 문제 속에서도 서로를 지켜 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일상을 이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불행한 행복빌라’라는 모순적인 제목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더욱 깊게 이해된다.

이 책은 읽기는 편했지만 내용은 결코 편하지 않았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의 현실을 보여 주는 동시에,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실용적인 기록이기도 하다.

집은 누구에게나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지만, 때로는 삶을 가장 크게 흔드는 불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지은과 준호 가족은 사람들의 온기 속에서 일상을 지켜 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불행한 행복빌라』는 단순히 불행한 집에서 살아간 이야기가 아니다. 불행한 현실 속에서도 행복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삶과 권리를 지켜 내기 위해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부동산 계약과 전세 피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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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 사람은 잘 팔릴까 - 평범한 사람을 전국 1등으로 만든 성과의 법칙
정성희 지음 / 서사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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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왜 저 사람은 잘 팔릴까』를 읽고

도서명: 왜 저 사람은 잘 팔릴까
부제: 평범한 사람을 전국 1등으로 만든 성과의 법칙
저자: 정성희
출판사: 서사원


책에 대한 나의 기대

『왜 저 사람은 잘 팔릴까』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영업을 잘하는 사람들의 특별한 기술을 알려 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말을 잘하는 방법이나 고객을 설득하는 방법, 계약을 성사시키는 비결이 담겨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이 책이 단순히 물건을 잘 파는 방법만을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이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수많은 거절을 견디고, 스스로를 성장시키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좋은 조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영업 이야기를 읽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저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지난 시간과 지금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내가 지나온 직장생활과 팀장으로 일했던 시절, 지금 운영하고 있는 행정사 사무소, 그리고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하나씩 돌아보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을 전국 1등으로 만든 저자

저자 정성희 작가는 삼성그룹 호텔신라 면세사업부에서 MD로 근무했고, 서울대학교 MBA 과정을 거쳐 교육 영업에 도전했다.

처음부터 영업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던 사람은 아니었다. 거절을 당하고 자신감이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지만, 자신의 상담을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하나씩 고쳐 나갔다.

그렇게 작은 경험과 성공을 쌓아 학습지 영업 전국 1등에 올랐고, 이후에는 자신만의 성과에 머물지 않고 팀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전국 1등이라는 결과보다 그 자리에 도달하기까지 반복했던 작은 행동들이 더 크게 다가왔다.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꾸준한 실행이 한 사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남았다.




목차를 따라 나의 삶을 돌아보다

이 책은 한 사람이 전국 1등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시작해 자기경영,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상담, 조직을 성장시키는 리더십, AI를 활용한 영업 시스템으로 이어진다.

1부에서는 평범했던 사람이 어떻게 전국 1등 영업인으로 성장했는지 보여 준다.

2부 ‘평범한 사람을 1등으로 만드는 자기경영의 법칙’에서는 목표를 세우고 거절과 감정을 관리하며 꾸준히 행동하는 태도를 이야기한다.

3부 ‘거절도 계약으로 바꾸는 설득의 심리학’에서는 상품을 설명하기 전에 고객의 진짜 걱정과 마음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4부 ‘전국 1등 조직의 비밀’에서는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라 팀원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함께 성장하는 조직과 리더십을 다룬다.

5부 ‘AI가 영업 사원의 경쟁력이 되는 순간’에서는 상담 기록과 고객 관리, 후속 연락과 매출 분석에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목차는 개인의 성장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고객과의 관계, 팀과 조직, 시스템의 성장으로 확장된다.

처음에는 한 사람이 어떻게 전국 1등이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혼자 잘하는 것만으로는 오래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을 관리하고,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사람을 성장시키며, 경험을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성과가 지속될 수 있다.

이 목차의 흐름이 바로 내가 지금까지 일하며 지나온 과정과도 닮아 있었다.


나에게도 목표를 향해 달리던 시간이 있었다

책의 1부와 2부를 읽으며 나에게도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리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가 맡은 일에서 성과를 내고 싶었고, 나를 믿어 준 사람들에게 결과로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계획대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적도 있었고, 다른 사람의 반응 때문에 마음이 흔들린 적도 있었다. 어떤 날은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스스로 의심하기도 했다.

저자 역시 처음부터 전국 1등을 바라보며 달린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선택하고, 한 번 더 행동하며, 부족한 부분을 고쳐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너무 먼 결과만 바라보기보다 지금 이룰 수 있는 목표부터 정확히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꿈을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꿈을 오늘의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결국 목표를 이루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해야 할 일을 계속하는 사람일 것이다.


행정사 업무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

3부의 ‘설득의 심리학’을 읽으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정사 업무를 생각했다.

행정사 사무소를 찾아오는 의뢰인은 단순히 서류 한 장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복잡한 문제를 이해해 줄 사람,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줄 사람, 불안한 과정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특히 유학과 비자, 출입국 업무는 한 사람의 미래와 가족의 계획이 함께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같은 서류를 준비하더라도 사람마다 처한 상황과 걱정이 모두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많이 설명하는 것보다 의뢰인이 무엇을 가장 걱정하고 있는지 먼저 듣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의 걱정과 다른 이야기를 아무리 많이 해도 마음에는 닿지 않는다.

좋은 상담은 상대를 설득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영업도 행정사 업무도 결국 사람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나는 좋은 팀장이었을까

4부의 ‘전국 1등 조직의 비밀’을 읽으면서 과거 조직에서 팀장으로 팀원들을 이끌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시간이 흐른 지금 돌아보면 내가 과연 좋은 팀장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함께 일했던 팀원들의 평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팀원들의 마음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나의 기준을 먼저 생각하거나,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팀원들을 이끌려고 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팀원들을 단순히 성과를 내야 하는 직원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가는 식구처럼 여기려고 했다.

팀원들이 힘들어하면 마음이 쓰였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진심이었다.

마음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팀장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함께 일하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과거의 내가 좋은 팀장이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함께 일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조금은 더 알게 되었다.


지금 우리는 세 사람이 가족처럼 일한다

현재 행정사 사무소에는 나를 포함해 세 사람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아주 큰 조직은 아니지만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가족처럼 일하고 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고민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며 해결책을 찾는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나머지 사람이 따라가는 관계보다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함께 방향을 만들어 간다.

지금의 모습을 돌아보니 과거의 나보다 조금은 발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팀장이 모든 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에서 방향을 정하고 팀원들을 끌고 가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이 모든 답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서로 다른 경험과 강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각자의 빈자리를 채울 때 더 좋은 결과가 만들어진다.

좋은 리더는 자신이 가진 답을 알려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리고 도와주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함께 근무하는 두 사람이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각자의 강점과 가능성을 발견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우리 세 사람이 서로의 가능성을 믿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 작은 사무소라고 해도 누구보다 단단한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위한 AI와 시스템

책의 마지막 목차에서는 AI를 영업 현장에 활용하는 방법을 다룬다.

나 역시 실제 업무를 하며 AI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복잡한 내용을 정리하고, 문서를 작성하고, 고객에게 전달할 안내문을 다듬는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줄었다.

AI는 상담 내용을 정리하고, 고객 정보를 분류하고, 다시 연락해야 할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기술과 시스템이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AI가 고객의 상황을 정리해 줄 수는 있지만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믿음을 주는 것은 결국 사람의 역할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진심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나도 행정사 사무소의 상담과 진행 과정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하고 싶다. 고객이 어떤 부분을 걱정했는지, 어떤 설명이 필요했는지, 언제 다시 연락해야 하는지를 놓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그 시스템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한 번의 업무가 끝난 뒤에도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무소가 된다면 그것이 내가 만들고 싶은 가장 좋은 고객 관리일 것이다.


나도 반드시 이루어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책을 덮으며 나 자신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나는 지금 이루고 싶은 목표를 얼마나 분명하게 정하고 있는가?’

저자는 막연하게 전국 1등을 꿈꾸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선택하고, 매일 행동하고, 부족한 부분을 고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나도 저자처럼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선택하고 그것을 반드시 이루어 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거대한 목표를 한꺼번에 이루려고 조급해하기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정하고 꾸준히 이어 가고 싶다.

현재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함께 근무하는 세 사람이 서로의 가능성을 믿으며 성장할 수 있는 행정사 사무소를 만드는 것이다.

고객이 단순히 서류를 맡기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사무소를 만들고 싶다.

의뢰인의 상황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맡은 일에 끝까지 책임을 다하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능력을 키워 갈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 역시 내가 선택한 목표를 끝까지 이루어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은 나에게

『왜 저 사람은 잘 팔릴까』는 단순히 영업을 잘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자신의 방향을 찾고, 거절을 견디며,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책이었다.

책의 목차를 따라 읽으며 나도 자연스럽게 나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과거의 내가 좋은 팀장이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그 평가는 함께 일했던 팀원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고, 함께 성장한다는 것의 의미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전국 1등은 처음부터 특별했던 사람의 자리가 아니었다.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정하고, 작은 행동을 꾸준히 반복하며,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선 사람이 도달한 자리였다.

나도 이제 내가 이룰 수 있는 목표를 분명하게 선택하고 싶다. 그리고 그 목표를 말로만 남겨 두지 않고 매일 행동하며 반드시 이루어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젠가 목표를 이룬 뒤 결과만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함께해 준 사람들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잘 파는 사람은 상품을 밀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신뢰를 쌓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좋은 리더는 사람을 앞에서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걸으며 그 사람의 가능성을 먼저 믿어 주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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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 나우, 파워 레이터 - 대한민국 국민 필수 자본주의 생존 지침서
이상엽 지음 / 좋은땅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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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이브 나우, 파워 레이터』를 읽고

도서명|세이브 나우, 파워 레이터
부제|지금 안 모으면, 나중에 끌려다닌다
저자|이상엽
출판사|좋은땅


나는 현재 50대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당장의 생활을 꾸려 가고 아이들을 키우는 데 집중하느라 내 노후를 위한 금융자산을 만들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금융자산도 없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이들에게 알려 줄 수 있는 금융지식도 많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으면 잘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돈에 관해서는 아껴 쓰고 저축하라는 말이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주식과 기업, 자산과 복리,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의 차이를 아이들과 제대로 이야기한 적은 거의 없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무엇을 가르쳐 주었을까.”

이상엽 작가의 『세이브 나우, 파워 레이터』는 이 질문을 피할 수 없게 만든 책이었다.

책 표지에 적힌 문장도 마음을 무겁게 했다.

“지금 안 모으면, 나중에 끌려다닌다.”

조금 더 일찍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좋았겠다는 후회가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지나간 시간을 자책하게 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비록 시작이 늦었더라도 오늘부터 준비하면 된다고 했다. 나를 위한 노후 준비뿐 아니라 아이들이 돈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도 지금부터 함께 배울 수 있다고 했다.


태권도장 관장이자 실전 투자자인 이상엽 작가

이상엽 작가는 12년 동안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수많은 수련생과 학부모를 현장에서 직접 지도해 온 태권도장 관장이다.

화곡동 남부시장 골목에서 시작한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약 2,700명의 아이를 만났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발차기와 체력만 가르치지 않았다. 도덕성, 사회성, 호기심,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함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금융지능을 알려 주고자 했다.

약 20년 동안 기업의 역사와 자본주의의 생존 전략을 공부하고 직접 투자를 실천해 온 투자자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태권도장 운영에 위기가 찾아왔고 암 투병과 여러 차례의 수술을 겪으면서 저자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1년 2개월의 투병과 여섯 번의 수술, 무균실에서의 시간을 지나며 노동소득만으로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현재는 유튜브 채널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를 운영하며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노예에서 벗어나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독자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다.

저자에게 금융교육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이 아니었다.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서 자신과 가족을 지키고, 아이들이 돈 때문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생존교육이었다.



목차로 살펴본 책의 내용

이 책은 특별 서장과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별 서장에서는 방황하던 학창 시절과 자신을 믿어 준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1장 ‘마켓 타이밍은 없다’에서는 완벽한 투자 시기를 기다리기보다 적은 돈이라도 오늘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2장 ‘사교육을 끊어야 아이와 부모가 산다’에서는 과도한 사교육비와 소비습관을 돌아보고 아이를 소비자가 아닌 주주로 키우는 방법을 다루었다.

3장 ‘무균실의 기적’에서는 코로나19와 암 투병을 겪으며 저자가 깨달은 노동소득의 한계와 금융교육의 사명을 이야기했다.

4장 ‘1세부터 80세까지’에서는 어린아이의 첫 계좌부터 청년기의 종잣돈, 50대 이후의 노후와 자산 이전까지 연령별로 실천할 수 있는 금융 방법을 소개했다.

목차가 복잡하지 않고 각 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분명했다.

책의 크기와 분량은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자녀 금융교육, 사교육비, 소비습관, 주식과 복리, 장기투자, 노후와 상속까지 필요한 내용을 촘촘하게 담았다.

작지만 알찬 구성으로 작성된 점도 좋았다.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다 늦어지는 사람들

저자는 주식투자에서 가장 흔한 실수가 완벽한 매수 시점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다.

환율이 내려가면 사겠다고 하고, 선거가 끝나면 들어가겠다고 하며, 경기침체가 오고 주가가 바닥을 찍는 순간을 확인한 뒤 투자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투자뿐 아니라 인생도 마찬가지였다.

준비가 완벽해진 뒤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한 뒤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가야 했다.

나는 지금까지 돈을 모으려면 어느 정도 목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시작하겠다고 미루었다.

그러나 생활에 완벽한 여유가 생기는 날은 쉽게 오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이 줄어들면 노후에 대한 걱정이 생겼고, 예상하지 못한 지출도 계속 발생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완벽한 조건이 아니라 지금 가진 범위 안에서 시작하는 일이었다.

큰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매달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정하고, 자동이체를 통해 꾸준히 모으는 습관이 먼저였다.

시장의 오르내림을 예측하려 애쓰기보다 긴 시간을 견디며 우량기업과 지수형 자산을 꾸준히 모으는 것이 중요했다.

50대인 내게 가장 필요한 말도 이것이었다.

“늦었다고 생각만 하지 말고 오늘 시작하라.”



소비자가 아닌 주주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부분은 아이를 소비자가 아닌 주주로 키워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아이에게 돈을 쓰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가르친다.

새로운 휴대전화가 나오면 사고 싶어 하고, 유행하는 운동화와 게임기를 원하며, 좋아하는 음료와 간식을 반복해서 구매한다.

하지만 그 물건을 만든 기업이 어디인지, 기업의 주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 주는 부모는 많지 않다.

저자는 빵을 사 먹을 때도 그 빵을 만든 회사가 어디인지 함께 찾아보라고 했다.

유튜브를 볼 때는 단순히 영상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튜브를 소유한 기업을 살펴보게 했다.

게임기를 사 달라는 아이에게도 게임을 소비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게임을 만드는 기업의 주인이 될 것인지 생각하게 했다.

이러한 작은 질문이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수 있었다.

“이 물건은 얼마일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물건을 만든 회사는 어떤 회사이며, 이 기업은 어떻게 돈을 벌까?”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돈을 쓰기만 하는 소비자의 자리에서 기업의 성장을 함께 누리는 주주의 자리로 시선을 옮겨 주는 것이 금융교육이었다.


사교육비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사교육비에 관한 저자의 시선은 강했다.

부모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학원비를 지출하지만 정작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금융지식과 자산은 준비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아이에게 지출하는 사교육비를 계산하면 상당한 금액이 된다.

그 돈은 학원 운영자와 건물주의 자산이 되지만 부모의 노후와 아이의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는 남지 않는다.

저자는 사교육비 일부를 줄여 아이 명의의 계좌에 자동이체하고, 우량기업이나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자산을 장기간 모아 주는 방법을 제안했다.

모든 사교육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꼭 필요한 교육도 있고, 부모가 해 줄 수 없는 경험을 학원에서 얻을 수도 있다.

다만 다른 아이에게 뒤처질까 불안해서 보내는 학원은 없는지, 부모가 안심하기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책에 제시된 투자수익은 일정한 수익률을 가정한 사례이므로 현실에서 그대로 보장되는 결과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작은 돈을 오랜 시간 꾸준히 모았을 때 생기는 차이는 분명했다.

학원비 일부를 아이의 계좌로 보내는 것은 단순히 돈을 모아 주는 일이 아니었다.

아이에게 돈의 흐름과 기업의 성장, 복리와 장기투자의 의미를 직접 경험하게 하는 금융교육이었다.


노동소득만으로는 지킬 수 없는 순간

저자가 암 투병과 수술을 겪으며 노동소득의 한계를 깨달은 부분도 마음에 남았다.

건강할 때는 계속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질병이나 사고로 일을 멈추면 소득도 함께 멈춘다.

저자 역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많은 제자를 배출하며 성공했지만, 코로나19와 암이라는 위기 앞에서는 노동으로 만든 성공만으로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어려웠다.

무균실 바닥에서 피를 토하고 죽음의 공포를 마주한 뒤에야 돈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았다.

돈은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아플 때 치료를 선택하고, 일을 쉬어야 할 때 쉴 수 있으며, 가족의 생계를 지켜 주는 힘이었다.

건강할 때 벌어들인 노동소득의 일부를 자산으로 바꾸고, 내가 쉬는 순간에도 움직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

금융자산은 단순히 부자가 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서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고 삶의 선택권을 지켜 주는 방패였다.


50대인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이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지나간 시간을 여러 번 돌아보았다.

조금 더 일찍 금융을 공부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작은 계좌를 만들어 주고, 매달 적은 돈이라도 꾸준히 모아 주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에 준비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늘부터 돈을 대하는 태도와 방향이었다.

50대가 되도록 충분한 금융자산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아이들에게 알려 줄 금융지식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했다.

그러나 늦었다는 생각 때문에 계속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5년 뒤와 10년 뒤에도 같은 후회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큰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은 있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매달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먼저 떼어 놓고, 금융과 기업에 관해 조금씩 공부하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아이들과 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가능했다.

무엇을 사고 싶은지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을 만든 기업과 돈의 흐름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저축과 투자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복리가 왜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돈을 모으는 목적이 무엇인지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이제라도 아이들에게 돈에 끌려다니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금융 유산

내게는 아이들에게 물려줄 만큼 충분한 금융자산이 없다.

그 사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유산은 반드시 큰돈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득의 일부를 먼저 남기는 습관, 충동적으로 소비하지 않는 태도,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 긴 시간을 견디는 마음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이었다.

특정 주식이나 금융상품을 알려 주는 것보다 돈의 원리와 복리, 분산과 장기투자, 절제와 책임을 알려 주는 것이 먼저였다.

투자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책에 나온 사례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공부하고 판단하는 태도도 필요했다.

돈을 많이 버는 방법보다 돈 때문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 주고 싶었다.

돈은 자랑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자신의 시간과 삶을 지키고, 원하지 않는 일을 거절하며,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주는 힘이었다.



작지만 알찬 금융 생존 지침서

『세이브 나우, 파워 레이터』는 두껍고 어려운 투자이론서가 아니었다.

저자의 사업 경험과 교육 현장, 투병생활과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돈과 가족, 교육과 노후의 문제를 쉽게 풀어냈다.

책의 분량은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다루는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마켓 타이밍, 장기투자, 사교육비, 과시형 소비, 자녀 명의의 계좌, 노동소득의 한계, 노후 준비와 자산 이전까지 한 가족이 함께 고민해야 할 내용을 담았다.

특히 연령별로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어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기 좋았다.

작지만 알찬 구성 덕분에 재테크 책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의 일부 표현은 사교육과 욜로 문화, 부동산과 과시형 소비를 강하게 비판했다.

책에서 제시한 수익률과 자산 증가 사례도 실제 시장에서는 그대로 이루어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러므로 특정 투자 결과보다 소비를 줄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부하며, 노동소득의 일부를 자산으로 바꾸라는 원칙을 중심으로 읽는 것이 필요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이 읽을 책

이 책은 노후 준비가 부족해 불안한 40대와 50대가 읽으면 좋을 것 같았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며 시작을 미루는 사람에게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주어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에게도 필요한 책이었다.

좋은 학교와 직장을 얻도록 돕는 것만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는 일도 중요했다.

돈을 열심히 벌어도 통장에 남는 것이 없는 사람, 과도한 소비와 사교육비를 점검하고 싶은 사람, 금융과 투자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도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았다.

자녀와 함께 기업과 주식, 소비와 복리에 관한 대화를 시작하고 싶은 부모에게도 도움이 될 책이었다.


이 책은 나에게

『세이브 나우, 파워 레이터』는 당장 큰돈을 벌 수 있는 비법을 알려 주는 책이 아니었다.

돈을 대하는 태도와 생활방식,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물려줄 것인지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충분한 금융자산을 만들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체계적인 금융교육도 해 주지 못했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는 것만으로는 나의 노후도 아이들의 미래도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부터 적은 금액이라도 모으고, 소비를 점검하고, 금융을 공부하며 아이들과 돈에 관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첫 번째 금융 유산은 큰돈이 아닐지도 모른다.

작은 계좌 하나와 꾸준히 모으는 습관, 돈과 기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오늘 모은 작은 돈과 오늘 배운 금융지식이 훗날 나와 아이들이 돈에 끌려다니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늦었다고 생각한 오늘이 앞으로 남은 삶에서 가장 빠른 날이었다.

지금 시작하면 미래의 방향은 바꿀 수 있다.

책을 덮으며 가장 마음에 남은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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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snq 2026-10-28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진짜 의미를 이렇게 온전히 알아봐 주시고 깊은 울림이 담긴 리뷰를 남겨주셔서 저자로서 진심으로 가슴이 뭉클합니다📖✨ ​당장 요행으로 부자가 되는 법이 아니라, 아이와 가문의 판을 바꾸고 돈에 끌려다니지 않는 ‘진짜 자본 시스템‘을 전하고 싶었던 제 간절함이 독자님께 그대로 닿은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늦었다고 생각한 오늘이 가장 빠른 날입니다. 작은 습관과 계좌 하나에서 시작해, 아이에게 당당하고 자유로운 미래를 물려주시는 그 길을 저도 온 마음으로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
 
심리학으로 본 조직 안의 인간
이남 지음 / 좋은땅 / 202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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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심리학으로 본 조직 안의 인간』을 읽고

도서명|심리학으로 본 조직 안의 인간
부제|사람과 조직은 함께 성장할 수 있는가, AI 시대에 다시 묻다
저자|이남
출판사|좋은땅


직장생활을 15년 넘게 했다.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과 함께 일했고,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을 경험했다. 당시 나는 조직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왜 일을 하는 사람만 계속 일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맡은 일을 책임지고 끝내는 사람, 문제가 생기면 먼저 나서는 사람, 아무도 챙기지 않는 부분까지 살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에게 돌아오는 것은 충분한 인정이나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일이었다.

반대로 적당히 눈치를 보고 책임을 피하는 사람에게는 일이 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일을 잘 마무리하면 다음 일이 기다리고 있었고, 문제를 발견해 이야기하면 그 문제까지 내가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조직에서 일할 때는 이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20%의 사람이 80%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이남 작가의 『심리학으로 본 조직 안의 인간』은 내가 오랫동안 조직생활을 하며 느꼈던 답답함을 심리학의 언어로 설명해 준 책이었다. 조직 안에서 개인이 왜 침묵하고,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 왜 지치며, 유능한 사람이 왜 어느 순간 조직과 거리를 두게 되는지를 구조와 문화, 심리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조직의 안과 밖을 경험한 이남 작가

이남 작가는 경영컨설턴트이자 조직문화 전문가이다. 약 20년 동안 조직의 안과 밖에서 일했다.

기업에서 HR 부서장으로 근무하며 인사기획, 채용, 교육훈련, 성과관리와 조직문화 등 HR 전 분야의 실무를 경험했다. 컨설턴트로서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군과 병원, 학교와 스타트업 등 다양한 조직을 진단하고 변화 과정을 설계했다.

2022년에는 직장인의 세대별 직업가치관이 직무 만족과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상담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경영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조직문화 컨설팅과 강의, 내부 변화관리자 육성, 경영전략 수립과 조직진단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고 있다.

수백 개의 조직과 수천 명의 사람을 만나며 작가가 확인한 것은 조직을 움직이는 진짜 힘이 제도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라는 사실이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13회 완주한 이력도 인상적이었다. 조직의 변화 역시 단기간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가야 하는 긴 레이스라는 작가의 생각이 느껴졌다.



목차로 살펴본 책의 내용

이 책은 총 6부, 1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조직과 개인은 왜 어긋나는가’에서는 「한 검사의 눈물이 말해 주는 것」, 「조직이 개인을 잃어 가는 방식」, 「개인이 조직에서 멀어질 때」를 통해 조직 안에서 개인이 어떻게 지워지고 소진되는지를 보여주었다.

2부 ‘조직과 인간, 그 오래된 관계’에서는 「조직은 왜 만들어졌는가」, 「인간은 왜 인정받고 싶은가」, 「한국 조직문화라는 이름의 시차」를 다루었다. 조직이 만들어진 이유와 인간이 조직 안에서 인정과 소속감을 원하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3부 ‘개인의 가치가 지켜질 때 조직도 강해진다’에서는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아무도 서명하지 않은 약속」, 「공정하다는 믿음이 깨질 때」를 통해 사람의 욕구와 동기, 심리적 계약과 공정성을 설명했다.

4부 ‘리더십이 두 세계를 잇는다’에서는 「리더십의 빛과 그림자」, 「내 일이라는 감각」, 「월요일 아침, 리더의 첫 마디」를 통해 리더의 말과 행동이 조직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었다.

5부 ‘AI 시대, 인간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에서는 「AI는 무엇을 바꾸는가」, 「조직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개인은 어떻게 준비하는가」를 통해 AI 시대에 달라지는 조직과 개인의 역할을 살펴보았다.

6부 ‘지금 당장 시작하는 실천’에서는 「우리 조직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오늘, 함께 시작한다」를 통해 조직문화를 진단하고 실제 변화를 시작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진단에서 설계로, 설계에서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한 점이 좋았다.



개인이 조직에서 지워지는 방식

책에서는 개인이 조직 안에서 지워지는 과정을 여러 가지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했다.

조직은 ‘헌신’, ‘가족’, ‘분기’, ‘사명감’ 같은 말로 개인의 희생을 아름답게 포장하기도 했다. ‘팀을 위해’, ‘조직을 위해’라는 집단의 이름 아래 개인의 피로와 고통이 사소한 문제로 취급되기도 했다.

반대 의견을 냈다가 불이익을 경험한 사람은 생각하기도 전에 입을 닫게 된다. 승진과 성과급, 스톡옵션, 연금과 정년보장 같은 미래의 보상은 현재의 불만을 참고 견디게 한다.

“남들도 다 이렇게 일한다”는 비교는 개인의 저항 의지마저 약하게 만든다.

조직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느꼈던 일도 점점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불합리한 야근, 불분명한 역할, 리더가 먼저 결론을 내리는 회의, 문제를 말한 사람이 해결까지 책임져야 하는 문화가 일상으로 굳어진다.

나 역시 조직 안에 있을 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다른 사람도 모두 그렇게 일한다고 생각했고,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여겼다.

조직 안에서는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공감한 부분은 공정성과 심리적 계약에 관한 내용이었다.

심리적 계약은 근로계약서에는 적혀 있지 않지만 조직과 개인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보이지 않는 약속이다.

열심히 일하면 인정받을 것이라는 믿음, 조직이 어려울 때 헌신하면 나도 보호받을 것이라는 믿음, 성과를 내면 공정하게 평가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믿음이 깨지면 사람은 바로 퇴사하지 않더라도 마음부터 조직에서 멀어진다. 새로운 의견을 내지 않고, 문제가 보여도 말하지 않으며, 시키는 만큼만 일하게 된다.

조직은 이런 모습을 보고 주인의식이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주인의식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마음이 떠난 것일 수 있다.

일을 잘한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이 주어지고, 책임을 피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일이 덜 주어진다면 조직은 구성원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된다.

“열심히 일하면 더 많은 일을 떠안게 된다.”

“문제를 이야기하면 내가 해결해야 한다.”

“조용히 있으면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유능한 사람도 어느 순간 능력을 감추게 된다. 먼저 나서지 않고, 의견을 내지 않으며, 조직이 요구한 최소한의 일만 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주인의식 부족은 개인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오랜 시간 만들어 낸 결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 밖에 나와 보니 다르게 보였다

현재는 동료와 함께 작은 행정사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조직 밖에 나와 직접 일을 책임지고 결과를 만들어 보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기 시작했다.

조직은 정해진 시간 안에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하고, 급한 일이 생기면 결국 경험이 있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일을 맡길 수밖에 없다.

새로운 사람에게 일을 가르칠 시간이 부족할 때도 있고,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것은 누군가의 악의 때문만은 아니었다.

밖에 나와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또 조직사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 안에서 느꼈던 불공정함이 틀렸던 것도 아니고, 조직이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도 부정하기 어려웠다.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일 수 있었다.

다만 이해하게 된 것과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달랐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책임감과 성실함을 무한한 자원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더 많은 일을 맡겼다면 그에 맞는 인정과 보상이 필요했다. 업무가 한 사람에게 몰리는 이유를 설명하고, 다른 구성원도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일을 나누고 가르치는 과정이 필요했다.

공정하다는 것은 모두가 똑같은 양의 일을 맡는다는 뜻이 아니었다.

일이 다르게 배분되는 이유를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고, 더 많이 기여한 사람의 노력과 책임이 제대로 인정되며, 힘들다고 말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이 공정성에 더 가까웠다.

좋은 조직은 업무 편중이 전혀 없는 조직이 아니라 그 편중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조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마음에 남은 심리적 안전감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부분은 심리적 안전감이었다.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조직은 갈등이 없고 모두가 편안하게 지내는 조직이 아니었다. 실수를 숨기지 않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며, 반대 의견을 내더라도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는 조직이었다.

심리적 안전감이 낮은 팀은 실수가 적은 것이 아니라 실수 보고가 적을 가능성이 컸다. 문제가 드러나지 않으니 조직은 잘 돌아가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위험이 계속 쌓이게 된다.

반대로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은 실수를 빨리 알리고 원인을 함께 찾는다. 처음에는 문제가 많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리더가 회의에서 먼저 결론을 말하고, 질문한 사람을 무능한 사람처럼 대하고, 문제를 보고한 사람부터 탓하면 구성원은 침묵하는 법을 배운다.

사람은 리더가 하는 말보다 실제 상황에서 리더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주인의식을 가져라”는 말만으로 주인의식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통제의 경험,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깊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기회가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은 일을 자기 일로 받아들이게 된다.

지금의 작은 행정사 사무소가 좋은 이유

현재 일하고 있는 행정사 사무소는 규모가 작다. 하지만 예전보다 일하는 마음은 오히려 편해졌다.

누가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 그 일이 전체 업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잘 보인다. 의견이 있으면 바로 이야기할 수 있고, 일이 몰리면 서로의 상황을 살펴 역할을 다시 조정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의뢰인의 사정을 듣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까지 볼 수 있다. 일이 많더라도 그 일이 누구에게 왜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조직 안에서는 일의 양을 먼저 생각했다면, 조직 밖에 나온 뒤에는 일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AI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것

책은 생성형 AI, 에이전틱 AI, 피지컬 AI가 조직과 사람의 역할을 어떻게 바꾸는지도 다루었다.

행정사 업무에서도 AI는 자료를 정리하고, 문서 초안을 작성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의뢰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복잡한 상황의 맥락을 이해하며, 어떤 설명과 절차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AI는 주어진 목표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목표가 옳은지, 그 결과가 한 사람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까지 대신 판단하지는 못한다.

AI 시대에는 데이터를 읽는 능력만큼 사람의 마음과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 같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신뢰를 쌓는 일,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일, 윤리적으로 판단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며 다양한 조직과 사람을 만나 온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일반적인 조직심리 이론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조직에서 반복되는 문제와 리더의 행동이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현실적으로 보여주었다.

조직 안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느꼈던 답답함과 불공정함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동시에 이 책은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부서 담당자는 평가와 보상, 업무 배분과 조직문화가 구성원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 돌아볼 수 있다.

회사 대표는 성과와 효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신뢰와 동기가 훼손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수 있다.

팀장과 부서장, 기관장 등 각 조직의 리더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구성원의 침묵과 소진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구성원에게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요구하기 전에 그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는지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만 계속 책임을 맡기고 있지는 않은지, 성과의 기준과 보상이 공정하게 전달되고 있는지,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봐야 했다.

따라서 이 책은 조직생활에 지친 직장인뿐 아니라 조직문화를 만들고 사람을 관리하는 인사부서 담당자, 회사 대표, 기관장, 팀장과 각 조직의 리더들이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었다.

구성원은 자신이 왜 지치고 조직에서 멀어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고, 리더는 좋은 사람이 떠나기 전에 조직의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덮으며

『심리학으로 본 조직 안의 인간』은 조직문화를 멋진 구호나 복지제도의 목록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누가 더 많은 일을 맡는지,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실수를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지, 반대 의견을 내도 괜찮은지, 리더가 약속을 지키는지가 진짜 조직문화였다.

이 책을 읽으며 과거의 직장생활을 다시 떠올렸다.

조직 안에 있을 때는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 일을 하는 사람만 계속 일한다고 생각했다.

조직 밖으로 나온 지금은 왜 조직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때 느꼈던 불공정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조직의 현실상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성실함이 당연한 희생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여를 인정하고, 정당하게 보상하고,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함께 짐을 나눌 사람을 키워야 한다.

좋은 조직은 사람을 갈아 넣어 성과를 내는 곳이 아니었다.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조직도 함께 성장하는 곳이었다.

AI가 빠르게 인간의 업무를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이 원칙은 더욱 중요해질 것 같았다.

조직이 사람을 지키면 사람도 조직을 지킨다.

책을 덮으며 가장 마음에 남은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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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 리더가 온다 - 직원이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사장의 세 마디
한동빈 지음 / 휴앤스토리 / 202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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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건네는 리더/한동빈 『묻는 리더가 온다』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사장의 세 마디

『묻는 리더가 온다』의 표지에는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사장의 세 마디’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나를 설득해 봐.”
“그건 자네가 결정해.”
“자네는 어디까지 가고 싶나?”

처음에는 짧고 단순한 말처럼 보였지만 책을 읽고 나니 그 안에는 저자가 30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며 쌓아온 현장경영의 경험과 리더십 철학이 담겨 있었다.

리더는 직원보다 더 많이 알고, 모든 문제에 답을 주며,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지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답을 알려주는 리더보다 좋은 질문을 건네는 리더가 사람을 더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30년 동안 현장에서 사람을 이끌어온 한동빈 저자

한동빈 저자는 ㈜위네테크놀로지 대표이사다. 1997년 인천 남동공단에서 여덟 명의 직원과 회사를 시작해 선진국이 오랫동안 독점하던 초고온 세라믹 발열체를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양산했다.

현재는 세계적인 기업들과 거래하며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10년이 넘고, 15년에서 20년 이상 함께한 직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연세대학교 세라믹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클리블랜드주립대학교에서 석사,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기술경영인이기도 하다. 중소기업 대표와 후계자, 팀장을 대상으로 코칭형 리더십 강의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저자가 걸어온 이력을 보면 이 책의 내용이 단순히 이론을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실제 공장과 회사에서 사람들과 부딪치며 얻은 경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장이 출근하면 직원들은 일하는 척을 했다

책은 “사장이 출근하면 직원들은 일하는 척을 했다”라는 솔직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자는 처음 회사를 운영할 때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직원들에게 해야 할 일을 지시하고,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며, 문제가 생기면 직접 답을 알려주었다.

어느 날 평소처럼 아래층을 거치지 않고 바로 공장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직원 한 명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고, 다른 직원의 모니터에는 멈춰진 게임 화면이 떠 있었다. 사장이 출근하는 날에만 모두 일하는 척을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배신감이 들었지만 저자는 시간이 흐른 뒤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일을 시키고 월급을 주면서도 직원들이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직원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자신의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돌아보게 된다. 답을 주고 명령하는 리더십에서 질문하고 기다리는 리더십으로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다.




목차를 따라 배우는 묻는 리더의 성장 과정

책은 다섯 부분, 총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시대가 바뀌었다’에는 다음 세 장이 담겨 있다.

1장 「키우면 떠난다는 거짓말」
2장 「그들은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
3장 「가장 단단한 리더는 가장 부드럽다」

직원을 잘 가르치면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날 것이라는 대표들의 두려움, 시키는 일만 하던 시대가 끝났다는 사실, 권위적인 모습보다 부드럽게 듣고 기다리는 태도가 더 강한 리더십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다룬다.

제2부 ‘곁의 리더십’은 다음 두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4장 「이 방법, 우리 회사엔 안 통합니다」
5장 「‘나를 설득해 봐’라는 한마디」

남의 회사에서 성공한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상황에 맞는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리더가 정답을 먼저 제시하기보다 직원이 자신의 의견과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3부 ‘듣고, 맡기고, 키우다’에는 네 장이 담겨 있다.

6장 「가장 똑똑한 리더는 가장 많이 듣는다」
7장 「‘그건 자네가 결정해’라는 한마디」
8장 「‘자네는 어디까지 가고 싶나’라는 한마디」
9장 「어느 마디에서 막혀 있는가」

리더가 말하기보다 먼저 들어야 하는 이유, 직원에게 결정권을 주는 방법, 직원의 미래와 성장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법을 보여준다. 직원이 회사의 일과 자신의 성장을 연결해 생각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제4부 ‘기다림과 침묵’은 두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0장 「7초의 침묵을 견딜 수 있는가」
11장 「그래도 안 바뀌는 직원이 있다면」

질문을 던진 뒤 바로 답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직원이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침묵을 견디는 것도 리더에게 필요한 능력이라는 내용이다.

충분히 질문하고 기다렸는데도 변하지 않는 직원이 있다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현실적으로 다룬다. 무조건 붙잡는 것이 정답은 아니며, 기다릴 만큼 기다려준 뒤에는 서로를 위해 담담하게 보내줄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 제5부 ‘사람을 남기는 힘’에는 다음 세 장이 담겨 있다.

12장 「묻는 리더의 대화 사전 50」
13장 「위네테크놀로지 30년, 곁의 경영」
14장 「현장의 질문은 어떻게 코칭이 되었나」

제안과 결정, 일과 부담, 보고와 실수, 관계와 갈등, 동기와 권한, 성장과 미래, 정리와 이별 등 실제 회사에서 자주 마주하는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질문을 소개한다.

저자가 위네테크놀로지를 30년 동안 운영하며 실천한 경영방식과 현장에서 사용했던 질문이 어떻게 코칭형 리더십으로 발전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목차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 질문하고, 듣고, 맡기고, 기다리며, 결국 사람을 남기는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을 만날 수 있다.




시대가 달라지면 리더십도 달라져야 한다

예전에는 윗사람이 시키는 일을 이유를 묻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능력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직원들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단지 월급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 자신의 시간이 존중받는지, 회사가 공정한지,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직원이 달라진 것만이 아니라 시대가 달라진 것이다.

그런데 시대는 달라졌는데도 과거의 방식대로 지시하고 통제한다면 직원과 소통하기 어렵다. 저자는 권위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무조건 만만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위에 서는 보스는 “시키면 하라”고 말하지만, 곁에 서는 리더는 “왜 그래야 하는지 함께 답을 찾아보자”고 말한다.

앞에서 등을 떠밀던 자리에서 직원의 곁으로 옮겨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명령이 아니라 동행으로 답하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곁의 리더십’이다.


“키우면 떠난다”는 대표들의 두려움

많은 대표가 직원에게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가르치면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날 것이라고 걱정한다.

저자 역시 자신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키운 직원이 회사를 떠났을 때 배신감을 느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러나 사람을 키우지 않으면 직원은 회사에 남아 있어도 성장하지 못한다. 직원의 성장이 멈추면 결국 회사도 함께 멈추게 된다.

책 속에는 회사에서 학비를 지원받은 뒤 떠난 직원의 이야기도 나온다. 저자는 한 사람의 선택 때문에 남아 있는 모든 직원에게 교육 지원을 끊는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회사를 떠난 사람과 남아 있는 사람의 차이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됨됨이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떠날까 봐 사람을 키우지 않는 것보다 회사에 머무는 동안 충분히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결국 사람을 남기는 경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설득해 봐”라는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질문

책에 나오는 세 문장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은 말은 “나를 설득해 봐”였다.

표현만 보면 다소 차갑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직원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된 리더가 건네는 이 질문은 오히려 따뜻할 수 있다.

대표가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직원의 말을 듣는 척하는 회의라면 직원은 굳이 의견을 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검토되고 좋은 제안이라면 실제 결정에 반영된다는 믿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게 된다.

“나를 설득해 봐”는 단순히 보고하라는 말이 아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어떤 근거가 있는지, 더 나은 방법은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질문이다. 직원은 대표의 답을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세우고 설명하는 사람이 된다.


묻는다는 것은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아니다

“그건 자네가 결정해”라는 말도 잘못 사용하면 리더가 책임을 직원에게 떠넘기는 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질문은 기준이나 도움 없이 모든 결정을 직원에게 미루는 것이 아니다. 직원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충분히 듣고, 필요한 조건과 방향을 함께 살핀 뒤 결정할 기회와 권한을 주는 과정이다.

리더가 모든 문제의 답을 알려주면 직원은 지시받은 일만 하게 된다. 반면 자신이 내린 결정에는 책임감이 생긴다. 회사의 일을 ‘사장이 시킨 일’이 아니라 ‘내가 참여하여 결정한 일’로 받아들이게 된다.

결정을 넘기면 직원은 비로소 회사의 주인이 된다는 책의 말이 이해되었다.

다만 묻는 리더가 되려면 리더 자신이 침묵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질문을 해놓고 직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 질문은 다시 지시가 되어버린다.

직원의 답을 기다리는 7초가 길게 느껴지더라도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


행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나에게도 필요한 질문

나도 행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책을 신청했다.

행정사 업무를 하다 보면 의뢰인에게 전문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해야 할 때가 많다. 빠르고 정확한 답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의뢰인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야 할 때도 있다.

무엇이 가장 걱정되는지,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 지금까지 어떤 방법을 시도해보았는지를 충분히 들어야 상황에 맞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 직원과 함께 일하게 된다면 더욱 그렇다. 내가 모든 업무를 하나씩 알려주고 지시하는 방식만으로는 직원이 스스로 판단하고 성장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질문을 통해 생각을 듣고, 업무를 맡긴 뒤, 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좋은 리더는 모든 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과 직원이 함께 실천하는 워크북

책의 마지막에는 읽은 내용을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책을 덮은 후의 시작’이 마련되어 있다.

30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질문을 실천해볼 수 있는 워크북과 직접 생각을 작성할 수 있는 공간이 담겨 있다. 사장과 직원이 서로의 입장에서 질문하고 답을 적어볼 수 있어 읽고 끝나는 리더십 책이 되지 않도록 구성했다.

또한 ‘묻는 리더의 질문 사전’과 ‘대화 사전 50’에는 실제 업무와 인간관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질문들이 상황별로 정리되어 있다.

각 장의 마지막에도 ‘묻는 리더의 질문’이 실려 있어 자신의 대화 습관과 조직의 모습을 점검할 수 있다.

리더십 책을 읽을 때는 내용에 공감하더라도 현장으로 돌아가면 다시 익숙한 방식으로 말하기 쉽다. 직접 질문을 적고 하루에 하나씩 실천할 수 있게 한 구성이 특히 좋았다.


사장과 직원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

『묻는 리더가 온다』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직원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답답한 대표, 일일이 지시하지 않으면 업무가 진행되지 않아 힘든 관리자, 일을 맡기고도 불안해 계속 확인하는 리더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사장과 관리자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직원의 입장에서 읽으면 리더가 질문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정리해 말할지 고민해볼 수 있다.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회사 안에서 어디까지 성장하고 싶은지도 생각하게 한다.

회사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규모 사무소를 운영하는 사람, 팀으로 일하는 사람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누구나 읽어두면 좋겠다.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대화할 때도 질문하고 기다리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리더십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건네는 한마디에서 시작될 수 있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어디까지 성장하고 싶나요?”

답을 먼저 주기보다 한 번 더 묻고, 상대가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묻는 리더가 온다』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라 믿음이 담긴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려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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