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본 조직 안의 인간
이남 지음 / 좋은땅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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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심리학으로 본 조직 안의 인간』을 읽고

도서명|심리학으로 본 조직 안의 인간
부제|사람과 조직은 함께 성장할 수 있는가, AI 시대에 다시 묻다
저자|이남
출판사|좋은땅


직장생활을 15년 넘게 했다.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과 함께 일했고,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을 경험했다. 당시 나는 조직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왜 일을 하는 사람만 계속 일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맡은 일을 책임지고 끝내는 사람, 문제가 생기면 먼저 나서는 사람, 아무도 챙기지 않는 부분까지 살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에게 돌아오는 것은 충분한 인정이나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일이었다.

반대로 적당히 눈치를 보고 책임을 피하는 사람에게는 일이 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일을 잘 마무리하면 다음 일이 기다리고 있었고, 문제를 발견해 이야기하면 그 문제까지 내가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조직에서 일할 때는 이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20%의 사람이 80%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이남 작가의 『심리학으로 본 조직 안의 인간』은 내가 오랫동안 조직생활을 하며 느꼈던 답답함을 심리학의 언어로 설명해 준 책이었다. 조직 안에서 개인이 왜 침묵하고,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 왜 지치며, 유능한 사람이 왜 어느 순간 조직과 거리를 두게 되는지를 구조와 문화, 심리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조직의 안과 밖을 경험한 이남 작가

이남 작가는 경영컨설턴트이자 조직문화 전문가이다. 약 20년 동안 조직의 안과 밖에서 일했다.

기업에서 HR 부서장으로 근무하며 인사기획, 채용, 교육훈련, 성과관리와 조직문화 등 HR 전 분야의 실무를 경험했다. 컨설턴트로서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군과 병원, 학교와 스타트업 등 다양한 조직을 진단하고 변화 과정을 설계했다.

2022년에는 직장인의 세대별 직업가치관이 직무 만족과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상담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경영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조직문화 컨설팅과 강의, 내부 변화관리자 육성, 경영전략 수립과 조직진단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고 있다.

수백 개의 조직과 수천 명의 사람을 만나며 작가가 확인한 것은 조직을 움직이는 진짜 힘이 제도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라는 사실이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13회 완주한 이력도 인상적이었다. 조직의 변화 역시 단기간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가야 하는 긴 레이스라는 작가의 생각이 느껴졌다.



목차로 살펴본 책의 내용

이 책은 총 6부, 1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조직과 개인은 왜 어긋나는가’에서는 「한 검사의 눈물이 말해 주는 것」, 「조직이 개인을 잃어 가는 방식」, 「개인이 조직에서 멀어질 때」를 통해 조직 안에서 개인이 어떻게 지워지고 소진되는지를 보여주었다.

2부 ‘조직과 인간, 그 오래된 관계’에서는 「조직은 왜 만들어졌는가」, 「인간은 왜 인정받고 싶은가」, 「한국 조직문화라는 이름의 시차」를 다루었다. 조직이 만들어진 이유와 인간이 조직 안에서 인정과 소속감을 원하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3부 ‘개인의 가치가 지켜질 때 조직도 강해진다’에서는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아무도 서명하지 않은 약속」, 「공정하다는 믿음이 깨질 때」를 통해 사람의 욕구와 동기, 심리적 계약과 공정성을 설명했다.

4부 ‘리더십이 두 세계를 잇는다’에서는 「리더십의 빛과 그림자」, 「내 일이라는 감각」, 「월요일 아침, 리더의 첫 마디」를 통해 리더의 말과 행동이 조직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었다.

5부 ‘AI 시대, 인간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에서는 「AI는 무엇을 바꾸는가」, 「조직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개인은 어떻게 준비하는가」를 통해 AI 시대에 달라지는 조직과 개인의 역할을 살펴보았다.

6부 ‘지금 당장 시작하는 실천’에서는 「우리 조직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오늘, 함께 시작한다」를 통해 조직문화를 진단하고 실제 변화를 시작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진단에서 설계로, 설계에서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한 점이 좋았다.



개인이 조직에서 지워지는 방식

책에서는 개인이 조직 안에서 지워지는 과정을 여러 가지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했다.

조직은 ‘헌신’, ‘가족’, ‘분기’, ‘사명감’ 같은 말로 개인의 희생을 아름답게 포장하기도 했다. ‘팀을 위해’, ‘조직을 위해’라는 집단의 이름 아래 개인의 피로와 고통이 사소한 문제로 취급되기도 했다.

반대 의견을 냈다가 불이익을 경험한 사람은 생각하기도 전에 입을 닫게 된다. 승진과 성과급, 스톡옵션, 연금과 정년보장 같은 미래의 보상은 현재의 불만을 참고 견디게 한다.

“남들도 다 이렇게 일한다”는 비교는 개인의 저항 의지마저 약하게 만든다.

조직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느꼈던 일도 점점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불합리한 야근, 불분명한 역할, 리더가 먼저 결론을 내리는 회의, 문제를 말한 사람이 해결까지 책임져야 하는 문화가 일상으로 굳어진다.

나 역시 조직 안에 있을 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다른 사람도 모두 그렇게 일한다고 생각했고,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여겼다.

조직 안에서는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공감한 부분은 공정성과 심리적 계약에 관한 내용이었다.

심리적 계약은 근로계약서에는 적혀 있지 않지만 조직과 개인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보이지 않는 약속이다.

열심히 일하면 인정받을 것이라는 믿음, 조직이 어려울 때 헌신하면 나도 보호받을 것이라는 믿음, 성과를 내면 공정하게 평가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믿음이 깨지면 사람은 바로 퇴사하지 않더라도 마음부터 조직에서 멀어진다. 새로운 의견을 내지 않고, 문제가 보여도 말하지 않으며, 시키는 만큼만 일하게 된다.

조직은 이런 모습을 보고 주인의식이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주인의식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마음이 떠난 것일 수 있다.

일을 잘한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이 주어지고, 책임을 피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일이 덜 주어진다면 조직은 구성원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된다.

“열심히 일하면 더 많은 일을 떠안게 된다.”

“문제를 이야기하면 내가 해결해야 한다.”

“조용히 있으면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유능한 사람도 어느 순간 능력을 감추게 된다. 먼저 나서지 않고, 의견을 내지 않으며, 조직이 요구한 최소한의 일만 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주인의식 부족은 개인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오랜 시간 만들어 낸 결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 밖에 나와 보니 다르게 보였다

현재는 동료와 함께 작은 행정사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조직 밖에 나와 직접 일을 책임지고 결과를 만들어 보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기 시작했다.

조직은 정해진 시간 안에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하고, 급한 일이 생기면 결국 경험이 있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일을 맡길 수밖에 없다.

새로운 사람에게 일을 가르칠 시간이 부족할 때도 있고,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것은 누군가의 악의 때문만은 아니었다.

밖에 나와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또 조직사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 안에서 느꼈던 불공정함이 틀렸던 것도 아니고, 조직이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도 부정하기 어려웠다.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일 수 있었다.

다만 이해하게 된 것과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달랐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책임감과 성실함을 무한한 자원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더 많은 일을 맡겼다면 그에 맞는 인정과 보상이 필요했다. 업무가 한 사람에게 몰리는 이유를 설명하고, 다른 구성원도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일을 나누고 가르치는 과정이 필요했다.

공정하다는 것은 모두가 똑같은 양의 일을 맡는다는 뜻이 아니었다.

일이 다르게 배분되는 이유를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고, 더 많이 기여한 사람의 노력과 책임이 제대로 인정되며, 힘들다고 말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이 공정성에 더 가까웠다.

좋은 조직은 업무 편중이 전혀 없는 조직이 아니라 그 편중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조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마음에 남은 심리적 안전감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부분은 심리적 안전감이었다.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조직은 갈등이 없고 모두가 편안하게 지내는 조직이 아니었다. 실수를 숨기지 않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며, 반대 의견을 내더라도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는 조직이었다.

심리적 안전감이 낮은 팀은 실수가 적은 것이 아니라 실수 보고가 적을 가능성이 컸다. 문제가 드러나지 않으니 조직은 잘 돌아가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위험이 계속 쌓이게 된다.

반대로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은 실수를 빨리 알리고 원인을 함께 찾는다. 처음에는 문제가 많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리더가 회의에서 먼저 결론을 말하고, 질문한 사람을 무능한 사람처럼 대하고, 문제를 보고한 사람부터 탓하면 구성원은 침묵하는 법을 배운다.

사람은 리더가 하는 말보다 실제 상황에서 리더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주인의식을 가져라”는 말만으로 주인의식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통제의 경험,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깊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기회가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은 일을 자기 일로 받아들이게 된다.

지금의 작은 행정사 사무소가 좋은 이유

현재 일하고 있는 행정사 사무소는 규모가 작다. 하지만 예전보다 일하는 마음은 오히려 편해졌다.

누가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 그 일이 전체 업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잘 보인다. 의견이 있으면 바로 이야기할 수 있고, 일이 몰리면 서로의 상황을 살펴 역할을 다시 조정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의뢰인의 사정을 듣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까지 볼 수 있다. 일이 많더라도 그 일이 누구에게 왜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조직 안에서는 일의 양을 먼저 생각했다면, 조직 밖에 나온 뒤에는 일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AI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것

책은 생성형 AI, 에이전틱 AI, 피지컬 AI가 조직과 사람의 역할을 어떻게 바꾸는지도 다루었다.

행정사 업무에서도 AI는 자료를 정리하고, 문서 초안을 작성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의뢰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복잡한 상황의 맥락을 이해하며, 어떤 설명과 절차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AI는 주어진 목표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목표가 옳은지, 그 결과가 한 사람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까지 대신 판단하지는 못한다.

AI 시대에는 데이터를 읽는 능력만큼 사람의 마음과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 같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신뢰를 쌓는 일,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일, 윤리적으로 판단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며 다양한 조직과 사람을 만나 온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일반적인 조직심리 이론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조직에서 반복되는 문제와 리더의 행동이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현실적으로 보여주었다.

조직 안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느꼈던 답답함과 불공정함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동시에 이 책은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부서 담당자는 평가와 보상, 업무 배분과 조직문화가 구성원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 돌아볼 수 있다.

회사 대표는 성과와 효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신뢰와 동기가 훼손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수 있다.

팀장과 부서장, 기관장 등 각 조직의 리더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구성원의 침묵과 소진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구성원에게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요구하기 전에 그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는지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만 계속 책임을 맡기고 있지는 않은지, 성과의 기준과 보상이 공정하게 전달되고 있는지,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봐야 했다.

따라서 이 책은 조직생활에 지친 직장인뿐 아니라 조직문화를 만들고 사람을 관리하는 인사부서 담당자, 회사 대표, 기관장, 팀장과 각 조직의 리더들이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었다.

구성원은 자신이 왜 지치고 조직에서 멀어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고, 리더는 좋은 사람이 떠나기 전에 조직의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덮으며

『심리학으로 본 조직 안의 인간』은 조직문화를 멋진 구호나 복지제도의 목록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누가 더 많은 일을 맡는지,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실수를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지, 반대 의견을 내도 괜찮은지, 리더가 약속을 지키는지가 진짜 조직문화였다.

이 책을 읽으며 과거의 직장생활을 다시 떠올렸다.

조직 안에 있을 때는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 일을 하는 사람만 계속 일한다고 생각했다.

조직 밖으로 나온 지금은 왜 조직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때 느꼈던 불공정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조직의 현실상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성실함이 당연한 희생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여를 인정하고, 정당하게 보상하고,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함께 짐을 나눌 사람을 키워야 한다.

좋은 조직은 사람을 갈아 넣어 성과를 내는 곳이 아니었다.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조직도 함께 성장하는 곳이었다.

AI가 빠르게 인간의 업무를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이 원칙은 더욱 중요해질 것 같았다.

조직이 사람을 지키면 사람도 조직을 지킨다.

책을 덮으며 가장 마음에 남은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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