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행복빌라 -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시간
차혜원 지음 / 책스미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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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행한 행복빌라/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시간


실제 경험에서 시작된 차혜원 작가의 이야기

차혜원 작가의 『불행한 행복빌라』는 저자가 실제로 겪은 일을 바탕으로 허구의 인물과 장면을 더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에세이 『살아가는 이유』를 쓴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동시에, 비슷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글을 쓴다고 한다.

이 책에는 제주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지은과 준호 가족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겪게 된 긴 싸움이 담겨 있다. 작가는 자신의 사례가 법률적인 의미에서 전세사기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히지만, 계약이 끝났는데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삶의 계획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문장은 어렵지 않아 쉽게 읽혔지만, 그 안에 담긴 현실은 결코 가볍거나 편하지 않았다.


평범한 일상을 무너뜨린 깡통전세

주인공 지은과 준호는 제주도의 한 빌라에서 아이들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집주인에게 집을 비워 달라는 말을 들은 뒤, 자신들이 살고 있는 건물의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세계약은 끝났지만 전세금은 돌아오지 않았고, 빌라에는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빈집이 늘어 갔다. 집주인에게 연락해도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결국 가족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지은과 준호는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임차권등기명령과 나홀로소송을 시작한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한 과정은 책이 출간된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상대방에게 남아 있는 재산이 없다면 재산조회와 압류, 강제집행 등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판결문을 받는 것이 곧 돈을 돌려받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현실이 무척 답답하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목차를 따라 이어지는 불안과 회복의 시간

이 책의 목차에는 지은과 준호가 지나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침입자 털보’, ‘이유는 달라도 결국 이웃’에서는 행복빌라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펼쳐진다. 그러나 ‘설상가상, 빚이 60억?’, ‘털보의 습격’을 지나면서 집을 둘러싼 불안이 점점 커진다.

이후 ‘싸움의 시작-나홀로소송’, ‘전세사기 타파님 입장’, ‘전세 피해자들’, ‘고사리 장마’에서는 피해 사실을 알리고 법적인 싸움을 이어 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어스름의 식탁’, ‘지치지 않는다는 약속’, ‘행복빌라 쌍무지개’로 이어지는 후반부에서는 긴 고통 속에서도 가족과 이웃이 서로를 지켜 주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목차만 따라가도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지고, 절망 속에서 다시 사람들의 온기로 회복되어 가는 흐름이 느껴졌다.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

최근 방송이나 기사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나 역시 내 집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더욱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집을 구할 때마다 등기부등본과 계약 조건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지만, 일반인이 건물의 복잡한 권리관계와 신탁 여부, 집주인의 채무 상황까지 모두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전세뿐 아니라 월세 계약도 비슷한 불안을 안고 있다.

아무리 조심해도 계약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문제가 뒤늦게 드러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한 뒤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 정신적인 고통을 대부분 세입자가 감당해야 한다.

계약서 한 장만 있으면 내 돈과 권리가 당연히 보호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혼자 시작했지만 혼자만의 싸움은 아니었다

지은과 준호는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되지 않아 직접 자료를 찾아보고 전자소송을 진행한다. 소장을 제출한 뒤에도 보정명령이 반복되고, 피신청인을 잘못 적거나 점유개시일을 정확하게 기재하지 못해 다시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소송에서 이긴 뒤에도 돈을 받기 위한 별도의 절차가 남아 있다는 사실은 이들의 싸움이 얼마나 길고 고단했는지를 보여 준다. 법률 용어도 낯설고, 전자소송 화면도 익숙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 혼자서 모든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이 막막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이들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고, 전세 피해자들의 모임과 연대에 참여하며 자신들의 문제를 세상에 알린다. 가족과 이웃, 피해자들과의 연대는 지은과 준호가 긴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힘이었다.

아이들에게 복잡한 상황을 무조건 숨기기보다 함께 설명하고, 가족이 함께 절약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도 서로를 지켜 주는 가족의 힘을 볼 수 있었다.




실제 소송에 활용할 수 있는 자세한 도움집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마지막 부분에 실제 소송에 활용할 수 있는 절차를 상세하게 정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책 뒤편의 ‘도움집’에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해야 할 때 필요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방법이 단계별로 소개되어 있다.

먼저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에 접속하고 로그인하는 과정부터 설명한다. 이후 사건 또는 서류 검색창에서 ‘주택임차권등기명령신청’을 검색하고, 임차주택이 있는 지역의 주소를 기준으로 관할법원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도 알려 준다.

등록면허세 신고와 납세번호 확인, 등기촉탁수수료 납부 과정도 빠뜨리지 않는다. 위택스에서 등록면허세를 신고하는 방법과 인터넷등기소를 이용해 수수료를 납부하는 과정까지 화면 자료와 함께 안내되어 있어 처음 전자소송을 접하는 사람도 순서대로 따라가 볼 수 있다.

전자소송 서류를 작성할 때는 신청인과 피신청인을 정확하게 적는 것이 중요하다. 신청인은 임차인 본인이지만, 피신청인은 단순히 임대차계약서에 적힌 계약 상대방이 아니라 등기부등본상 건물 소유자로 작성해야 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신청취지에는 돌려받지 못한 임차보증금과 차임 여부, 계약일자와 임대차기간 등의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야 한다. 신청이유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도록 알려 준다.

  • 임대차계약 체결일

  • 실제 입주일

  • 전입신고일

  • 확정일자

  • 임대차기간 종료일

  •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 이사 예정 또는 이사의 필요성

특히 신청이유는 제공되는 예시 문구만 그대로 옮기기보다 자신이 겪은 사정을 빠뜨리지 않고 상세하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명자료와 첨부서류로는 주민등록등본과 초본, 임대차계약서, 임차보증금 또는 전세금 이체 영수증, 확정일자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부동산등기부등본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집주인과 주고받은 문자나 카카오톡, 통화 내용, 계약해지 통보서, 판결문 등도 상황에 따라 중요한 증거가 된다.

핵심은 임대차계약이 존재했고, 계약이 종료되었으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다.

책에는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뒤 보정명령을 받은 실제 사례도 소개되어 있다. 피신청인을 잘못 적거나 점유개시일이 계약서와 맞지 않아 보정명령을 받은 경우, 보정서를 어떻게 작성하고 어떤 서류를 추가해야 하는지 예시를 통해 보여 준다.

처음 소송을 진행하는 사람은 법원에서 보정명령을 받는 순간 크게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은 잘못된 부분을 확인하여 고치고 필요한 자료를 다시 제출하면 된다고 알려 준다. 실제 보정서 형식과 사례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막막한 사람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


신탁주택이라면 더욱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책에서는 신탁주택과 관련하여 특별히 확인해야 할 사항도 설명한다.

신탁부동산은 겉으로 보기에는 시행사나 법인과 계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등기부상 소유자는 신탁회사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계약 상대방이 누구인지, 등기부상 소유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때도 피신청인을 계약서에 적힌 시행사나 법인이 아니라 등기부상 소유자인 신탁회사로 적어야 할 수 있다. 계약 당시 신탁회사의 동의가 있었는지, 신탁원부나 계약 관련 서류를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지, 필요하다면 우선수익자의 동의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현재 소유자가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고 신청하면 접수는 되더라도 보정명령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계약 전 등기부등본만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신탁부동산이라면 신탁원부와 신탁회사의 동의 여부까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

다만 사람마다 계약 내용과 권리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책에 소개된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자신의 상황에 맞게 확인해야 한다. 사건이 복잡하거나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은 법률구조기관이나 법률전문가에게 상담받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불행 속에서도 지켜 낸 행복

집에 문제가 생기고 소송까지 이어졌지만, 지은과 준호의 삶에 불행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족은 따뜻한 식탁을 함께했고, 아이들은 부모에게 다시 웃을 힘을 주었다. 이웃들은 말없이 곁을 지켜 주었고, 비슷한 일을 겪은 피해자들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연대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해결되지 않은 문제 속에서도 서로를 지켜 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일상을 이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불행한 행복빌라’라는 모순적인 제목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더욱 깊게 이해된다.

이 책은 읽기는 편했지만 내용은 결코 편하지 않았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의 현실을 보여 주는 동시에,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실용적인 기록이기도 하다.

집은 누구에게나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지만, 때로는 삶을 가장 크게 흔드는 불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지은과 준호 가족은 사람들의 온기 속에서 일상을 지켜 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불행한 행복빌라』는 단순히 불행한 집에서 살아간 이야기가 아니다. 불행한 현실 속에서도 행복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삶과 권리를 지켜 내기 위해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부동산 계약과 전세 피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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