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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분위기다
권오희 지음 / 온숲 / 2026년 11월
평점 :
춣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교육은 분위기다』/아이들은 말보다 공기를 먼저 배운다
분위기가 바뀌면 아이들의 삶이 바뀐다
권오희 작가의 『교육은 분위기다』는 교육의 본질을 지식이나 성적, 교수법이 아닌 ‘분위기’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책이다.
우리는 아이를 잘 가르치기 위해 좋은 학교와 학원, 교재와 프로그램을 찾는다. 더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아이가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도록 많은 것을 준비한다. 하지만 저자는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는지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눈에 보이는 교육과정보다 아이가 매일 숨 쉬는 공기와 같은 분위기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어른이 가르치는 말만 배우지 않는다. 부모의 표정과 말투, 교사가 실수를 대하는 방식, 친구들과 약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 질문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까지 배운다. 비교와 경쟁이 일상이 된 공간에서는 비교와 경쟁을 배우고, 환대와 존중이 흐르는 공간에서는 사람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힌다.
그래서 책 제목인 ‘교육은 분위기다’라는 문장이 더욱 깊게 다가왔다. 교육은 특별한 수업 시간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 교회와 공동체에서 날마다 만들어지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길어 올린 권오희 작가의 이야기
권오희 작가는 북한이탈주민 교육자이자 제주 기독교 대안학교 ‘나무와숲학교’의 설립자이며 교장이다. 제주성안교회 협동목사로 섬기고 있으며, 20년 넘게 청소년과 청년, 다음 세대를 만나 왔다.
오랫동안 교회와 학교, 청소년 사역과 교육 현장을 오가며 “우리는 아이들을 어떤 사람으로 길러 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경쟁과 성취가 교육의 중심이 된 시대에 아이들이 존재와 배움의 기쁨을 회복할 수 있는 교육을 꿈꾸며, 제주에서 나무와숲학교를 세워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질문하고 실패하며 다시 시작하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작가는 교육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거나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교사의 말보다 삶을 통해 배우고, 교실의 수업만큼이나 학교의 관계와 문화, 일상의 분위기 속에서 자란다는 것이다.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오랜 시간 품어 온 교육에 대한 고민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론만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아이들과 실제로 살아가며 발견한 교육의 본질을 기록한 책이기에 내용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목차로 살펴보는 책의 흐름
『교육은 분위기다』는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저자가 왜 교육을 ‘분위기’라는 말로 설명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개인적인 경험과 교육학적·신학적 관점을 통해 분위기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아이의 배움과 성장을 결정하는 환경임을 보여 준다.
2부에서는 우리 교육을 무겁게 짓누르는 나쁜 분위기를 살펴본다. 배제와 경쟁, 비교와 통제가 아이들에게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설명하고, 그 뿌리에 사람의 가치를 능력과 성과로 판단하는 능력주의가 있다고 말한다.
3부에서는 나쁜 분위기와 반대되는 좋은 교육의 공기를 소개한다. 환대와 관계, 존엄과 신뢰가 함께 흐를 때 아이는 공동체 안에서 자기 자리를 발견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4부에서는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어른의 모습을 다룬다. 자기 상처를 마주하고,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며, 따뜻함과 단호함을 함께 지닌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기쁨과 안식을 누릴 줄 아는 태도도 강조한다.
5부에서는 좋은 분위기가 개인의 선한 마음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의 구조와 문화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문을 만들고, 약한 사람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때 환대와 존엄, 신뢰가 오래 이어질 수 있다.
6부에서는 아이가 경험한 분위기가 한 시절의 기억으로 끝나지 않고 미래의 삶과 관계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좋은 공기 속에서 자란 아이는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분위기를 건네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나쁜 분위기 ― 아이를 배움보다 먼저 분류하는 공기
책에서 말하는 나쁜 분위기는 배제·경쟁·비교·통제라는 네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네 가지는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에는 사람의 가치를 능력과 성과로 판단하는 능력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아이가 말을 빨리했는지, 한글을 언제 뗐는지, 영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시험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가 아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아이는 한 사람의 고유한 존재가 아니라 성적과 속도, 결과로 평가되는 대상이 된다.
모든 아이가 같은 속도와 같은 방식으로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는 교육 안에서는 아이가 가진 다양한 가능성이 ‘부족함’으로 바뀌기 쉽다. 빨리 피지 않는 꽃은 뒤처진 꽃으로 여겨지고, 다른 계절에 열매를 맺는 아이는 실패한 것처럼 취급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모두 다르다. 어떤 아이는 글로 배우고, 어떤 아이는 손으로 만들며 배운다. 어떤 아이는 질문을 통해 이해하고, 어떤 아이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일찍 피는 아이도 있고, 오랜 기다림 끝에 자기 계절을 만나는 아이도 있다.
배제의 분위기 속에서 아이는 자신이 공동체에 속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배제는 반드시 노골적인 따돌림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경쟁의 분위기가 강해지면 친구는 함께 배우는 동료가 아니라 이겨야 하는 상대가 된다. 친구가 앞서가면 내가 뒤처지는 것처럼 불안해지고, 누군가의 성공이 나의 실패처럼 느껴진다. 함께 웃고 이야기하면서도 마음속으로 점수와 순위를 계산하게 된다.
비교의 분위기는 아이에게 “너는 지금 모습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통제의 분위기에서는 아이가 자기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힘을 배우기 어렵다.
능력주의는 이러한 나쁜 분위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하지만 사람마다 출발점과 성장환경, 타고난 자원과 기회가 다르다. 한 사람의 성공에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부모와 가족, 교사와 공동체의 도움, 시대와 환경의 영향이 함께 작용한다.
교육이 아이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가?”만 묻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묻지 않는다면, 아이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끊임없이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이런 교육은 아이의 호기심과 가능성을 발견해 주기보다 아이를 평가하고 분류하는 교육이 된다. 학교는 함께 성장하는 배움의 공동체가 아니라 선별과 경쟁의 장소가 되고, 친구는 함께 자라는 이웃이 아니라 넘어야 할 경쟁자가 된다.

좋은 분위기 ― 너는 여기 있어도 되고 혼자가 아니다
책에서 말하는 좋은 분위기는 환대·관계·존엄·신뢰라는 네 가지 공기가 함께 흐르는 공동체다.
환대는 단순히 친절한 말 몇 마디를 건네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성적과 행동, 능력을 평가하기 전에 먼저 한 사람의 존재로 반갑게 맞아 주는 태도다.
“이 점수를 받아야 여기 있을 수 있어”가 아니라 “너는 여기 있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건네는 것이다.
환대가 없는 공간에서 아이는 계속 자신을 지켜야 한다. 잘못 말하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혼나지 않으려고 숨으며, 비교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포장한다. 그러나 환대받는다고 느끼는 순간 아이는 조금씩 방어를 내려놓는다.
좋은 관계는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주는 관계가 아니다. 아이 곁에서 적절히 돕고, 때가 되면 손을 놓아 주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돕는 관계다.
책에서는 이를 건축 현장의 비계와 같은 ‘스캐폴딩’으로 설명한다. 건물을 세우는 동안에는 임시 구조물이 필요하지만, 건물이 완성되면 비계를 거두어 낸다. 부모와 교사의 도움도 마찬가지다.
존엄의 분위기에서는 아이의 가치가 성적이나 능력, 외모와 행동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잘했기 때문에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존중받는다.
존엄을 지켜 주는 교육은 무조건 칭찬하는 교육과는 다르다. 잘못한 행동은 분명하게 알려 주되, 잘못을 아이의 존재와 동일시하지 않는다. “그 행동은 잘못되었다”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너는 나쁜 아이야”라고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
신뢰는 아이가 언제나 올바른 선택만 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그 경험을 통해 배우고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고 믿는 것이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어른이 직접 결정하는 것보다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선택할 기회가 있어야 책임도 배울 수 있다.
환대와 관계, 존엄과 신뢰가 함께 흐를 때 아이는 공동체 안에서 자기 자리를 발견한다. 환대받는 아이는 “나는 여기 있어도 된다”고 느끼고, 관계 속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배운다. 존엄을 인정받으며 “나는 이미 소중한 사람”이라는 안정감을 얻고, 신뢰받는 경험을 통해 “나는 선택할 수 있다”는 힘을 기른다.
좋은 분위기는 완벽한 분위기가 아니다. 실수했을 때 다시 말할 수 있고, 상처를 주었을 때 사과할 수 있으며, 넘어진 사람을 함께 일으켜 주는 회복 가능한 분위기다.
교육의 목표는 혼자 성공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을 길러 내는 데 있다. 누가 소외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어려운 사람 곁으로 다가가며, 다름을 이유로 누군가를 밀어내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공동체를 살리는 사람이다.

좋은 분위기는 어른에게서 시작된다
책은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아이만 바꾸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먼저 어른이 자신의 상처와 불안을 돌아보아야 한다.
어른이 해결하지 못한 상처는 아이를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신이 어릴 때 비교당했던 경험 때문에 아이를 더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의 선택을 지나치게 통제하기도 한다.
좋은 어른은 완벽한 어른이 아니다. 자기 상처를 인정하고, 잘못했을 때 사과하며, 아이와 함께 성장하려는 어른이다. 따뜻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무조건 엄격한 것도 아니다. 따뜻하지만 필요한 경계를 분명하게 세우고, 아이가 책임질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좋은 어른은 기쁨과 안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 늘 조급하고 불안한 어른 곁에서 아이가 편안하게 숨 쉬기는 어렵다. 어른이 멈추고 쉬며 삶의 기쁨을 누릴 줄 알 때 아이도 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떠올린 두 아들의 성장
이 책을 읽으며 어릴 때 두 아들을 키웠던 시간이 많이 떠올랐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모두 성인이 되었지만, 아이들이 자라던 시간과 그 시절 내가 했던 고민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
큰아이와 작은아이는 성향도 달랐고 성장하는 속도도 정반대였다.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형제인데도 생각하는 방식과 행동,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모두 달랐다.
그때는 두 아이가 왜 이렇게 다른지 몰라 많이 어려웠다. 한 아이에게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다른 아이에게는 전혀 맞지 않았다.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려 할수록 아이도 힘들고 나도 힘들어졌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을 억지로 끌고 가거나 강요하기보다 기다려 주는 교육을 선택했다. 아이가 자기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 주고 싶었다. 당시에는 그것이 옳은 방법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주변의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내가 너무 느슨한 것은 아닌지,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흔들릴 때도 있었다.
부모 역할도 처음이었기에 나 역시 서툴렀다. 아이를 키우면서 실수도 했고, 후회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기다려 준 선택은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왕복 다섯 시간의 통학에서 배운 끈기
큰아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예술고등학교를 집에서 통학했다. 집과 학교를 오가는 데 왕복 다섯 시간이 걸렸다.
아이는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났다. 나는 새벽 5시에 아이를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었고, 아이는 첫차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예술고등학교라 방학도 거의 없었지만, 큰아이는 3년 동안 지각이나 결석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매일 그 긴 거리를 오가며 학교생활을 이어 가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지금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하다. 나는 그 아이를 키웠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아이에게서 끈기와 책임감,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배웠다.
지금도 힘든 일이 생길 때면 그 시절의 큰아이를 떠올린다. 어두운 새벽에 일어나 묵묵히 첫차를 타러 가던 아이의 뒷모습을 생각하면 나도 다시 힘을 내게 된다.
교육은 부모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무엇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었다. 아이의 삶을 바라보며 부모도 배우고 변화하는 일이었다.
형을 보며 인정할 줄 아는 아이로 자란 둘째
둘째 아이는 그런 형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자랐다. 형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힘든 시간을 어떻게 견뎌 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둘째는 다른 사람의 노력과 성취를 인정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했다. 형과 경쟁하기보다 형의 수고를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큰아이가 말로 가르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삶으로 동생에게 중요한 것을 보여 준 셈이다.
어쩌면 큰아이가 둘째를 성장시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두 아이가 서로 영향을 주며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또 성장했다.
이것이 바로 『교육은 분위기다』에서 말하는 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모가 계획한 수업이 아니어도 한 사람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 스며들고, 그 공기 속에서 서로 배우며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 집에는 완벽한 교육 방법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러나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으며, 서로의 노력을 알아보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 분위기가 두 아이를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시킨 것 같다.
성공한 아이보다 성품이 좋은 사람으로
누군가 내게 아이들을 성공한 사람으로 키웠느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답할 것이다. 두 아이 모두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자기 삶을 살아가며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의 기준이 좋은 학교와 직장, 높은 소득과 사회적 지위라면 아직 인생의 결과를 말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성품만큼은 잘 자랐다고 말하고 싶다.
자기 자리에서 책임을 다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수고를 인정하며, 어려움을 만나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남보다 앞서는 것만 중요하게 여기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고 믿는다.
부모로서 아이를 키웠지만 나 역시 아이들을 보며 성장했다. 큰아이에게서는 끈기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배웠고, 둘째에게서는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배웠다.
나도 부모가 처음이었다. 부모라고 해서 모든 답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웃고 흔들리고 실패하면서 조금씩 부모가 되어 갔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나도 함께 자랐다.
그래서 좋은 교육은 완성된 어른이 미완성의 아이를 바꾸는 과정이 아니라, 어른과 아이가 관계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다림도 교육이라는 깨달음
아이를 기다려 주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속도를 믿고, 자기 힘으로 일어설 때까지 곁을 지키는 적극적인 사랑이다.
기다리는 동안 부모는 불안을 견뎌야 한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고 싶은 마음, 더 빨리 결과를 보고 싶은 조급함, 내가 대신 결정하면 더 쉬울 것 같은 유혹을 내려놓아야 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나 정답을 알려 주는 부모가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돌아올 수 있는 안전한 자리를 만들어 주는 부모일 수 있다.
“괜찮아. 다시 해 보자.”
“너는 지금도 충분히 소중한 사람이야.”
“네가 선택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줄게.”
이런 메시지가 말뿐 아니라 가정의 분위기로 전해질 때 아이는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기다려 주는 교육은 아이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한다.
기독교적 관점이 담긴 교육 이야기
권오희 작가는 목회자이자 기독교 대안학교의 교장이기 때문에 책 전반에 성경과 하나님 나라, 복음과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기독교인이 아닌 독자에게는 일부 표현과 성경 인용이 다소 낯설거나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는 환대와 존엄, 기다림과 신뢰, 약한 사람을 밀어내지 않는 공동체의 가치는 종교를 넘어 모든 부모와 교사에게 필요한 교육의 원리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성적과 능력으로 판단하기 전에 한 사람의 존재로 바라보는 일, 실수했다고 관계를 끊지 않는 일, 소외된 아이를 다시 공동체 안으로 초대하는 일, 자신의 속도로 성장하도록 기다려 주는 일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교육적 가치다.
기독교인에게는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아이와 교육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이 될 것이며, 비기독교인에게도 아이를 대하는 태도와 가정·학교의 문화를 점검하게 하는 유익한 책이 될 수 있다.

교육은 아이에게 어떤 공기를 선물할 것인가의 문제
『교육은 분위기다』는 부모와 교사에게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어른인가?”
내가 아이에게 하는 말이 아무리 옳더라도 그 말이 비교와 불안의 분위기에서 전달된다면 아이의 마음에는 상처로 남을 수 있다. 반대로 조금 서툰 말이라도 사랑과 신뢰, 기다림의 분위기 속에서 전해진다면 아이에게 살아갈 힘이 될 수 있다.
교육은 아이를 내 기준에 맞게 바꾸는 일이 아니다. 아이가 자신의 고유함을 발견하고, 자기 속도로 성장하며,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아이는 질문하고 도전하며 실패한다. 그리고 다시 일어난다. 아이가 “나는 여기 있어도 된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는 이미 소중하다”, “나는 선택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배움은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부모와 교사, 교육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은 교육에 관한 책이지만 교사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부모와 조부모, 목회자와 청소년 지도자, 아이들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드는 모든 어른에게 필요한 책이다.
아이의 성적을 높이는 구체적인 공부법이나 입시전략을 기대한다면 방향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지, 내가 아이에게 어떤 공기를 만들어 주고 있는지를 깊이 돌아보고 싶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아이가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아 조급한 부모,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불안해하는 부모, 교육현장에서 지쳐 있는 교사, 경쟁 중심의 교육에 의문을 느끼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좋은 교육은 좋은 방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말투, 기다리는 시간과 관계를 지키는 태도가 함께할 때 비로소 좋은 교육이 된다.
아이를 키우며 나도 함께 자랐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아이들을 키웠다고만 생각했던 지난 시간이 다르게 보였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했지만, 아이들도 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시켰다. 큰아이는 끈기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보여 주었고, 둘째는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 주었다.
서로 다른 두 아이를 한 가지 기준에 맞추지 않고 기다려 준 시간, 형이 동생에게 삶으로 보여 준 시간, 부모인 내가 아이들을 보며 다시 힘을 얻었던 시간이 모두 우리 가족의 교육이었다.
교육은 특별한 순간에만 일어나지 않았다. 새벽 5시 지하철역으로 향하던 길에서도, 형을 바라보던 동생의 마음에서도, 아이를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 주었던 시간 속에서도 교육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 가족이 함께 만들어 온 그 공기 속에서 아이들도 자랐고 나도 자랐다.
『교육은 분위기다』를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에게 남겨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유산은 완벽한 계획이나 많은 지식만이 아니라, 언제든 편안하게 숨을 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인지도 모른다.
결국 교육은 아이에게 무엇을 얼마나 많이 가르쳤는가보다 어떤 공기 속에서 어떤 사람으로 자라도록 곁을 내어 주었는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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