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나무 숲 Nobless Club 1
하지은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사람들이 재밌다고 하길래 관심을 가졌었던 책이다.
이렇게 시험이 끝난 날 환희에 찬 상태에서 발견할 줄은 몰랐다.
이 이야기의 영향력은 내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혀 주기에 충분했고, 끝으로 갔을 때 난 거의 후회할 지경이었다.
어째서 오늘처럼 좋은 날 이 책을 읽었는지.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인물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섬세하게 짜여 있었다.
그 한가지만으로도 좋아할 수 있는 이 소설은 스토리까지 괜찮다.
이 소설은 의심할 여지 없이 판타지 소설이다. 하지만 지독히도 현실적이다.

이 이야기는 가상의 도시 에단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바옐과 겸손한 피아니스트 고요. 그리고 사교계의 왕이자 첼리스트인 트리스탄까지.
이 세 사람은 동화처럼 환상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믿을 수 없게도 동시에 불행했다.
이 책은 활자들을 눈으로 훑었는데도 귀가 자극받는 환상을 부렸다.

에단이라는 이 도시에선 4년에 한번 음악으로 숭부를 겨룬다.
사람들은 투표를 통해 1등만을 기억하고, 가문의 자랑이라 여기며 추양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쓰게 웃었다. 이미 인간의 끝없는 경쟁심리는 책 속 까지 뻗어나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순회 공연을 다니며 인기와 실력을 거머줜 바옐은 고요의 눈으로 보았을 때 그만의 신이자 친구였다.
계속 밀어내는 바옐을 원망조차 않은 채 쫓고, 결국은 따라잡고 마는. 사람들이 그들의 우정을 치열한 경쟁으로 만들었다.
바옐과 달리 고요는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내기엔 너무나 순수했다.
최고의 부를 거머줜 집안에서 나고 자라 툭하면 우는 고요는
평민의 자리에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기 위해 더러움을 묻힌 바옐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행인 건, 바옐도 마찬가지였다.

환상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바옐에게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들의 이기심이 증폭되어 바옐은 물론 고요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은 두 명의 훌륭한 음악가를 내쳤다.

두 천재의 경쟁도, 우정도 이 책에선 중요했다. 고요 자신에게도.
실력이 우정만큼이나 중요한 사회였다.
능력이 관계의 의미보다 가치있는 사회에서, 우정이란 말은 오랜만이었다.
찝찝하지 않게 결말이 난 책이다. 다음에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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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24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에 있는 그림들은 BEGE님이 직접 만드신 거예요? 처음에 책에 있는 글씨를 사진으로 찍은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아닌 것 같아서요. 디자인이 멋집니다. ^^

BEGE 2015-01-24 19:31   좋아요 0 | URL
그림들은 직접 찍은것들도 있지만 대부분 핸드폰 바탕화면 이미지를 받는 앱에서 저장한거예요:) 아무래도 바탕화면으로 쓰이는 것들이 꾸밈없이 예쁘더라고요. 디자인이 멋지다니 감사합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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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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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여고 탐정단 : 방과 후의 미스터리 블랙 로맨스 클럽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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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화 소식, 이승연씨 덕분에 안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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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하라는 숙제는 안하고 뭘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없고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에
나는 숙제를 안하고 승민이를 햝겠다
라는 불굴의 의지로
...그랬다고 합니다.

촬영현장 스틸컷이 원작과 비슷하다. 기분이 좋다.
거의 6년 동안 기다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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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덮고 난 후에 내가 느낀 것들이다,
1)약간의 소름
2)그리움
3)그냥 막연히 한번만 더 읽고싶은 마음
4)짜다는 느낌.

1번은 내가 `내 심장을 쏴라.`라는 책을 알게 된 시점-적어도 3년 전- 부터 나를 따라다닌 느낌이다.
이 책을 몰랐더라면 지금 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라는 작은 안도감과
이 책을 몰랐더라면 그때의 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스스로에게 걸어보는 농담과
이 책을 몰랐더라면 `걱정`, `사랑`, `분노`.. 이 모든 격렬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을까. 라는 감사함.
그리고 책 속 줄거리가 그 속에 섞여 농축된 서늘함이 소름으로 변해 날 감싼다.
책을 읽을 때마다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승민이가 생각나고 수명이가 생각나고. 이 둘이 언제까지나 살아 숨쉴 작은 세계와
이 둘의 만남이 이루어진 수리 희망병원. 이 모든것들이 기억되어 내 무의식 속에서 뜨문뜨문 발을 내미는 그 모든 삶의 순간들에서 난 이 책을 만난다.
같은 것들을 느낀다.
지금도. 그때도. 아마 앞으로도 쭉.

2번은 설명하기 애매한 것인데 글쎄,
책 속 사람에게 이렇게 강렬한 감정을 느낀다는게 비정상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이 책을 덮는 동시에 류승민, 이수명, 이기훈. 심지어 렉터 박사에게조차 그리움을 느낀다.
너무 그립고 그리운데다 또다시 이 줄거리의 사슬에 잠식된 그 감정은
눈꺼풀에 대롱대롱 매달린 눈물을 만들어 내고 만다.
사실대로 불자면 인물에게만 그러는 것도 아니다. 순간순간이 너무도 그립다.
슬픈 장면이든 괴로운 장면이든. 특히 처음 나가본 숲에서 맨발로 황홀경을 만끽하던 그 순간이라거나
승민이 왠지 씁쓸한 표정으로 `오빠 왔다.`를 외치는 그 장면.
나만 안다고 착각하는 조그마한 행복감과 나밖에 모른다고 느껴지는 조금의 외로움이 그리움을 조직한다.
그리고 2번의 그리움은 3번을 불러일으킨다.

3번의 저 짧은 말을 대체 어떻게 만들어낸건지 모르겠다.
내 상황과 딱 맞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장이란 추상적인-어떤 면에선 가장 잔인하고 잔인한-활자를 내 마음에 딱 맞춘 지가 언제였더라. 아마 핑계일지라도 바쁜 일상에 치여 일기를 쓰지 않게 된 그?부터였나. 초등학교를 졸업하며 횅한 운동장에 동심과 어린시절을 두고 온 그날부터였나.
어쨌든 나는 그냥 막연히 읽고 싶을 뿐이다.
승민이를 만나고싶고 수리희망병원에 한번 더 들어가보고 싶다. 끝이 마모된 수명의 침대 위를 걸어다니며 간호사들에게 혼나 보고, 모든 사람들이 미친 그 장소에서 마음껏 미쳐보고도 싶다.
그냥 미쳐서. 그렇게. 그냥 미쳐서.
방금 생각난 것인데, 사실 그 사람들은 미친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우리보다 살짝 더 행복한 것일지도.

4번처럼 이 책을 읽고 나면 짜다. 어느새 생성된 눈물이 굴러떨어지기 때문이다. 글쌔, 백이면 백 입에 들어가진 않지만 코가 막히는 그 느낌과 볼이 축축하게 젖어들어가는 익숙한 분위기는 자동으로 짠맛을 느끼게 한다.
그, 종이 울리면 침을 흘리는 개도 있지 않은가. 사람이라고 해서 다를것도 없다.
그저 그 개는 단순한 식욕에서 비롯된 산물을 표출하는 것이고 나라는 인간은 그리움에서 비롯된 욕구를 표출하는 것 뿐이다. 어차피 둘다 욕구니까 미묘한 차이는 있겠지만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분석해볼 필요도 없이 나는 그냥 이 책에 끌리는 거다. 별다른 이유 없다.
사람이 좋은데는 이유가 없다. 책이 좋은데는 이유가 없다.
그냥 그 사람이 좋은 것이다. 그 사람의 미소가, 붉은 입술이, 성격이 좋아서.
그래서 좋은게 아니다.
그냥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 모든 것들이 좋은거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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