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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평점 :
이 책을 덮고 난 후에 내가 느낀 것들이다,
1)약간의 소름
2)그리움
3)그냥 막연히 한번만 더 읽고싶은 마음
4)짜다는 느낌.
1번은 내가 `내 심장을 쏴라.`라는 책을 알게 된 시점-적어도 3년 전- 부터 나를 따라다닌 느낌이다.
이 책을 몰랐더라면 지금 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라는 작은 안도감과
이 책을 몰랐더라면 그때의 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스스로에게 걸어보는 농담과
이 책을 몰랐더라면 `걱정`, `사랑`, `분노`.. 이 모든 격렬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을까. 라는 감사함.
그리고 책 속 줄거리가 그 속에 섞여 농축된 서늘함이 소름으로 변해 날 감싼다.
책을 읽을 때마다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승민이가 생각나고 수명이가 생각나고. 이 둘이 언제까지나 살아 숨쉴 작은 세계와
이 둘의 만남이 이루어진 수리 희망병원. 이 모든것들이 기억되어 내 무의식 속에서 뜨문뜨문 발을 내미는 그 모든 삶의 순간들에서 난 이 책을 만난다.
같은 것들을 느낀다.
지금도. 그때도. 아마 앞으로도 쭉.
2번은 설명하기 애매한 것인데 글쎄,
책 속 사람에게 이렇게 강렬한 감정을 느낀다는게 비정상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이 책을 덮는 동시에 류승민, 이수명, 이기훈. 심지어 렉터 박사에게조차 그리움을 느낀다.
너무 그립고 그리운데다 또다시 이 줄거리의 사슬에 잠식된 그 감정은
눈꺼풀에 대롱대롱 매달린 눈물을 만들어 내고 만다.
사실대로 불자면 인물에게만 그러는 것도 아니다. 순간순간이 너무도 그립다.
슬픈 장면이든 괴로운 장면이든. 특히 처음 나가본 숲에서 맨발로 황홀경을 만끽하던 그 순간이라거나
승민이 왠지 씁쓸한 표정으로 `오빠 왔다.`를 외치는 그 장면.
나만 안다고 착각하는 조그마한 행복감과 나밖에 모른다고 느껴지는 조금의 외로움이 그리움을 조직한다.
그리고 2번의 그리움은 3번을 불러일으킨다.
3번의 저 짧은 말을 대체 어떻게 만들어낸건지 모르겠다.
내 상황과 딱 맞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장이란 추상적인-어떤 면에선 가장 잔인하고 잔인한-활자를 내 마음에 딱 맞춘 지가 언제였더라. 아마 핑계일지라도 바쁜 일상에 치여 일기를 쓰지 않게 된 그?부터였나. 초등학교를 졸업하며 횅한 운동장에 동심과 어린시절을 두고 온 그날부터였나.
어쨌든 나는 그냥 막연히 읽고 싶을 뿐이다.
승민이를 만나고싶고 수리희망병원에 한번 더 들어가보고 싶다. 끝이 마모된 수명의 침대 위를 걸어다니며 간호사들에게 혼나 보고, 모든 사람들이 미친 그 장소에서 마음껏 미쳐보고도 싶다.
그냥 미쳐서. 그렇게. 그냥 미쳐서.
방금 생각난 것인데, 사실 그 사람들은 미친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우리보다 살짝 더 행복한 것일지도.
4번처럼 이 책을 읽고 나면 짜다. 어느새 생성된 눈물이 굴러떨어지기 때문이다. 글쌔, 백이면 백 입에 들어가진 않지만 코가 막히는 그 느낌과 볼이 축축하게 젖어들어가는 익숙한 분위기는 자동으로 짠맛을 느끼게 한다.
그, 종이 울리면 침을 흘리는 개도 있지 않은가. 사람이라고 해서 다를것도 없다.
그저 그 개는 단순한 식욕에서 비롯된 산물을 표출하는 것이고 나라는 인간은 그리움에서 비롯된 욕구를 표출하는 것 뿐이다. 어차피 둘다 욕구니까 미묘한 차이는 있겠지만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분석해볼 필요도 없이 나는 그냥 이 책에 끌리는 거다. 별다른 이유 없다.
사람이 좋은데는 이유가 없다. 책이 좋은데는 이유가 없다.
그냥 그 사람이 좋은 것이다. 그 사람의 미소가, 붉은 입술이, 성격이 좋아서.
그래서 좋은게 아니다.
그냥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 모든 것들이 좋은거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