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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 혼자 있는 시간의 그림 읽기
이동섭 지음 / 홍익 / 2019년 10월
평점 :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이동섭 지음 / 홍익출판사
미술 교양 도서로 생각했는데 뜻밖의 메세지가 가득 담긴 값진 도서였다.
혼자있는 까만밤, 나를 위로하는 그림읽기!
그림과 함께 나를 쓰담쓰담 해주는 글귀들.
Blue hour 블루아워. 직장인으로서가 아닌 하루 일정이 끝난 후의 시간을 이르는 말이다. 퇴근 후 아내로 돌아가는, 나로 돌아가는 시간을 말한다. 그동안 나의 블루아워에 함께 했던 책과 음악 그리고 커피. 이 책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을 통해 더해진 그림. 실로 멋진 궁합이 아닐수 없다. 낮에 있었던 일들을 마무리하며 감미로운 커피한잔과 함께 펼쳐든 이 책에서 나의 어린시절을 보고, 어제의 나를 지금의 나를 본다. 내일의 나를 위해... .
carl larsson | 엽서를 쓰는 모델
나의 영양제는 혼자 있는 시간
혼자 있는 시간은 지친 나를 회복시켜 주는 영양제 같은 것.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필요하다. 나의 경우 책과 커피가 그러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영화를 즐기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정신 가득 영양제를 보충해야 한다.
나에게 책은 비타민, 음악은 마그네슘, 커피는 철분이며, 사랑하는 나의 사람은 오염되지 않은 산소이려나?
노는 게 제일 좋아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언제나 즐거워. 개구쟁이 뽀로로~♪" ~~하느니 ~~ 해라..
놀 때 만큼은 적용 금물의 말이다. 노는건 그냥 노는것.
페이지를 보면서 떠올랐다. 일이 잘 되지 않을때 퇴근 후에도 계속해서 걱정을 하고 있던 내게 친구가 해줬던 말. "고민한다고 해결될 거 아니면 퇴근과 동시에 고민도 퇴근시켜." 너무나 옳은말 이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나이를 먹고나니 이젠 조금 알것 같다. 답이 떠오르지 않을땐 그저 노는 게 제일 좋다는걸.
당당하게 눈치 보며 놀자
당당과 눈치가 함께 쓸 수 있는 단어였다니. 조금 웃었던 대목이다. 유독 일하기 싫은날 일하는것도 아니고 노느것도 아닌날.. 집중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내일을 위해 난 노는것을 선택하겠다. 하루 놀고나면 내일은 열심히 일할 수 있지않을까. 일단 놀아보자.
이런날이 너무 많은게 문제이긴 하지만, 모두가 일하는 시간 책 한권 들고 나가보니 세상 부러울게 없더라. 오후 쯤 되니 내일은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일하기 싫은 나를 토닥이는 시간은 모두에게 필요한 시간이겠지.
John William Waterhouse | 판도라
판도라 상자에 유일하게 남은 것
잘 나가던 나이때 호감은 가는데 인연이 되지 않던 이성을 마음속에서 떼어내기 위해 했던 생각이 있다.
나를 바꾸면서 까지 인연을 구걸하지 않겠어.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 그런 생각은 자존심 같은 것이었다.
나를 바꾸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게 있을까?
연인이든 동료든 가족이든 나에게 문제가 있다면 나를 변화시키는 노력도 필요하겠다.
판도라가 열었던 상자.
분명 열지 말라했지만 판도라는 뚜껑을 열므로 해서 온갖 재앙이 쏟아져 나왔다.
무서워진 판도라는 뒤늦게 뚜껑을 닫았고, 상자 안에는 '희망'만 남게 되었다.
어릴적 오만했던 경험으로 인해 다행히 내 가슴속에는 좋은 씨앗만 남아있다. (자세는 그러하다 ㅠㅠ)
상대방을 위해 배려하고 나를 바꾸려 노력하라는 저자의 메세지를 충분히 공감하기에
이 예쁜 그림과 함께 절대 잊혀지지 않을 메세지는 새벽 1시 45분에 가슴 깊숙한 곳에 저장한다.
Rembrandt Hamenszoon van Rijn | 유대인 신부
때로는 나답지 않은 순간도 있다
여자의 입모양에서 근심이 느껴진다. 어디 아픈걸까? 남자의 한 손은 여자의 어깨에 한 손은 여자의 가슴에. 그 얹혀진 손 위로 여자의 손이 살짝 포개진다. 남자에게서 여자의 고통을 함께 하려는 눈빛히 읽혀지고, 그 함께하려는 마음을 느낀 여자의 눈빛이 느껴진다. 처음 본 작품인데 왠지 모르게 이 그림이 맘에 든다. 저 눈빛이 너무나 생생하여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길것만 같은 두려움이 느껴진다.
늘 한결같을 수 없겠지만 그림을 보면서 자꾸 이야기를 읽으려 하는 나를 느낀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에 이렇게 그림이 도움이 될거란 생각은 미처 해보지 않았던지라 이 책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나만을 위한 블루아워에 무겁지 않은 이야기를 차와함께 한다면 그 힐링의 가치가 무엇에 비할까. 하필 이 시간 비까지 내려주니 더없이 행복하다.
오늘이 지나면 나는 또 출근을 한다. 영양제를 듬뿍받아 내일이 두렵지 않은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