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알랭 드 보통 지음, 박중서 옮김 / 청미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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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새기기. 비판하기.

혹시 우리가 책의 홍수 시대를 맞이하여 안타까워해야 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지능과 감수성을 발달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단순히 더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는 오히려 몇 권의 책을 여러 번 숙독하는 것임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아직 읽지 못한 책들에 대해서 죄의식을 느끼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아우구스티누스나 단테보다도 이미 더 많은 책을 읽었음을 그만 간과하고 있다. (15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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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Nebel

                                                         Hermann Hesse

 

Seltsam, im Nebel zu wandern!

Einsam ist jeder Busch und Stein,

Kein Baum sieht den andern,

Jeder ist allein.

 

Voll von Freunden war mir die Walt,

Als noch mein Leben licht war;

Nun, da der Nebel fällt,

Ist keiner mehr sichtbar.

 

Wahrlich, keiner ist weise,

Der nicht das Dunkel kennt,

Das unentrinnbar und leise

Von allen ihn trennt.

 

Seltsam, im Nebel zu wandern!

Leben ist Einsamsein.

Kein Mensch kennt den andern,

Jeder ist allein.

 

안개 속에서

                                                                   헤르만 헤세

 

기이하구나, 안개 속에서 이리저리 거니는 것은!

관목도 돌도 혼자이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

누구나 혼자이다.

 

세상은 나의 친구들로 가득했었다,

나의 삶이 아직 밝았을 때;

이제, 안개가 내리니,

아무도 더이상 볼 수가 없다.

 

참으로, 아무도 현명하지 않다,

어둠을 모르는 자는,

피할 수 없이 살그머니 내리는 어둠을

그를 모든 것으로부터 떼어놓는.

 

기이하구나, 안개 속에서 이리저리 거니는 것은!

삶은 혼자 존재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누구나 혼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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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습 삼아 직역에 가깝게 옮겨 보려고 노력하였으나, 짧은 독일어 실력이라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공식 번역본을 덧붙입니다.

 

안개 속에서

                                                 헤르만 헤세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모든 나무 덤불과 돌이 외롭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나의 삶이 아직 환했을 때

내게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이제, 안개가 내려,

더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을, 떼어 놓을 수 없게 나직하게

모든 것으로부터 그를 갈라놓는

어둠을 모르는 자

정녕 그 누구도 현명치 않다.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삶은 외로이 있는 것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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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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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현실 속에서도 절대로 잊지 않는 인간애에 경탄하며 읽은 책이다.

-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직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도씨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초판 서문 중에서, 계수님께 보낸 편지 중)

- 옥뜰에 서 있는 눈사람.
연탄조각으로 가슴에 박은 글귀가 섬뜩합니다.
"나는 걷고 싶다."
있으면서도 걷지 못하는 우리들의 다리를 깨닫게 하는
그 글귀는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 이마를 때립니다.
(초판 서문 중에서, 계수님께 쓴 글)

- 겨울의 싸늘한 냉기 속에서 나는 나의 숨결로 나를 데우며 봄을 기다린다.
(나의 숨결로 나를 데우며, 21)

- Das beste sollte das liebste sein.
가장 선한 것은 무릇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랑은 경작되는 것, 22)

- 불행은 대개 행복보다 오래 계속된다는 점에서 고통스러울 뿐이다. 행복도 불행만큼 오래 계속된다면 그것 역시 고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고독한 풍화, 24)

- 인간의 적응력, 그것은 행복의 요람인 동시에 용기의 무덤이다. (단상 메모, 24)

- 그래서 장날이 오면 돈이 없어도 그리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장을 ‘보러‘ 갈 수가 있는 것이다. 새옷들을 꺼내 입고 고무신까지 걸레로 잘 닦아서 아침 일찍 길들을 나선다. 그래서는 고작 물이 진 생선 몇 마리를 들고 돌아오지만, 저마다 제법 푸짐한 견문들을 안고 돌아오는 것이다. (초목 같은 사람들, 25)
- 농촌 사람들은 흡사 초목 같다. 어려서는 푸성귀를 솎아내듯 약한 놈들을 솎아버리고 늙어서는 수목처럼 모든 질환의 고통으로부터 감각의 문을 닫아 버리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초목 같은 사람들, 26)

- 나는 어린이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방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중요한 것은 ‘첫 대화‘를 무사히 마치는 일이다.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서로의 거리를 때에 따라서는 몇 년씩이나 당겨주는 것이다. (청구회 추억, 31)
-"이번 토요일 오후 다섯 시, 장충체육관 앞에서 만나자." (청구회 추억, 36)

- 더 많은 사람, 더 고된 생활은 마치 더 넓은 토지에 더 깊은 뿌리로 서 있는 나무와 같다고 할 것이다. 그 자리에 땅을 파고 묻혀 죽고 싶을 정도의 침통한 슬픔에 함몰되어 있더라도, 참으로 신비로운 것은 그처럼 침통한 슬픔이 지극히 사소한 기쁨에 의하여 위로된다는 사실이다. (니토 위에 쓰는 글, 47)
-진정한 기쁨은 대부분이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오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만약 물物에서 오는 것이라면 작은 기쁨에 대한 믿음을 갖기가 어렵겠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오는 것이라면 믿어도 좋다. 수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니토 위에 쓰는 글, 49)

- 이 시간이 하루의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생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불 속에 발뻗고 편안히 누웠기 때문이며 고달픈 하루가 지나갔다는 이른바 ‘세월‘을 보낸 느낌 때문이라 생각된다. (54)
- 과거를 회상하는 일은 미래를 창백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59)
- 고독은 고독 그것만으로도 가까스로 한 짐일 뿐 무엇을 창조할수는 없는 것입니다. 어떤 형태로든지 이 고독을 깨뜨리지 않고는 이룰 수 있는 것은 없으리라, 우렁찬 저 햇빛 찬란한 합창을 향하여 문 열고 나아가지 않으면 안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60)
- 잎새보다는 가지를, 조락보다는 성장을 보는 눈, 그러한 눈의 명징이 귀한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72)
- 동장군과의 일전에 대비하여 두꺼운 솜옷으로 무장한 이곳의 솜장군(?)들에게 이 봄처럼 다정한 겨울은 도리어 서운한 느낌마저 없지 않습니다. (78)

- 미美 자는 양羊 대大의 회의로서 양이 크다는 뜻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큼직한 양을 보고 느낀 감정을 그렇게 나타낸 것이다. 그 고기를 먹고 그 털을 입는 양은 당시의 물질적 생활의 기본이었으며, 양이 커서 생활이 풍족해질 때의 그 푼푼한 마음이 곳 미였고 아름다움이었다. 이처럼 모든 미는 생활의 표현이며 구체적 현실의 정서적 정돈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생활 바깥에서 미를 찾을 수는 없다. (86)
- 다만 ‘여전한‘ 생활 속에 ‘여전한‘ 내용이 담기면 담긴 채 굳을까 걱정입니다. 고인 물, 정돈된 물, 그러나 썩기 쉬운 물, 명경같이 맑은 물, 얼굴이 보이는 물, 그러나 작은 돌에도 깨어지는 물입니다. (97)
- ‘아름다움‘이란 바깥 형식에 의해서라기보다 속 내용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규정되는 법임을 확인하는 심정입니다...좋은 글씨를 남기기 위해서는 결국 좋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상식이 마음 흐뭇합니다. (147)

- 봄은 내의와 달라서 옆사람도 따뜻이 품어줍니다. 저희들이 봄을 기다리는 까닭은 죄송하지 않고 따뜻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148)
- ...우리 시대의 아픔을 일찍 깨닫게 해주는 지혜로운 곳에 사는 행복감을 감사하며, ‘세상의 슬픔에 자기의 슬픔 하나를 더 보태기‘ 보다는 자기의 슬픔을 타인들의 수많은 비참함의 한 조각으로 생각하는 겸허함을 배우려 합니다. (164)
- 갇힌 사람들이 또 무엇을 가둔다는 것이 필시 마음 아픈 일일 터인데도, 역시 ‘키운다‘는 기쁨은 그 아픔을 갚고도 남는가 봅니다. (205)

- 여섯째는, (자기의 주장을 편의상 ‘그것‘이라고 한다면) 우선 ‘그것‘과의 반대물을 대비하고, 전체 속에서의 ‘그것‘의 위치를 밝힘으로써 그것의 객관적 의의를 규정하며, 과거, 현재, 미래에 걸친 시계열상의 변화, 발전의 형태를 제시하는 등의 방법인데 이것은 한마디로 다른 것들과의 관계와 상호연관 속에서 ‘그것‘을 동태적으로 규정하는 방법입니다. ... 이 여섯번째의 방법이 난삽한 논리와 경직된 개념으로 표현되지 않고 생활 주변의 이상적인 사례와 서민적인 언어로 나타나는 소위 예술적 형상화가 이루어진 상태를 가히 최고의 형태로 치고 싶습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자신의 오진을 스스로 깨닫도록 은밀히 도와주고 끈기 있게 기다려주는 유연함과 후덕함을 갖추는 일입니다. (217)

- 언어란 미리 정해진 약속이고 공기여서 제 마음대로 뜻을 담아 쓸 수가 없지만 같은 그릇도 어떤 집에서는 밥그릇으로 쓰이고 어떤 집에서는 국그릇으로 사용되듯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나게 마련입니다. 성장과정과 경험세계가 판이한 사람들이 서로 만날 때 맨 먼저 부딪치는 곤란의 하나가 이 언어의 차이입니다. (236)
- 벽의 기능은 우선 그 속의 것을 한정하는 데 있습니다. 시야를 한정하고 수족을 한정하고 사고를 한정합니다. 한정한다는 것은 작아지게 하는 것입니다. 넓이는 좁아지고 길이는 짧아져서 공간이든 시간이든 사람이든 결국 한 개의 점으로 수렴케 하여 지극히 단편적이고 충동적이고 비논리적인 편향을 띠게 합니다. (238)

- 그리고 우리는 과거 쪽에 마음을 너무 많이 할애함으로써 현재의 갈등과 쟁투가 그 전진적 몸부림을 멈추고 거꾸로 과거에로 도피해버리는 예를 많이 봅니다. 과거에로의 도피는 한마디로 패배이며, ‘패배가 주는 약간의 안식‘에 귀의하여 과거에의 예종, 숙명론적 굴레를 스스로 만드는 행위입니다. (274)
- 수만 잠 묻히고 묻힌 이 땅에 필시 빛나는 꽃 피어나리라 믿습니다. (281)

- 돌이켜 생각해보면 귀휴 기간 동안에 내가 힘부쳐 했던 아픔과 갈증은 나 자신의 조급하고 밭은 생각 때문이란 반성을 갖게 됩니다.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으려 하고 이해하기보다는 이해받으려 하는‘ ‘마음의 가난‘에 연유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남에게 자기를 설명하고자 하는 충동은 한마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를 반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어차피 나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로 귀착되는 것입니다. (296)
- 그 사람의 삶의 조건에 대하여는 무지하면서 그 사람의 사상에 관여하려는 것은 무용하고 무리하고 무모한 것입니다. 더욱이 그 사람의 삶의 조건은 그대로 둔 채 그 사람의 생각만을 다른 것으로 대치하려고 하는 여하한 시도도 그것은 본질적으로 폭력입니다. 그러한 모든 시도는 삶과 사상의 일체성을 끊어버림으로써 그의 정신세계를 이질화하고 결국 그 사람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97)

- 그러나 이러한 과학적 사고보다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것은 바로 대상과 필자의 ‘관계‘라 생각합니다. 대상과 필자가 어떠한 관계로 연결되는가에 따라서 얼마만큼의 깊이 있는 인식이, 또 어떠한 측면이 파악되는가가 결정됩니다. 이를테면 대상을 바라보기만 하는 관계, 즉 구경하는 관계 그것은 한마디로 ‘관계 없음‘입니다. 구경이란 말 대신 ‘관조‘라는 좀더 운치 있는 어휘로 대치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는 과존만으로 시작되고 관조만으로서 완결되는 인식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311)
-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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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 Wunderbaren Jahre. Prosa (Paperback)
Kunze, Reiner / Fisher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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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책 목록에는 이 책이 나와있지 않아 리뷰상품은 독일어 원문을 선택했지만, 사실 내 짧은 독일어 실력으론 원문은 어림도 없다. 그래서 빌려다 읽었던 번역본 정보를 "http://chon-young-ae.com/?mid=books&document_srl=387"에서 찾아 가져왔다.

 전영애 선생님 번역을 두고 누군가는 투박하다 하지만, 독일어 원문의 운율을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한 점이 또 좋다. 

 사실 스스로가 아직 시에 대한 감상이나 평가를 내릴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을 아끼고자 한다. 그저 되새기고 싶은 시들을 남겨 두고자 한다.    

 

 

 

 

[유인물]

 "만약 가정한다면 말예요."라고 그애가 말했다. "아빠가 지금 유인물을 하나 만들 수 있다고 말예요. 그렇다면 거기다 뭐라고 쓰실 거예요?"
 내 두 눈썹이 한가운데로 모이니까 그애는 덧붙였다. "무슨 멍청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그저 그렇게요. 재미있잖아요."
 "쓴다고? 아무것도 안 쓰겠다."라고 내가 말했다. "유인물에 써서 사람들 가운데 돌려져야 할 건 아마 따로 있을 거다."
 "그럼 그건 무엇일까요?"
 "거기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생각을 좀 해봐야 될 것 같구나."
 "그럼 생각 좀 해보세요."라고 그애가 말했다.
 ......

> 유인물 제 1호
그리고 모든 것이 지나가면---그 모든 것이 저절로 멈춰지면......무리의 가운데 등장하여......집단 속에서 깃발을 흔드는 희열......그 다음에는 한 사람이 오리라, 그 사람은 마침 우뢰 같은 발견을 할지니 : 그는 외톨이 인간을 발견하리라. 그는 말할 것이다. 인간이라 불리우는 유기체 하나가 있으니 이 자가 중요하도다. 이 인간이 행복한가 아닌가 그것이 문제이다. 그가 자유롭다는 것, 그것이 목표이다. 집단은 무엇인가 부차적인 것이다......국가는 무엇인가 부차적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가 만세가 아니라--- 중요한 것은 인간 만세!이다 / 쿠르트 투홀스키

> 유인물 제 2호
제 의견으로는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 가치를 부여해야 하겠습니다. 즉 우리는......우리들의 가장 귀중한 자산인 젊은 사람들을, 우리 인간 전반을, 사회적 기구의 손상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들의 언어만 뒤죽박죽의 외국어나부랑이로 변하거나 변화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는 이렇습니다. 우리가 자랄 때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 자명했었던 많은 개념들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여유라는 개념입니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하여 산보를 가야겠다는 한가로움이라는 개념. 자신을 닫거나 벤치에 따로 떨어져 앉아 무엇인가를 읽을 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여유라는 개념이지요. 읽되 그것이 가르침이 되지 않고도, 그것이 그 어떤 의무사항과 일치되느냐 아니냐를 질문받지 않고도요. ......그러니까 제 생각으로는......개개인에 대한 지나친 요구,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동생활 속에서 자유며 여유를 면도하듯 싹 깎아내는 데 대하여 하나의 경고가 발해져야 하겠습니다. ......휴머니즘과 경직된 조직은 늘 상호모순되었습니다. 우리에게 매우 큰 정신적 잠재력 하나를 남겨준 엄격한 제수잇교단조차도 그들의 조직에서 우리처럼 긴장되지는 않았었습니다....... / 아놀드 츠봐이크 1954년 드레스덴

>유인물 제 3호
 우리는......우리가 무엇인가가 '철석같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곳에서는 우리가 미망에 빠져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통찰에 순응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리들 마음속의 그런 핵심적인 오류들을 있을 수 있는 일로 인정하는 겸손에, 인류가 선입견이라는 고통에서 해방되느냐 아니면 계속 그것에 시달리며 여위어 가느냐가 달려 있다. 회복의 기회는, 우리가 유년시절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 속에서 살아갈 준비를 받을 때 경험했던 인내와 다정함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알렉산더 미춰얼리히

>유인물 제 4호
- 특히 청춘을 사과나무 밑에 누워서 보내려는 이상을 가진 젊은 사람들을 위하여
 날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나의 외면적 삶과 내적인 삶이 지금 살고 있고 또한 이미 죽은 인간들이 해 놓은 일에 바탕을 두고 있으니, 나는 내가 받았으며 또한 지금 받고 있는 것과 같은 정도로 주기 위하여 긴장된 노력을 해야 한다고. / 알버트 아인슈타인

> 유인물 제 5호
- 특히 참을성 없는 젊은 사람을 위하여
 무작정 들고 일어남으로써 혁명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해결을 가져옴으로써만 혁명을 하는 것이다. / 르 꼬르뷔지에

 

 

 

 

 

[장례]

   때는 소리없는 장례식의 시대이다. (한 프라하 시민)

 "장례식은 오늘 17시에 있습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은 수화기를 내려 놓아 버렸다. 장례식? 누구 장례식? 누구에게 전화해봐야 할지 궁리를 해본다. 그리하여 알게 되었다. A가 죽었다. 모톨(프라하 서쪽 끝지역) 화장장.
 모톨에 사는 사람들은 16시에 길을 떠났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A같은 사람이 죽으면 모두가 같은 시간에 거리를 가는 것이 권할 만한 일이 못된다는 것을. 경찰이 오해할 수도 있으므로. 하지만 도시 다른 끝에 사는 사람들한테는 모톨로 가는 것이 한결 힘이 들어서, 늦게야 도착할 것이다.
 경찰이 거리를 막고 화장터로 가려는 모든 차량을 교외며 인근 마을을 거쳐 우회하도록 유도하였다.
 B가 이야기할 것이다. 그는 5분을 허락받았다. B가 말했다. 좋습니다, 그거면 충분하지요. 화장터 앞에서 사람들은 그에게 말했다. 1분만 하시오! B가 말했다. 좋습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관 곁에서 그는 말했다. "A가 죽었습니다. 여러분 자리에서 좀 일어나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는 "고맙습니다."했다. 정확하게 1분이었다.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다. 유족들이 화장터를 나섰을 때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묘지 조명을 켜주지 않았던 것이다. 길은 산을 따라 아래쪽으로 나 있었고, 군데군데 계단이 한두개씩 나타났다. 그러나 그 길은 사람으로 가장자리가 둘러져 있었다. 계단이 나타날 때마다 한 계단 높이쯤 서있던 사람이 "계단입니다"라고 말했다. 유족 아무도 쓰러지지 않게끔.

 

 

 

[사격 명령]

"아버지한테 가요, 라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나간 아이가 대체 왜 안 돌아오는 걸까, 대체 어디를 갔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점점 불안해졌어요. 그때 그들이 와서 말했지요. P시로 가야 된다고요. 그애는 국경을 넘으려 했던 겁니다. 그들이 잽싸게 잡았구요. 그래서 저는 다음 기차로 P시로 갔지요. 그 친구 벌써 일어났습니다, 라고 그들이 말하더군요. 내가 더 이상 자제를 못하여 눈물을 흘리자 그들은 말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부인. 아드님 게르하르트는 살아 있습니다. 식사도 잘 하고요, 지금은 자고 있습니다. 군복무 기간중에 이런 일이 있었더라면 더 고약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고등학교 졸업장을 들고 마악 전문기능공 일을 시작하려는 참이었는데요, 월요일에 작업장에 투입되게 되어 있었지요...... 그후 월요일 오후 이곳의 그 사람들이 와서 저더러 화요일에 P시로 가라고 했습니다. 저는 케이크를 굽고, 장을 본 후, 먹을 것을 싸가지고 갔지요. 그랬더니 P시에서 그들이 이러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느냐, 우리 쪽 사람들이 정말 아무 말 않더냐. 그 친구 목을 맸습니다, 팬티로요. 그런데 어머니에게 몇 마디 쓸 말이 있으면 쓰라고 쪽지 하나를 주었는데 그애가 거절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자기 어머니한테 그럴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그 애를 보지도 못했습니다. 감옥에서 치르는 장례식 전에나 잠깐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저에게 내 줄 수 있는 것은 유골항아리뿐이었습니다." 

 

[같은 반 친구]
그애 생각으로는 대중들이, 그러니까 자기 친구들이, 자기가 일본에서 받은 천연색 엽서를 꼭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밤의 도쿄의 상점거리를 담은 엽서였다. 그애는 그 엽서를 학교로 가지고 갔고, 친구들은 이 이국적인 것을 보면서 이빨 사이에서 작은 풍선껌을 터뜨렸다.
쉬는 시간에 담임선생님이 그애에게 벌을 내렸다. 동급생 하나가 선생님한테 고자질을 했던 것이다. 그애가 학교지역내에서 자본주의 체제를 위한 선동을 자행하고 있다고.

[떨쳐버릴 모래주머니]
물론 그애는 언젠가 친구들과 어울려 집단숙소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누구나 자기 재미있는 것을 할 것이고, 누구나 자기 재미있는 일을 다른 사람을 위하여 함께 할 것이다. 그애를 위하여 다른 사람들이 함께 빵을 자를 것이고(그곳에 빵 자르는 기계가 없는 경우), 함께 설겆이를 할 것이고(그곳에 설겆이 기계가 없는 경우), 아침이면 나선형으로 비비꼬인 침대 시트는 대충 어느 정도 사각형의 형태를 되찾을 것이다(그곳에서 사람들이 이부자리 정돈 같은 것에 가치를 두는 경우).
그러니 무엇하러 매사를 반듯반듯 마무리짓기를 익혀 자기 것으로 만들 것이며, 나중에는 다 쓸모없을 자기반성을 억지로 아이에게 두드려 박아 넣겠는가?

[동요의 근거]
E시에서, 그애 말이, 한 학생이 목을 맸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여러 학급의 소년들이 검정 완장을 찼는데 학교 지도부에서는, 완장을 두른다는 것은 반대태도 표명으로 평가될 것이라는 점을 학생들이 간파하게끔 만들었다. 그 학생은 청소년교구 회원이었으며 십자가를 지고 죽은 두상과 <예수 그리스도>라는 제목의 쪽지를 남겼다. 졸업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제일 먼저 완장을 떼어 버렸다. 졸업시험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기 때문에.
죽은 아이 학급이 아닌 다른 학생들 몇몇에게도 장례식 참석 허가가 내려졌다. 그러나 교장선생님 지시로 선생님들은 내린 허가를 도로 취소해야만 했다. 목사님이 교장선생님의 마음을 돌려놓는데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당에 가입한 사람들은 죽은 학생에 대한 대화를 저지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장례식날, 수업시간 동안에는 학생감시체제가 도입되었고, 학교 교문은 잠겨져 있었다고 한다.

[중간 결산]
그애는 하느님이 그 부모에게 내려치는 주먹이다. 그러나 울 수 있는 주먹이다.
이 말도 안되는 은유와 더불어 살아가기.

[후방에서]
8월 22일 아침. 나의 아내는 하마터면 넘어질 뻐하였다. 현관문 앞에 글라디올러스 다발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이웃에 나이 지긋한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이따금씩 꽃을 갖다 주곤 했었다. "아마도 어제 저녁 그분들이 오셨다가 방해를 하지 않으려고 두고 가셨나봐요."라고 아내가 말했다.
오후에 아내는 꽃다발 셋을 안고 돌아왔다. 그러면서 "이건 일부일 뿐이에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꽃다발들은 아내가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들고 온 것으로 아내를 위하여 가져온 것들이었다. 아내 말고는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내가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었던 것이다.
(1968년 8월 20일 밤. 불가리아, 동독, 폴란드, 헝가리 및 소련군이 체코에 진입했음. 역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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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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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협정 (반양장)- 전쟁과 분단을 끝내는
평화·통일연구소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0년 7월
10,000원 → 10,000원(0%할인) / 마일리지 100원(1%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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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분단과 평화 부재의 삶- 성찰과 치유를 위한 이산가족 이야기
김병로 외 지음 / 아카넷 / 2013년 6월
18,000원 → 17,100원(5%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1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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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평화를 위하여- 인식과 추측
디터 젱하스 지음, 김민혜 옮김, 임홍배 감수 / 아카넷 / 2016년 3월
20,000원 → 19,000원(5%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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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떻게 전쟁을 끝낼 것인가- 20세기 최고 지성 3인의 반전 평화 아포리즘
톨스토이.아인슈타인.프로이트 지음, 이시언 엮고 옮김 / 해례원 / 2013년 1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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